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더 비기닝 - Star Tre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하실 분은 이 글을 읽지 말아주세요....**

드라마에도 멋진 엔딩이 있다. 아니, 그런 멋진 엔딩이 있는 드라마가 있다. 나에게 그 드라마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최신판 '엔터프라이즈'이다(최근작이라고는 하지만 2005년에 이미 시즌 4로 종영하였다). 수많은 퀘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여 치하받는 그 엔딩. 어찌 잊을수 있겠는가. 천장에서 쏟아져내려오는 빛, 그 속에 역대 스타트렉 함장들이 웃음지으며 서있는 그 모습들. 엔터프라이즈 커크 선장은 스타트렉 연대기에서 첫 출발을 끊은 선장이었지만, 가장 마지막 작품이 프리퀄로 보여지다 보니 그의 후손격인 다른 선장들로부터 치하받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마지막 엔딩은 이미 브라운관을 박차고 나와, 우주 공간으로 진출을 염원하는 현재 인간들의 희망을 담은 것이다. 멋진 엔딩이었다. 이젠 스타트렉도 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스타트렉을 보았다. 올해 영화중 가장 기대작이었다. 심지어 터미네이터나 트랜스포머보다도. 암튼 이 스타트렉의 영화판 제목은 더 비기닝이다.  

           

간단한 내 나름대로 평을 하자면, 그냥 애들 모드로 보기 쉽다. 스타트렉을 보러 왔지만 보는 도중 스타트렉은 잊는다. 또 흘러가는 시간도 잊는다. 그냥 재밌게, 2시간 정도를 즐겁게 보낸다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쉬운 영화이고, 스타트렉 시리즈의 나이가 풍기는 무게감은 사실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스타트렉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이 영화를 봤다면, 사실 그는 스타트렉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클래식하면서도 왠지 군더더기 없는 그 쫄쫄이복, 대단한 위력을 지닌 광선총 같지만 생김새는 전기충격기+가스총 같은 초미래식 딱총(재밌는 것은 몇 방 쏜 후에 자동으로 장전되는 소리가 충전되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 초미래식 리볼버같은 느낌), 또 스타워즈 끝난 후 어디서 뭐 먹고 살았는지 모를 그 다양한 외계인 엑스트라들(그 중엔 드림웍스의 유명한 주인공 피요나 공주도 나온다..ㅎㅎ 반가워~~), 그리고 스타트렉의 영원한 심볼인 원반 비행선 등등 몇가지 것만 보더라도 이런것들이 트레이드 마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듯 싶다. 기술적으로 보여지는 워프와 텔레포트(순간이동)는 스타트렉의 특미이다.

