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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힘과 기술의 축구를 인정한다. 물론 한국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아르헨티나가 운이 좋았음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한국이 먹은 모든 실점은 우리팀의 실책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불운을 탓하기 보다는 역시 실력 부족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전을 다시 한번 복기해본다.
4:1이라는 대패의 요인은 한국 선수 개인에 있기 보다는 우리의 허술한 팀 자체로 돌리고 싶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슛은 강력한 슛도 아니었고 특별히 상대팀 개인 플레이어의 기술이 먹혀 들어간 것도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골이 우리 수비수와 상대 공격수가 똑같은 위치에서 이루어졌다는데에서 실망감을 가진다. 아르헨티나는 전진이었고 우리는 후진이었다. 특유의 끊어먹기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상대는 오히려 거의 골대와 일직선상에서 골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 수비수의 위치가 아쉽다. 골대쪽에 밀려있더라도 수비의 포메이션을 유지만 했다면 머리로든 다리로든 충분히 끊어 놓을 수 있었는데 포메이션이 정착되지 못했을때 상대의 골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수비의 백코트는 예전 90년대 축구와 다를 바 없다. 한가지 다행이라는 점은 육탄방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작게나마 의미를 찾아본다. 육탄방어는 수비수들에게 있어서 엄청 체력소모가 요하는 수비이다. 또 육탄방어는 지역방어 대신 개인방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운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육탄방어가 없다는 점은 최소한의 수비가 팀플레이로써 가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우리의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될 때 그물망 수비가 아예 무너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완벽한 지역방어로써 끊어먹기가 통해야 할 듯 싶다.
또 다른 대패의 요인은 역시나 수비 진영인데 특히 우리의 오른쪽 윙백이 지워졌다는 점이다. 차두리보다 좀 더 개인기가 좋은 오범석을 넣었지만, 공격에서 딱 한 번 뒤로 돌아간 것 빼고는 오범석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그리스의 경우 차두리는 최소한 우리가 인지할 정도로 위치 선정이 괜찮았다. TV를 통해 차두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어느때고 확인 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의 경우 오범석은 그냥 우리 수비수 한 무더기안에 있었다라고 추정할 뿐 그가 TV화면에 잡힌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윙백은 공격 성향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중앙으로 볼 배급을 막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영표의 경우 오버래핑을 자제하긴 했지만 중앙으로 볼을 배급하는 상대를 어느정도 잘 막았다. 하지만 오범석의 경우 오른쪽에 위치해야 했지만 그가 어디있었는지 지금으로서는 기억 조차도 없다. 오범석이 가령 지워졌다면(그가 오른쪽 위쪽에 위치했다면) 그 자리를 메꾸는 사람은 윙어 이거나 최소한 중앙 수비수가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그 자리를 중앙 수비수가 메꿀 수 밖에 없다면 이는 매우 위험하다. 최소한 보란치는 중앙 수비수 위치에 들어와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너무 쏠려 있는 바람에 중앙에 위치한 선수는 왼쪽 윙백인 이영표 선수 였다. 그 말은 이영표 뒤쪽으로는 아무도 없다는 의미이다. 어느 누구도 달려 든 사람이 없었다. 물론 천천히 달려온 선수는 있었다. 그 선수가 염기훈이다. 하지만 그는 공격수 이기에 전력을 다해 들어오진 않는다. 다만 지역 방어 위주로 설렁설렁 들어 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있을 선수는 김남일이어야 하지만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추정을 해보자면 그는 끊어먹을 위치 즉, 페널티 박스 쯤에 있었을 듯 싶다. 결국 중앙 수비수는 이영표가 되었을 수 밖에...
