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이 책 한 권을 냈다. 제목은 『The Grand Design』. 우리말로는 '위대한 설계'내지 '대단한 설계'쯤으로부를 수 있겠다. 또는 책 내용에 따라 '위대한 배열'이라 해도 무방할 듯 하다.(물론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사실 호킹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뭐랄까, 좀 가벼워보인다고나 할까. 천 년안에 인류의 문명이 멸망할 개연성이 있으니 서둘러 지구형 행성을 찾아 인류를 이주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둥, 호전적인 고등생물체가 지구로 쳐들어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으니 외계인 찾기 노력을 그만두어야한다는 둥 이런 발언을 가끔씩 매체를 통해 듣곤 하였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호킹 박사의 발언을 가볍게 실은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어진다.
호킹은 외계인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발언을 종종 해왔었고, 가끔 내가 헷갈렸던 것은 시간여행에 관한 것인데, 호킹은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언제는 또 가능했다고도 했다가 조금은 애매하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는 물론 내가 대충 기사를 읽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하고,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아무튼 어떤 과학적 이론에 대한 것보다는 인류나 외계인과 같은 '존재'에 관한 물음을 많이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설전해 오고 있다. 이 존재는 다름아닌 신이다. 사실 신의 존재보다는 신이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관여를 해왔느냐 아니었느냐가 주된 논쟁거리이다. 대표적인 것이 진화론과 창조론의 충돌인데, 이 두 이론은 과학과 종교라는 집안의 자식들이지만, 사실 진화론은 생물학에서 주로 거론하는 이론이고, 창조론은 개신교에서 주로 거론하는 이론이다. 즉, 진정으로 과학과 종교의 전방위적인 매치는 사실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과학과 종교의 전방위적인 매치가 붙기 어려운 것이 방대한 지식이나 이론들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지극히 사소한 것을 다루어야 한다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을 듯 싶다. 그래서 우리들 의식속에서 생물학과 개신교의 다툼이 애써 다른 쪽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가령,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일상속에서 신이 비를 뿌린다고 하지는 않는다. 태풍도 마찬가지이다. 신이 노여워해서 세찬 비와 바람을 지상에 내려보냈다고 하지 않는다. 아마 종교인들도 마찬가지 일거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의 다툼은 이런것까지도 시비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너무나 자명한 현상이기에 종교계든 과학계든 이런 것으로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건들어봤자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신은 여전히 하나의 메타포(은유)로서 우리 일상을 지배한다. 비가 한 차례 오면 신경 쓰지 않지만, 몇 날 며칠동안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불러온 비가 내렸다면 정치적 문제로, 사회적 문제로 비화시키곤 한다. 정치가 잘못돼서 사회가 썩어빠져서 신이 내린 일침이라는 둥 말이다. 이렇듯 신은 우리 세계에서 항상 결과론적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의 인식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거니와 과거의 어떤 사건이 미래에 어떤 사건으로 나타날지 우리는 그리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재를 살고 있고, 항상 현재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종교를 흔히들 현세구복 신앙(종교)이라고도 한다. 현세구복 신앙(종교)속에서 일상으로 불러들인 신은 항상 현실에서 결과를 표방하는 일종의 메타포가 된다.
호킹은 『The Grand Design』에서 이렇게 말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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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not necessary to invoke God to light the blue touch paper and set the universe going.
- STEPHEN HAWKING,
- physicist and author of the new book The Grand Design, saying God wasn't needed for the creation of the universe
Read more: http://www.time.com/time/quotes/0,26174,2015654,00.html#ixzz0zIypnT2h
해석은 대충 이렇다.
"우주를 진행시키기 위해 심지에 불을 붙였다는 신을 끌어들이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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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애매하다. 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내린 코드로 태초의 우주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까 신이 있든 없든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이 우주를 가동시키지는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학계는 어떨까. 과학계나 종교계 말이다. 일상과는 달리 결과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처음이라는 '태초'라는 단어에 신경을 쓴다. 즉, 세상의 모든 원인을 궁금해한다. 종교계에서는 앞서 말한 창조론을 태초의 원인으로 놓고 싶어하고, 과학계에서는 빅뱅을 태초의 원인으로 놓고 싶어한다(물론 빅뱅 이전은 또 무엇이냐라는 질문도 당연하겠지만).
