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결심한 것 중 하나가 꾸준한 블로깅이었는데... 역시나 작심삼일의 원칙을 어김없이 실행중이다.

요즘 통 읽히질 않는다. 블로그의 글이든, 책이든.

그래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와 꾸준히 손에 들고 있는 책이 '로버트 M.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정신이 산과 들을 찾아 허공을 맴돈다. 산만해진다. 읽다보면 멋진 아이디어가 차츰 분해되어 자음과 모음들로 떡칠 되기도 한다. 그래도 지루함을 이기면 순간 흥미로운 것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에 책을 붙들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더듬다가 짜증나서 단락을 통으로 스윽 훑어내리기도 하지만 읽은 자리를 또 더듬는 무한 루프의 덫에 빠진 것은 아닌지 짜증스럽기도 하다.

책 끈을 잡고 들추어보니 567쪽이 펴진다. 꽤 많이 읽었다.

읽고 나서 뭐라도 적긴 할텐데, 그래도 미리 몇 글자 올려본다.

나에게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여러 장들이 모인 통으로 된 책 한 권이 아니라, 속에 소소히 모인 몇몇 에피소드들, 혹은 단상들 때문이다. 책은 책 표지에서부터 가치(value)에 대한 탐구라고 인쇄되어 있다. 책이 목표로 하는 것은 탐구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쯤 되겠지만, 책을 관통하는 얘기는 탐구에 대한 것들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탐구는 머릿속을 휘저어가며 뭔가 걸죽한 단일물로 용해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피어시그'처럼 옮겨보자면, '선(zen)'은 용매가 되고, 용질은 잡것들 그러니까 기술이나 과학과 같은 정량적인 양념들과 철학이나 역사와 같은 정성적인 양념들이 되겠다. 그러니까 선이라는 행위를 통해 잡것들을 녹이고 섞는다. 책 뒤쪽에 보면 부록으로 '피어시그'가 했던 인터뷰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피어시그'는 책을 쓰기도 전에 이야기를 구상해 놓았으며, 또한 책 제목도 미리 정해놓았다는 이야기로 봐서 모든 것을 '선'에 맞추어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과학과 철학, 그러니까 저자가 말하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어떤 식으로든 연결 짓는 일은 꽤 난해하다. 난해한 이런 결합을 저자는 자신이 몸소 겪었던 직접적, 간접적인 경험으로 녹였다고 보면 된다. 피어시그가 한국에 주한미군으로 와서 경험한 것 중 특이한 것이 바로 불교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불교 종파 중 선종이 주류인 조계종이 중심을 잡고 있다. 선종은 말 그대로 내가 곧 부처가 될 수 있음을 말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교리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땅 파면서, 일하면서 정화된 마음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물론 후에 인도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불교와 선에 대해 공부를 더 하긴 한다. 하지만 결국은 불교에서 말하는 '선'을 통한 가르침 혹은 저자의 개인적 깨달음이 곧 이 책이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선종에서 말하는 어떠한 형식도 없는 본질에 대한 탐구는 결국 이 책을 쓰고자 하는 구상을 낳았으며(이 책은 자...책을 써볼까..하며 노트에-혹은 워드프레서스에 첫 글자를 적어가면서 뭔가 이뤄낸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카드에 적은 글자들의 상관 관계를 연계시켜 놓은 그런 작품이다), 아들과 여행가면서 야외강연을 통한 여러 물음과 깊은 생각은 역시나 선(방안에서 책을 파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산과 들로 돌아다니면서...)을 모방한 이 책의 형식을 낳았고, 가장 중요한 어...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맞다...결국 선이 말하는 것은 일하면서 수행하라는 것인데. 그러니까 곧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뭔가로 깨닫게 하는지에 수렴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저자는 영문학과 교수 재직 당시 옆 방의 한 교수에게 '질(quality)'에 대해 써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곧 그 제안이 이 책이 탄생하는 씨눈이기는 했지만, 결국 선에서의 수행은 곧 더 나은 무언가를 찾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일상에 접목할 수 있으므로, 이 책은 결국...

수행하라! 더 나은 것을 위해서! 그리고 생각하면서.... 쯤 되겠다...물론 완전히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다... 물론 자기계발서를 그리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후반부로 가니... 질이 말하는 탁월함은 곧 수사법과 연계되고, 이러한 수사법은 고대 철학자들의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과 연계되어 곧, 덕과 이어진다. 따라서 후대에 '윤리학'쯤으로 쪼그라진 '덕'으로 수렴되가는 듯 하는데...아직 끝까지 읽어보질 않아 더 이상의 언급은 무리...

나중에 읽은 후에 리뷰를 써가면서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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