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라딘이 좀 시끄럽다.도급업체를 통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해고와 관련된 사항 때문이다. 그래서 그 노동자를 대신해서 알라딘 일부 블로거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고나 할까. 물론 이것은 알라딘 블로거들의 생각이다. 사용자측에서는 한마디로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 다만 그 노동자가 안타깝지만 운이 없었다는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인 듯 하다. 물론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그 노동자에게나 사용자(알라딘측)에게 예의 없는 말로 들릴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렇다.

이런 양측의 평행선으로 인해 알라딘 불매 운동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도급업체('인트잡'이라는 인력 공급업체)가 사실상 모든 과정의 핵심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알라딘이 우선 표적이 된 듯 싶다. 과정이야 어떻든 그 노동자는 알라딘에서 일했고, 알라딘을 위해 뛰고 있었기에.

나는 불매운동에 공감한다. 다만 나는 참여를 하진 않을 것이다. 남들이 보면 재수없는 놈, 얄팍한 놈이라고 하겠지만, 이 뜻은 크게 변하지 않을 듯 싶다. 먼저 나는 개인적으로 아주 조용하게 '나만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알라딘이 아니다. 3개의 종목, 3개의 기업에 대해 나만의 소극적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완벽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사정상 대체할 것이 마땅치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제품만을 불매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이 업체들의 서비스 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쉽진 않다. 그래도 거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이 업체들은 나에게는 형편없음으로 인식되어진 기업들이다. 아마도 이것도 거의 바뀌지 않을 듯 싶다. 그런다고 이 기업들이 망하길 원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왜냐면 누군가에겐 소중한 기업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공감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입장을 떠나서 알라딘에서 근무하는 정직원 뿐만 아니라, 비정규 직원들을 어느정도 고무시킬 수 있는 운동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회사가 아닌 자신들의 복리(혹은 생존)를 위해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거라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알라딘이라는 시스템을 이루는 공기(필수 불가결 요소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경쓰지도 않는, 즉, 보이지 않는)같 은 존재로 보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애쓰는 사회 구성원으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플러스가 됐으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Yes24나 리브로와 같이 동종업종의 기업들에게도 일종의 경고로서 작용되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얼마나 파급효과가 크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겠지만, 물리적 제조업체가 아닌, 서비스업체 특히 인터넷 기반의 업체들에게는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는 이러한 운동이 결코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공감의 저편에 드리워져있는 우려감은 바로 직원들에게 두려움과 짜증스러움을 심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을 고무시켰지만 서서히 두려움이나 짜증스러움으로 번져갈 경우, 이것은 처음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본질을 띠게 된다. 다시말해, 이 운동의 과정이 매우 애매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불매운동의 (유효)기한도 전혀 없고, 또 타협할 권한도 없다. 즉, 알라딘서 책을 구매하는 행위를 일시 정지 시킨다는 생각은 알라딘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 거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또 다른 알라딘 이용자들에게 불편함과 불쾌함을 줄 수 있다. 직원들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거란 생각이 든다. 특히 도급업체를 통해 온 사람들일 경우 더 그럴 듯 싶다.

나는 알라딘과 Yes24를 고맙게 생각한다. 물론 나의 개인적 상황에 따른 것이다. 단순히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나의 삶에서 한동안 잊혀졌던 책을 Yes24의 서비스를 통해 다시금 살려낼 수 있었고, 그때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Yes24 블로거들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의 경우는 기반이 인터넷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항상 인터넷 사용자를 위한 반걸음 앞선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가 크다.

웹 기반이라고 해서 기업의 마인드가 항상 열려있다고는 볼 수 없다. 어떤 기업은 여전히 오프라인일 수 있다. 물론 이번 논란은 그래도 기업이라는 어쩔 수 없는 알라딘만의 오프라인 찌꺼기 마인드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알라딘의 온라인 모험 모드가 항상 좋았다. 먼저, 예전 이글루스 블로그를 운영할 때 느꼈던 거지만 이글루스와 알라딘과 협업한 것이 '라이프로그' 서비스의 도서 검색 및 포스팅이었을 것이다. 이점 때문에 내가 알라딘으로 옮겨온 계기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들의 온라인 모험은 재밌고도 쉽다. RSS가 널리 퍼지기 전에 '한rss'를 통한 서비스를 소개한 것도 알라딘으로 기억한다. 또 TTB라는 고객 광고 수익 프로그램은 어떤가. 이것도 당시 구글의 광고 수익 프로그램에 발맞추어 자신들의 서비스에 접목하여 이뤄낸 것이 아닌가. Yes24의 경우 이러한 광고 수익 프로그램이 한참만에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또, 이것은 부수적인 거지만, 미국의 아마존과 같은 포장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알라딘에서 말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서비스에 해당하겠지만, 어쨌든 항상 마인드는 온라인의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만 가능할 것이다. 또 나의 인터넷 브라우저 사용 중 70%는 파이어폭스이고, 20%는 구글 크롬이며, 나머지 10%는 MS의 익스플러러이다. 처음 파이어폭스 사용시 Yes24및 리브로, 인터파크 등등 다른 사이트들은 깨져 보였지만, 알라딘의 경우 꽤 근사하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 정말 파이어폭스로 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더구나 내가 사용하는 익스텐션(파이어폭스에서 사용하는 확장 기능) 중 'context search'라는 놈에 맞는 유일한 온라인 서점은 알라딘 뿐이었다. 지금도 Yes24는 안될 것이다. 나는 아마존과 알라딘을 '컨택스트 서치'에 넣고 활용한다. 이 확장기능이 뭐냐면, 인터넷 보다가 책 이름 나오면 거기에(텍스트에서) 블록만 지정한 후, 마우스 오른쪽 키를 통해 알라딘 검색 기능을 이용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새 창이 뜨면서 검색된 책이 알라딘에서 보여지는 기능이다(물론 이런 것은 사전기능으로도 이용 할 수 있다). MS의 경우 익스플로러 8버전에서 그나마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지만, 검색 지정이 하나만 되는 듯 하다.