태초의 우주에 대해 어느것 하나 진실로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지구는 우리은하(나선형 은하)의 어느 변두리쯤에 위치해있고, 또 태양이 이끄는 일종의 시스템속에서 세번째 위치해있는 행성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세번째 행성인 지구만이 생명체가 풍부하다. 물도 풍부하고, 산소(공기)도 풍부하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또 다시 이런 사실을 선점하기 위한 말장난이 펼쳐진다. 신이 골디락스 존에 지구를 놓았다고 말이다. 지구가 태양쪽으로나 목성쪽으로 조금만 위치 이동을 했더라면 아마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이다. 또 어떤이는 태양계의 절묘한 행성들 궤도가 마치 지구를 위한 배열이라고들 말한다. 가령 목성과 같은 크기의 행성이 태양계에 목성 말고도 하나 더 존재한다면 이 역시 태양계 배열이 흩어질 뿐더러 우리 지구는 태양계 밖으로 튕겨져 나갔을 거라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주가 지금의 구조를 가지게 된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는 책도 있다. 원서 제목은 『Just Six Numbers』이고. 우리말 번역서 제목은『여섯 개의 수』이다. 그러니까 6가지 숫자가 우주라는 우연, 혹은 위대함을 설명한다. 그 숫자들은변수이지만 거의 고정되어 있는 상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범위안에 수 중에서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수, 상수를설명한다.
1. 오메가=1 : 오메가는 중력이나 우주의팽창과 관계있는 수로 그 수가 너무 크면 이미 옛날 옛적에 우리의 우주는 충돌해서 사라졌을 것이며, 만약 작다면 행성들,가스들, 암흑물질들이 산산히 흩어져 은하 조차도 생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 즉, 한마디로 '점성도'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된다.
2. 엡실론=0.007 :엡 실론이 가리키는 것은 핵력이 강하냐 약하냐는 의미이다. 따라서 원소의 구성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물분자는 수소 원소 둘과산소 원소 하나가 뭉친 것인데 약하면 이 역시 흩어질 것이다. 물론 지구와 같은 행성도 이룰 수 없는 것이고. 엡실론이0.006이나 0.008 정도였다면, 이 역시 우주는 없다.
3. D=3 : D는 다름아닌 차원을 의미한다. 우리의 우주는 시간을 포함한 11차원인데,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은 3차원이다. 만약2차원이었다면 우리는 ...음...암튼 재밌을 것이다 다른 사물도 2차원이기에 항상 줄(혹은 '선' line)만 보일것이다(눈이라는 것이 있다면..). 4차원이었다면 잘 모르겠다. 막 왜곡되고 그럴 듯. 얼짱이나 얼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없을듯.
4. N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N 이 의미하는 바는 전자기력과 중력의 비율로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중력은 전기력보다는 엄청약하다는 의미. 어떻게 보면 크기의 과학을 의미하는 말일 수 있다. 만약 N=0에 근접한다면, 그러니까 중력이 전기력에 비해엄청 크다면 생물체는 곤충보다 훨씬 작을 것이고, 심지어 하루살이의 일생을 가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진화는엄청 느리게 작동한다. 물론, 우리가 이런 세상에 존재함을 가정했을때.
5. Q = 1/100,000 : Q는 지금의 별들과 은하, 은하군들의 구조를 의미하는데, Q가 가리키는것은 사실상 현재의 우주의 구조가 아니라 빅뱅으로 생겼을 순간 씨앗 상태의 원시 우주의 값을 의미한다. 원시 우주가 이 Q값을가졌기에 지금의 우주와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Q값이 다르다면 현재의 우주의 모습은 상당부분 달라졌을 거라는의미. Q값이 훨씬 작았다면 우주의 요동이 없다라 할까, 아무튼 비활성적인 모습의 우주만을 담았을 것이다. 반대로 컸다면 너무나요동적인, 그래서 서로 집어삼켜버리는, 그런 거대 블랙홀이 지배하는 우주가 되었을 거란 의미. 한마디로 우주의 노령화 현상을얘기하는 듯.
6. lambda = 0.7 : 람다는 우주 팽창과 관련있는데, 암흑에너지라는 일종의 반중력과 관련한 상수로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작용을 한다. 결국 현재 우주의 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상수이다. 그러니까 중력이라함은 간단히 말해서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력으로써 말이다. 하지만 암흑에너지는 우주에 브레이크가 걸렸음에도 척력으로써 우주를 급속히 팽창시키고 있는 것으로 본다.
