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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ㅣ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평점 :
저자 김태권은 책의 머리말에서 동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로 바로 한(漢)나라를 꼽았다. 한(漢)나라에 들어와서야 동아시아 패권체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한을 중심으로 위로는 흉노, 아래로는 남월, 서쪽은 말 그대로 서역, 그리고 동으로는 고조선이 위치하였다. 한무제때에 이 모든 곳을 정벌하여 패권체제를 완성하였는데, 중국 중심의 천하, 즉 중화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는 파도를 타고 동아시아로 흘러들었다.
김태권은 한(漢)제국을 열 권의 책으로 그려내려 한다 했지만, 첫 번째 책의 제목인 「진시황과 이사」에서 보여지듯이, 한(漢)에서 시작하지 않고 그 유명한 진시황의 진(秦)제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 진(秦)은 BC 221년 전국을 통일한지 15년째가 되던 해인 BC 206년에 멸망한다. 진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에는 봉건제였고, 중국을 통일한 후에는 군현제로 바꿨다. 그리고 한은 봉건제와 군현제를 결합한 군국제를 시행했다.
진시황은 정치를 법가의 사상에 따라 행하였다. 즉 율령에 따른 정치체제를 확립하였는데, 모든 권한을 황제가 가진다는 의미이다. 이는 곧 세상 모든 것의 통일을 의미한다. 밖으로는 천하를 통일하고, 안으로는 모든 제도와 문자 등을 통일한다는 뜻이다. 황제를 거치지 않고서는 천하가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왕의 많은 자제들과 일족에게 땅을 주어 다스리게 한다는 봉건제를 없애버리고, 지방을 다스리는 자를 임명제로 만들어 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군현제를 실시하게 된다. 이런 정책에 유가들은 반발하게 되었고, 이는 분서갱유와 유가 학자들을 산채로 묻어버리는 참극으로 이어지게 된다.
진시황은 통일 바로 다음 해부터 전국을 순행하기 시작했다. 또 순행을 위한 '치도'라는 도로를 건설하였다. 이렇게 순행하면서 자신의 치적 홍보와 백성들의 교화를 행하였다. 어찌보면 자신의 영토안에서 힘을 과시함으로써 법 질서의 안정을 꾀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전국 순행은 한제국의 한무제 때에도 나타났다고 한다. 이 역시 최고 군주임을 백성들에게 선보이기 위함일 것이다. 재밌는 것은 진시황은 순행중 병이 들어 죽는다. 진시황이 죽고 그의 막내아들 호해가 왕위를 이어 받는다.
하지만 한낱 날품팔이 노동자였던 진승과 빈농 출신의 오광은 농민 반란을 일으켜 진제국을 쓰러뜨린다. 결국 진은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하게 될 한제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위한 스케치를 그려봄으로써 조조와 유비에까지 이르는 간웅과 영웅들의 장대한 서사시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중국사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너무나도 방대하여 어디에서부터 손댈지 몰라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몇몇 포인트를 잡아주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제대로 된 흐름을 타기가 쉽지 않다(1권은 쉽게 읽혔는데, 2권이 그렇다). 물론 개인차가 분명 있기는 할 것이다. 인물 따라가기도 벅차다면 제국은 커녕, 동아시아를 이해하기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그렇지만 읽을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집어주는 몇몇 포인트를 따라가다보면 몇가지 키워드가 보일 것이고, 그 키워드를 다른 책을 통해 따로 정리한다면 분명 나만의 지식이 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