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친구가 삼성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NC-10을 샀을때만하더라도 시큰둥 했었다. 작기만 할 뿐 그다지 별 효용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친구는 넷북을 60 몇 만원에 샀다고 자랑까지 해댔다. 가격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 친구의 반응에 어리둥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비싸서 놀랬고, 그 친구는 싸다고 기쁨에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에게는 넷북이나 노트북이나 그게 그거였다. 그런데 후에 내가 더 놀랜 것은 그 친구는 정말 싸게 샀던 것이다. 아는 사람에게 출시되자 마자 산거였는데, 그때 가격은 80만원대로 기억한다. 그 뒤 어느정도까지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로부터 1년뒤, 별 효용가치없다고 판단한 기기를 나도 구입했다(LG mini X130, 2G 업글, 하얀색으로..). 그 이유는 작아서...

마이크로트렌드, 마이크로트렌드 하더니 정말 대세긴 대세인 모양이다. 원래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 교육용 컴퓨터로써 보급할 목적으로 시작된 '100달러 PC'는 사실 소위 '있는국가'의국민들이 보기엔 꽤 괜찮은 악세사리쯤으로 보인것도 사실이다. 애들 교육용이라 꽤 귀엽게 나온 그 모델은 사실 나에게도 괜찮은 악세사리나 가젯으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간단히 웹을 들락거릴 수 있다는 것, 더불어 간단한 어플리케이션까지 돌릴 수 있다니, 꽤매력적이지 않은가. 물론 적절한 가급적 싼 가격이라면...

넷북 시장은 어느센가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순식간에 휙~~ 자리이동을 해버렸다. 정말 피 튀긴다. 어느정도냐면 출시된지 한달이면 벌써 아득해진다.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같은 회사의 앞선 상품들을 뒷선 상품들이 비키라고 밀어낸다. 넷북은 파는 사람(제조업체)도 사는 사람도 꽤 골치가 아프다. 파 는 사람 입장에서는 넷북 자체가 그리 특화되어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 성능은 봉인(듀얼코어가 넷북으로는 들어가지 않음)되어 있고, 시장 판도가 플랫폼 중심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출시된 기기에 의해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고 있으니, 어느정도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버즈(buzz)를 유지시키려면 동시 다발적으로 곳곳에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떨어뜨려주어야한다는데에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 돈 될 것을 위해 미리 떡밥을 발라 놓는다고나 할까. 대만 업체들이 우리나라및 해외에서 하고 있고, 삼성이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하고 있다. 델이나 HP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조용하지만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근데 LG는? 오히려 넷탑을 공략하려나? 아님 한번에 먹으려고? X120이 초반에 비해 너무 힘이 떨어진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지진 않을텐데...

암튼 작년부터 맛보기로 하나씩 나오더니 올해에는 무차별적이다. 이런 무차별적인 넷북의 출시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넓혀준 듯 하지만, 입맛만 다시게 만드는 간질거림을 선물해 주었다. 이게 성능이 성능인지라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계속 새롭게 출시되는 넷북들은 이미 구입한 소비자에게 자극만을 더해준다. 결국 뜯어보면 성능이 다 똑같이 개판 5분전이라 이젠 아예 새로운 플랫폼만 나오길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슨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이젠 아톰이라는 단일 CPU가 넷북을 대표했던 거와는 조금 다른 그래픽 칩셋이 하나의 또 다른 다음 버전 넷북을 대표한단다. 물론 이 칩셋은 아이온이라 불린다. 그만큼 사용자들이 그래픽에 목말라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리라. 가격은 한층 올랐다. 지금 넷북의 시장을 버티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 디자인의 힘이다. IT의 가젯이 아닌 패션 악세서리로서의...(물론 넷북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기능인 이동성 즉, 소형화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 소형화는 기능성보다는 여전히 패션의 카테고리안에 놓여있다)

또한 어떻게해서든 이 알 수 없는 파도 위에 올라서기 위한 여러 제조업체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누가 대만의 중소업체들이 HP와 Dell을 월드 마켓 일부에서나마(특히 유럽시장) 누르고 수위를 차지할거라고 예상을 했겠는가. 특히 국내의 소비자들은 올해 초반 환율의 변동이 급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착한 가격으로 나와준 이 해외업체들에게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 더군다나 다양한 제품의 라인업을 통해 그들이 지속적인 서비스 가능 업체로 인식되어지면서 AS를 희생하고 가격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AS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뽑기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도 물론 가지고 있을 테고...

소비자들은 단종되어질 뻔한 XP도 생명 연장을 시켜 놓은 상태이다. 더구나 XP의 까닥까닥하는 수명때문에 아쉬워야할 소비자들이 윈도7의 능글능글하니 들어맞는 성능때문에 일시 환호를 지른적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OS 라인의 불법화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확실히 예전보다 세졌다. 윈도7의 출시와 더불어 다음 넷북 라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지금은 확실히 폭풍속의 찻잔이다.
몇가지 대형 이벤트가 한쪽에 몰리고 있는 형상이다. 이러면 evolution이 등장할 수도 있는데...

앞에서 마이크로트렌드라고 언급했는데, 마이크로트렌드 다음엔  반드시 메가트렌드가 온다. 그것이 단일 서비스든 통합된 컨버전스 시스템이든 분명 거대한 하나의 유틸리티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꺼져가는 와이브로의 불꽃을 다시 지필 수도 있는 거고...(잘은 모르겠다)

생각해보자. 과연 어머니나 아버지들이 넷북을 사용하고 싶어하실까? 물론 바로 사용은 하지 못하실테다. 왜냐하면 아직 문자 보내는 것도 버거워하시는 부모님들이 상당수 계시니까. 하지만 한번 알고나면 별 것 아니구나 하실테다. 다시말해서 세상이 변하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릴 수 밖에... 세상은 점차적으로 다변화되어 구시대를 밀어내지 않고 다시 불러들여오는 형국이다. 와이브로를 사용하든 HSDPA를 사용하든 약간의 여유만 있다면 넷북을 얻을 수 있다. 핸드폰의 쓰임새보다는 분명 어렵겠지만, 우선은 접근성이 쉬어지고 있다는 데에 생각할 여지를 둘 수 있다. 물론 넷북보다는 넷탑이 부모님들에게는 더욱 접근성이 좋을 것이다. 거기에 와이브로를 장착한다고 한다면, 자식이 외지에 나가있는 부모님은 정액제 말고 종량제를 사용하는게 더욱 이득일 것이다. 물론 고스톱이라도 치시면 정액제가 더 이득이겠지만...사실 이것이 긍정적인 결과인지 부정적인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넷북 하나 사고 너무나 말이 길어졌다. 아는 것이 없어서 더 이상 쓸 수도 없겠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정보마저도 유틸리티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고, 이미 생활속에서 정보의 쓰임새는 하드웨어를 불러오지만 결국엔 말 그대로 데이타 덩어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중요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 하드웨어는 넘치고 정보는 쏙쏙 숨어들어가면 그걸 끄집어내기 위한 엔트로피 비용만 높아져갈 것이다. 그러니 메가트랜드화 될 수 밖에... 여전히 세상은 낚고 낚이는 관계인 걸까?
누가 도깨비가 되는 걸까?


PS.

-- 넷북 이야기하다 어쩌다 이렇게 쓰여지는지...암튼 X130은 오프라인에서 샀습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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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되면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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