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MBC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 시리즈의 첫 편을 방송했다. 제목을 보면 쉽게 알아차리겠지만 아마존을 편안하게 만나보라고 방송한 것은 아니다. 아마존의 생태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는데, 앞으로 시리즈가 더해갈수록 좀 더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아마존이 겪고 있는 현대 문명의 유입과 공간의 축소에 대한 현 상황을 보여줄 듯싶다.

현재 1부만 방영하였지만, 분명 여타 외국에서 제작한 다큐(BBC나 NHK, NG와 같은)와는 맛이 좀 다름을 느꼈다. 선덕여왕을 보지 않아서 김남길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레이션이 신선했다고나 할까. 정말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래 그 목소리가 국내 제작 다큐의 맛을 내는데 한 몫 단단히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포스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방송에서 말하고자 한 아마존의 현실이 아니라, 화면속에 등장한 두 부족('조에'족과 '와우라'족)에 관심이 쏠려서다. 엄밀히 말해 두 부족보다는 각 부족의 미적 감각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현대 문명에서의 '단순함(혹은 심플함)'은 복잡함을 해소시켜주는, 엣지(?)있는 미적 요소이다. 이러한 '단순함(혹은 심플함)'은 현대에 와서는 복합적 기능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그 기능들을 불러오는 각각의 버튼들을 눌러줘야만 하는 어지러운 모양새가 아니다. 버튼 하나로도 다양한 기능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통짜 모양새이다. 또한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이음새를 없앰으로 안정감이라는 미적 감각을 준다.

부족들의 디자인에 호기심이 생긴 이유는 디자인 자체가 기능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일차원적인 느낌이 다분히 들겠지만, 자연의 색깔과 질감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도 사용자의 독특함이 물들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즉각즉각 변형(다른 자연물을 이용하거나 말 그대로 바로 변형)하여 적용시킬 수 있는 이점도 있고. 능동적 디자인이라고 그래야하나. 필요하면 바꾼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물론 이 부족들의 경우 바꾸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 두 부족들의 원초적이고 역동적인 미는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다 쓰는 날것의 디자인 그 자체이다. 특히,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기에 여념이 없는 '조에'족이라는 한 소수의 공동체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디자인들을 어떻게 자기것으로 소화하고 스스로 예쁘다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나레이션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한번쯤 상상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좀 더 많은 인원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와우라'족은 더 많은 눈길들속에 있어야기에 좀 더 화려한 듯 보인다. 기능성보다는 좀 더 디자인에 충실하다. 하지만 스쳐가는 화면속에 등장하는 생활용품만 보고서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없기에 뭐라 특정지을 수는 없어 보인다.

아래 사진은 '조에'족의 일상용품들...  

                

아래 사진은 '와우라'족의 일상용품들...  

                 
 

디자인을 떠나서라도 아직 방송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어여 빨리 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읽은 책이 생각난다. 예술쪽으로 분류되는 책들은 잘 읽지를 않는데, 그래도 눈요기로 가끔 읽곤 한다.  한 권은 예전에 읽었고, 나머지 하나는 최근에 읽었다. '파올라 안토넬리'의 <디자인, 일상의 경이 (원제: Humble Masterpieces)>라는 책과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이 공동으로 쓴 <슈퍼 노멀 (원제 : Super Normal)>이라는 책이다.  

       

책 소개말을 간단히 빌려오자면, <디자인, 일상의 경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100가지 물건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고, <슈퍼 노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사용하는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던 물건들을 특별한 존재로 되살려"낸 책이다.

나의 경우에 <디자인, 일상의 경이>에 점수를 더 주고 싶은데 디자인이 곧 기능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두 책다 일관적이고 비슷하지만, 특히나 '파올라 안토넬리'의 책이 좀 더 필요의 역사와 제품에 대한 고민이 숨죽여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느껴졌다. 물건이 기능과 디자인을 대표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어지고 있는 관점까지도 확장되어 있다. 가령, 칼은 칼인데 휴대용으로서 맥가이버칼(원래 명칭은 '스위스챔프 나이프')로 유명한 것이나 지포 라이터와 같은 예는 브랜드라는 대중의 경제와도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또 에어쿠션 버블랩(일명 '뽁뽁이'), 이나 아이스크림의 바삭한 과자부분은 디자인측면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해준다. 콤팩트 디스크(CD)나 트랜지스터는 말 그대로 기술적 고민이 융합된 오브제이고 말이다. 뭐 물건에 녹아있는 다양성, 그것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하나의 사진과 짧은 글로 소개하는 괜찮은 책이었다.

<슈퍼 노멀>의 경우엔 용품 자체를 오브제로 바라본 것 보다는 용품을 다시 짝퉁 용품으로 재탄생하여 다른 재질이나 다른 감각으로 본 경우인데 '평범함 속에 숨겨진 감동'이라는 책의 부제목과는 달리 별다른 감흥을 얻진 못했다. 그래도 갖고 싶다라고 느낀 제품은 있었지만, 책에 더 많은 물품들이 소개가 되어 있지 않아 더 아쉬움이 들었던 책이다.

글도 얼마 없고 사진이 대부분인 책들이라 보는 것은 금방 본다.  


                              출처 : http://www.casa.co.kr

링크 : 파올라 안토넬리의 기사가 있어 링크를 건다. (까사 기사...) 

이쯤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는 접고 TED 링크도 소개한다.

동영상 재생이 어려우면 링크를 통해 감상하시길..(자막은 영어로 제공, 자막버튼을 통해 들어가야함)

** [TED] Paola Antonelli previes "Desing and the Elastic Mind"
 (이것은 안토넬리의 또 다른 책- Design and the Elastic Mind' 과 관련한 내용이다. 아래 동영상에서 자막을 영어로 놓고 듣자...) 

 
PS.

제목은 단순히 노멀(평범함)에 대한 다른 표현이라기보다는 영상물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별것 아닌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차원에서 '슈퍼 노멀'을 변형하여 '슈퍼 트리비아'로 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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