마틴 리스의 『여섯 개의 수』는 이런 최종적으로 조율된 숫자를 통해 다중우주를 표현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수많은 법칙이나 규칙으로 우주를 규정지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과연 우리의 우주가 다중우주속에서 '오아시스'일까라는 질문을.
출처: http://www.neatorama.com/2010/04/11/seti-turns-50-years-old/
흔히 말하는 '외계인 찾기 프로젝트'가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오즈마 계획'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외계인을 찾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이 '오즈마 계획'의 책임자는 '프랑크 드레이크' 박사였는데 사실 오즈마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일명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서막이었다. 드레이크 박사는 1960년 미국 동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그린뱅크에서 열렸던 '지구밖 생명체에 관한 그린뱅크 회의'에서 조금은 사이비 같은 공식 하나를 발표한다. 이름하여 <드레이크 방정식>이라 불리는 공식인데, 공식에 여러 숫자들을 대입하면 우리 은하내에서 우리 인류와 동일한 문명의 수는 수개에서 10만개가 넘는 수가 도출된다. 사실 해답은 없다. 몇가지 숫자를 달리하면 터무니없는 수도 나온다. 가령 우리와 같은 문명의 수가 0.00001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벌써 지구라는 문명을 지닌 행성이 존재하기에 소수점은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비율을 조절해서 도출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외계 문명의 수가 0.1개에서 백만개 사이라면, 최소 지구라는 문명이 1개 존재하므로 비율을 조절하여 1개에서 십만개 사이로 그 값의 오차를 줄이는 식이다.
드레이크 방정식 : N = R* fp ne fl fI fc Lc
Where,
N = number of technical civilizations in the
Milky Way Galaxy with whom we might expect to communicate.
(
N은 전파교신능력을 갖춘 혹은 전파를 검출할 수 있는
우리 은하내의 문명체의 수)
R* = average rate of star formation in the Milky Way, in units of stars per year.
(R은 우리은하 내에서 1년에 몇개나 별들이 생성되는지를 나타내는 수)
fp = fraction of stars with planetary systems.
(fp는 별 중에서 행성을 가지고 있을 확률, p는 planet을 의미)
ne= number of planets per system with suitable ecologies (liquid water...)
(ne는 행성계 내에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수)
fl = fraction of such planets on which life actually occurs
(fl은 생명이 탄생할 확률)
fi = fraction on which intelligent life arises
(fi는 생명체가 지적문명체로 진화할 확률)
fc = fraction where intelligent beings develop capability for interstellar communication
(fc는 지적문명체가 다른 별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통신기술을 가질 확률)
Lc = mean lifetime of such communicating civilizations
(Lc는 기술문명이 존속하는 기간, 단위 : 년)
* 출처 : http://earthguide.ucsd.edu/virtualmuseum/litu/12_1.shtml
참고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드레이크 방정식을 토대로(자신이 정한 숫자를 방정식에 집어넣어) 지구밖 문명의 수를 백만 개로 발표한 바 있다.
글을 쓰다보니 길기만 하지 별로 알맹이는 없다. 그래도 새로 나온 스티븐 호킹의 책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적게 되었다. 전반적인 의문은 이런 것들이다. 정말로 신이 이런 저런 숫자들로 우주를 디자인했을까? 일일이 하나하나 목록을 옆에 놓고 입력했을까? 그래도 신이 최소한 어떤 수 하나를 입력해야 한다면 과연 어디에 무슨 숫자를 집어넣었을까? 뭐, 이런 것이 현대 과학의 고민이다.
과연, 질량은 어디서오는 것일까? 랄까...
참고로 질량을 언급하기 위해선 뉴턴과 아인슈타인, 그리고 중력, 에너지, 다시 차원, 끈이론, 초끈이론, M-이론등등을 그에 앞서 언급해야 한다. 후와....
PS.
우주론에 호기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보기 쉬운 책들을 몇 권 소개해본다.
흔히, 많이들 보는 책으로는 '미치오 가쿠'의
『평행 우주』,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우주의 구조』를 많이 봤겠지만, 좀 쉬운 책(내 생각)도 있다.
'다케우치 가오루'의
『한 권으로 충분한 우주론』, '마커스 초운'의
『현대과학의 열쇠, 퀀텀 유니버스』, '폴 데이비스'의
『코스믹 잭팟』등이 있다. 참고로 한 권씩 읽는다기 보다는 이 책 저 책 찾아가며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덧붙임...2010. 09. 25.
벌써 번역본이 나왔다...역시나 '까치글방'... 번역본도 같이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