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Avat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바타를 일반(디지털) 상영관에서 보았다. 2시간 42분이나 되는 긴 영화이지만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다. 실재와 CG의 조화도 좋았다. 실재가 CG에 녹아들었던 그 반대로 CG가 실재에 녹아들었던 어느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물론 렌더링 처리로 인해 화면이 부드러운 입자처럽 화사한 기가 돌긴 했지만 뻣뻣한 CG의 느낌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화속에서 그것도 단순한 오락 영화에서 철학을 원하는 것은 어찌보면 사치일 수 있겠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매트릭스'이상의 철학을 보았으면 했다. 내가 매트릭스를 너무나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매트릭스 이후 매트릭스를 뛰어넘는 영화가 없다는 것은 사실 아쉬운 일이다. 하나의 이미지에서 수많은 텍스트를 양산하는 매트릭스를 따라가기엔 아바타는 많이 모자르지 않나 싶다. 매트릭스가 매트릭스 트릴로지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아바타 또한 아바타라는 영화 자체를 통털어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이다. 매트릭스가 화면안에서만 꿈틀거렸다면, 아바타는 화면밖에서 3D 안경이라는 하드웨어로까지 영역을 확장시켰음은 확실하다. 나의 몸은 극장안 좁은 공간의 의자에 틀어박혀있었지만, 나의 정신은 온통 제임스 캐머런의 화면속을 활공할 수 있었으니까(물론 나는 일반 영화로 보았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런것을 영화계에는 사건이라 부르는 듯 하다. 영화의 지표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아바타는 환상적인 영화다. 꿈을 칼라로 꿀수는 없다고 하지만, 칼라로 된 꿈을 꾼다면 아마 판도라 행성에서나 나올 법한 색감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 싶다. 물론 악몽은 제외하고 말이다. 판도라 행성은 생명력이 넘치는 행성임은 확실하다. 온통 푸르다. 심지어 그곳에 살고 있는 나비(Na'Vi)라는 토착민은 어떤가. 그들도 그들 행성을 닮아 푸르다. 인간에게는 독이 될 수 있긴 하지만 그곳 공기는 어떤가. 그 공기야말로 산소와 같은 산화제가 아니라, 비활성 순수 기체임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네온이나 아르곤과 같은 기체 말이다. 그곳 식물들도 그런 기체를 머금기에 형광빛을 내지 않겠는가 싶다.

영화속에서 언급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판도라'라는 행성은 사실 인간이 지칭하는 행성이다. 나비족은 자신들의 행성을 뭐라 지칭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속에서 언급이 되지 않았다면 이는 영화 감독의 실수이다. 아무튼 이 판도라는 특이하다. 판도라는 얼핏보면 단순히 행성이지만, 영화속에서 풀어놓는 행성의 면모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 융합체이다. 나비족을 포함한 개개의 생명체는 하나의 기관을 이루는 세포들과 마찬가지이다. 서로에 대해 간섭하지는 않지만 판도라라는 개체를 위해 끊임없이 교감을 하며 거대한 신경 네트워크를 이룬다. 이것이야 말로 아바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철학이며 테크놀로지이다.



자연을 소비하며 에너지를 생산한 인간과는 달리,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체에서 에너지를 빌려오는 나비족은 문명을 이룰 수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생태계의 순환자로서 자연이 곧 문명이 된다. 인간과의 전투에서는 나비족은 판도라의 백혈구이다.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니, 나비족이 인간이라는 지독한 악성 종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무너질때쯤 새로운 천연 항체가 등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판도라는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끊임없는 항생제 자원을 투입시킨다. 그 자원들 또한 나비족에게는 자연이다. 육지에서는 무서운 동물들이, 하늘에서는 날쌘 조류들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은 당연한 듯 생각된다.

그러니까 언옵타늄 자원을 캐러 온 기업 대표는 나비족을 무찌르면 그들 주거지 아래에 있는 그 미네랄을 캘 수 있다고 자만했지만, 결국은 판도라 행성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했다. 학교와 다리를 지어준다고 그들에게 문명을 전수해준다는 어거지스런 생각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제임스 캐머런은 터미네이터에서 그의 에픽을 만들 수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완성짓진 못했다. 기계에 점령당한 황량한 지구는 사실 더 이상 에픽이 될 수 없다. 그의 친구인 조지 루카스는 어떤가. 우주를 무대로 거대한 서사시를 쓰지 않았던가. 더구나 제임스 캐머런의 '어비스'는 너무나 외롭고 고립된 세상이다. 어비스의 끝부분에 가서야 외계인과의 조우를 통해 이야기를 완결 짓지만 이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보다 판타지적이 아니다. 아무튼 판도라를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이제서야 만들어냈다. 거기엔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만큼이나 풍성한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빌려오긴 했지만 캐머런만의 상상속 존재들이 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메카닉의 다양성에는 훨씬 미치지는 못하지만, 캐머런은 일관된 메카닉을 보여준다. 그것은 일종의 마린(해병대) 메카닉인데, 이는 '에일리언2'에서도 프로토 타입의 형태로 선 보인적이 있다. 글쎄... 이는 또 다르게 거치른 아바타의 형태이다. 최첨단의 이기로 탄생한 무기이지만, 기껏해야 팔과의 싱크만 맞춘 형태이다. 영화속 인간들은 이런것이 문명이라고 잘난체들 하지만, 판도라 행성의 시스템에 비하면 여전히 구식이다. 인간의 메카닉이 아무리 우수해봤자 바이오닉에는 미치질 못한다.    
 

아바타나 에일리언이나 어비스 모두 자원(광물)회사와 연계되어 있다. 에일리언은 광물을 싣고 나르는 우주선이 배경이고, 어비스는 바다속 깊게 위치한 해저 석유 시추선이 배경이며, 아바타는 광물을 얻기 위한 판도라라 불리는 행성이 배경이다. 배경은 미래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현실을 그린다. 현실속 먹고사니즘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현실속 욕심과 투기를 그린다.

제임스 캐머런은 일단 최첨단 장비로 만든 3D 영화를 내놓았다. 그의 친구들은 뭐하고 있나... 스필버그와 루카스를 향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만한 하드웨어와 이만한 소프트웨어로 이렇게 만들어보지 않겠는가"라는..

PS. 나비족 여자 주인공은 '네이티리'라는 극중 이름을 가진 '조 샐다나(혹은 조이 살디나, Zoe Saldana)' 인데... 최근에 상영했던 '스타트렉'에 나왔던 인물(우후라 역)이다. 영화속에서 '네이티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그녀가 절규할 때 나도 '욱'하더라. 그런데 롤 모델은 '캣우먼'인듯... 연기할때 쉽지 않았을텐데도 그녀의 연기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았던 '시고니 위버'도 반가웠다. 새로운 에일리언 시리즈가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그녀도 참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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