지금은 어떨까? 현재는 '유저스토리북' 이라는 곳을 통해 또 다른 온라인 서비스를 개척하고 있다. 물론 어떤식으로 협업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사이트는 직접 알라딘 구매 서비스와 연결된다. 모든 서비스가 알라딘의 주체적인 기획에 따른 것은 분명 아니겠지만, 이렇듯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온라인에서 보인 알라딘의 행보는 작은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듯 하다. 약간은 방향성을 잃어버린듯...

어쨌든, 알라딘의 경우 온라인 유저의  입맞에 맞추어 행보해왔다는 것은 나는 몸소 체험해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노동자의 해고 논란에서 알라딘은 분명 유연한 행동을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것이고, 블로거들이 요구했던 알라딘 답변 또한 상당히 메뉴얼적으로 보여진다는 데에서 실망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알라딘이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알라딘 이용자들이 항상 드러내놓고 있진 않지만, 알라딘이 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응이 빠른 것도 있고, 늦은 것도 있지만 어쨌든 나중에 피드백으로 좋던 싫던 받게 되어있다. 앞서 나의 좋았던 기억들은 긍정적 피드백의 한 종류이고, 여러 블로거들이 내놓고 있는 불매운동은 부정적인 피드백의 한 종류일 것이다. 어쩄든 이런 것들은 알라딘을 향하고 있고, 알라딘이 접수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참여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알라딘에 대한 좋은 인상때문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 같지도 않다. 하지만 사실이다. 깊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나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주저하고 있다. 거대한 담론이라서 그래서 몇몇 블로거들이 애를 써도 안될거야라는 자포자기 때문에 그런것이 아니라, 해고 노동자의 요구를 다 들어주어도 나에게는 뭔가 찜찜한 것이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때문일 듯 싶다.

이것은 정치에서도 해결 보지 못한 것이다. 여전히 과정속에 있고, 정치에 따라 흔들거린다. 경제에 따라 흔들거린다.

알라딘과 해고 노동자 사이에는 도급업체(인트잡)가 있지만, 도급업체와 알라딘, 그리고 도급업체와 도급 노동자 사이의 관계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알라딘의 입김이 도급업체에 바로 작용할지, 도급업체의 입김이 도급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는 알지 못한다. 왜 노동자들이 도급업체와 자발적 계약을 맺어야하는지도 나는 알지 못한다. 도급업체가 경제가 아주 활황일때도 없어질 거라는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논란의 해고 노동자가 원하는 데로 알라딘이 들어준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까? 이게 찜찜한 것이다.

그렇다고 알라딘의 고용 상황이 엄청 좋아졌다고 한다면, 다음은 Yes24로 옮겨가서 불매운동을 펼칠 것인가?

물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멍하니 지켜보겠다는 말인가?'하고 말이다.

아쉽게도 나의 경우엔 정말 그렇다. 지켜보겠다는 것. 하지만 멍하니 지켜볼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앞에 온라인이 어떻네, 피드백이 어떻네 하며, 주절주절 썼다.
 
내가 불매운동을 한다면 최대한의 모든 서비스를 끊을 것이라고. 어떤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한다해도...

또...

뭐가 되었든 나는 기억하고 있다고.


PS.
1. 이 포스팅은 주로 알라딘을 향한 말임을 알아주시길...

2. 해고 노동자 김종호씨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3. 이런 불매운동의 경우 가장 중요한 점은 '바람구두'님 언급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싸움'이라는 것을...
누구를 도와주고 안도와주고를 떠나 자기자신을 위한 불매운동임을 기억해야 할 듯...
즉,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나아간대도, 불매운동을 바로 이 순간 그만둔다하더라도 다른 제3자가 뭐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 단 이러한 개인적인 불매운동이  알라딘의 (비판을 넘어서) 헐뜯기로 가는 경우에는 서로 지는 게임이 될 것을 기억해야 할 듯....

4. 그나마 긍정적인 사회는 항상 기억하고 있다는 것...바로 까먹으면 요즘 처럼 됨....

5. 예전부터 '왜, 나는 알라딘을 이용하는가?'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려보고는 싶었는데 대략적이나마 올리게되었다. 음....오히려 유감스럽게 이런 논란속에서 써먹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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