팀의 패배를 한 선수에게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최소한의 욕을 먹어야 한다면 그는 염기훈이 될 것이다. 염기훈은 엄연히 공격수이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이 그를 계속 기용한 이유는 그의 왼발 능력을 추켜세우는 것도 있지만 공수를 넘다드는 체력일 듯 싶다. 이는 염기훈에게 수비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수비적 능력은 거의 빵점이다. 또 그의 드리블 실력은 역대 최악이다. 그는 우리 플레이의 맥을 끊어먹는 일등 공신이다. 이것은 여러차례 평가전에서도 들어났고, 심지어 그리스전에서도 어느정도 보였다. 우리 공격의 맥을 끊는다는 것은 순간적으로 앞서 나온 수비수들에겐 지옥이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개인기가 좋은 아르헨티나 선수를 지역방어로써 막기엔 너무 늦어지게 된다. 준비도 없이 역습을 맞는다라고 할까. 암튼 나는 염기훈이 월드컵에 나왔다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코너킥 혹은 프리킥을 위해 그를 기용했다면 정말 개도 웃을 일이다. 우리에게는 최소한 기성용이나 박주영이 있지 않은가. 암튼 허정무의 최대 실수는 염기훈의 지속 출장이다. 그것도 선발로.
이번 아르헨티나전은 너무 구멍이 많았다. 특유의 그물망 수비도 없었고 심지어 숏패스 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우리의 숏패스 실력은 우리가 안다. 사실 허접이다. 하지만 숏패스는 삼각편대나 압박을 통해 이루어진다 봤을때 숏패스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겁지겁 걷어내기에 바빴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우리가 여유롭게 공격할때 상대 선수가 조금만 압박이 들어와도 허둥지둥 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통용된 이야기이다. 너무 성급했다. 최소한 점유율이라도 높여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실종됐다.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 공격은 후반 초반이었다. 최소한 그때는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압박 수비가 어느정도 통했다. 하지만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후반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든 기색이 역력했고 긴급한 백코트 순간에도 그 자리를 매운 선수들은 수비수 3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위에 위치했다는 의미이다. 수비수가 어느정도 지연시킬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역시나 아르헨티나는 운이 좋았다. 4골 중 2골이 하나는 자책골이고 하나는 골대 맞고 튀어나온 장면임을 상기하면 역시나 스위퍼로서의 역할을 골기퍼인 정성룡에게 떠넘긴 꼴이 되었다. 정성룡은 그 몫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운이 없었을 뿐.
앞으로 있을 나이지리아전에는 역시나 염기훈이 들어가면 안된다. 그가 놓친 골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 경우에 뭐라고 책망할 수는 없다. 다만 그는 여전히 우리 공격과 수비의 구멍이라는 것. 특히 공격. 한 두번 잘했다고 나는 그를 좋게 평가할 수 없다. 그는 공격수이지만 보이지도 않고, 수비를 한다고 해서 또 특출나게 막는 것도 아니다. 안타깝지만 염기훈은 아웃이 되어야 한다. 16강에 올라가더라도 그는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된다.
아르헨티나전의 4:1은 사실 쪽팔린 점수이다.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낫다고도 생각되어진다. 3:2나 2:1로 진 경우보다 차라리 원점에서 다시 재고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뭐가 문제인지는 확연히 들어났다. 우리 특유의 장점은 상대의 압박이지만 또 우리의 단점은 상대의 압박이다. 우리는 압박을 할 순 있지만 압박을 당했을 경우 빠져나오기 상당히 어렵다. 압박 당하면 숏패스 조차도 되어지지도 않고 의미없는 롱패스만 양산할 뿐이다.
나이지리아전은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압박에서 상대의 공을 차단하고 그게 역습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상대가 수비 위치에 모두 들어섰을 때 우리는 거의 골을 넣어본 적이 없다. 우리의 단점은 상대에서도 단점이다. 수비수 위치가 정해지기전에 압박해서 볼을 차단하고 역습한다는 것. 수비수 위치가 정해지면 우리의 최상의 공격수 박주영마저도 지워지게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는 안타깝지만 차라리 배수의 진을 칠 기회가 있다는 자체에 감사한다. 지난 독일 월드컵때 토고를 승리하고 프랑스에 비기면서 한층 기운이 살아나긴 했지만 스위스전에서 첫 실점하면서 무너진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나이지리아전에 배수진을 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나이지리아전은 역시나 뒷공간이다. 뒷공간 뿐이 없다. 우리의 단점은 상대에게도 단점이며 우리의 장점은 상대에게 굉장한 압박이다. 확고한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한 발 한 발 전진해야 할 듯 싶다.
나이지리아전은 2:0 승리를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