그리고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사실 별거 없다. 스타트렉의 이번 편 타이틀인 '더 비기닝'은 단순히 시간만 스타트렉 연대기 저 출발점으로 돌려놨을 뿐, 왜 '더 비기닝'이 시작점이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이런 지루하게 흐를 법한 설정은 과감히 생략해버렸다. 개인적으론 편집이 툭툭 끊기는 느낌도 받았지만, 워낙 이런 것들은 자주 당하는지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영화 자체가 드라마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드라마가 보여준 그 당위성을 영화에서도 억지로 계승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그 하나의 예가 소박함이다. 스타트렉 하면 계보가 있다. 어떤 선장에서 어떤 선장으로 이어진다는 그 계보.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스타트렉 자체가 거대한 우주선을 모는 선장들의 일기이다. 거기에 열악한 자금내지 기술력 부족때문에 예전 TV 시리즈때부터 스타트렉은
사실상 함장을 중심으로 한 기동대 영화로 볼 수 있다. 엔 터프라이즈호만 보더라도 이 거대한 우주선은 전투선이 아니다. 탐사선이다. 왜 전투선이 아닐까라는 질문들을 모아 해답을 들려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정말 '더 비기닝'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더 비기닝'은 단순히 꼬마 커크가 갑자기 주정뱅이 커크로 자랐다가 어느순간 연합군 천재 커크로 성장을 한 후, 삐리리리리리리리리....스포일러로 인해 이 부분은 지움... 삐리리리리리리리....   그렇게 커크의 단편적 외형만 이야기하는 꼴이 됐다. 나로선 '이런것이 스타트렉의 시작점일 순 없어~~~'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더 비기닝'에 대해 약간 첨언을 하자면, 왜 탐사선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해야한다. 그럼 왜 탐사선일까? 그것은 말 그대로 탐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지구인들은 우주에 대해 백지 상태이다. 상대성이론은 알아도 무슨 무슨 외계 종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리고 이제 막 항성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한 상태이다. 그것이 바로 워프엔진이다. 그러니까 왜 탐사선일까라는 질문은 워프엔진과 관련되어 있다. 워프엔진은 사실상 하나의 패권주의를 상징한다. 우주 문명을 나누는 결정적 핵심인 것이다.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 시리즈물을 보면 나온다. 오래전에 봐서 기억 나지는 않지만 지구에서 개발한 워프는 이제 막 베타버전을 떼낸 초기 엔진이다. 워프 속도가 1.5정도 나온다(약간은 기억이 가물가물...). 그렇다면 지구인의 조력자 혹은 동맹군으로 나오는 벌칸의 워프 속도는 어느정도 일까. 벌칸족의 워프는 7레벨이다(이것도 가물가물...). 그러니까 지구인들은 이 워프엔진으로 전투를 치룰 수 조차 없다. 그러니까 유유히 우주를 산책할 수 밖에. 영화에선 이것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아마 일부러 넣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지구인들이 스타트렉하기까지의 자생적 이야기는 러닝 타임만 잡아 먹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우주를 탐사하기도 전에 어떻게 벌칸인과는 함께 하는가? 이것이 '더 비기닝'의 두번째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더 비기닝'의 시작점은 바로 '미지와의 조우'로부터 비롯된다. 그 '미지'는 바로 벌칸족이다. 왜 벌칸족은 갑자기 지구인들 앞에 나타나게 되었을까? 다시 앞서 꺼낸 '워프엔진' 때문이다. 워프엔진이 만들어지기 오래 전부터 벌칸족은 지구라는 행성의 존재를 알았고,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는 종족에 흥미를 느껴왔다. 전쟁을 자주 하긴 하지만 평화를 사랑한다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 감정들로만 넘실거리는 인간들은 그들에겐 흥미거리였다. 더구나 생김새도 비슷하다(뾰족귀만 빼면 아인슈타인의 쌍둥이 패러독스에 나오는 그 쌍둥이들일 수도...). 그런데 오랫동안 지구를 훔쳐보고 있는 와중에, 지구인들이 결국 우주의 비밀을 그들의 책상머리에서 풀기 시작했다. 상대성 이론부터 시작해서 어느샌가 양자역학을 넘어가더니 이젠 양자공학까지 실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워프엔진이다. 벌칸인들이 보기엔 지구인들이 누군가에게 외계인으로 불려질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것은 이젠 시간문제였다. 어차피 알려질바에야 짠~~하고 나타나 통성명도 하고 우호적으로 지내자고 한다면 지구인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거기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워프기술 몇가지 흘려주면 엄청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벌칸인들에겐 후진기술이다.

이게 대체적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이야기일 듯 싶다. 영화속에선 무슨 다큐 영화 빨리 돌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주는 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그 래서 아마 삭제하고 이야기의 전제를 뒤집는 시간 여행으로 잡은 듯 하다. 이러면 모든 것이 평행 우주 관점으로 돌아가 현재 커크의 우주는 원래 흘러가야 하는 이야기와는 독립적이게 된다. 이것을 풀어쓰면 한마디로 외전이라는 말...  자세한 것은 아쉽지만 말할 순 없겠고,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스포일러 꺼리도 안되는 듯 해서 옮겨본다.

사실, 본 시리즈에서는 그 워프엔진을 개발한 당사자가 커크 선장의 아버지로 나온다(이것도 기억이 가물가물..). 그리고 아들인 커크 선장은 그 엔진의 첫 수혜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워프엔진에 관련한 것들은 이미 '더 비기닝'에서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엔터프라이즈호는 스타트렉의 초기 버전이라는 것을 무슨 수로 설명을 해야될까. 물론 커크가 몰게 되는 탐사선이라고 하면 그게 바로 스타트렉 초기 버전이지만, 기술적으로도 몇가지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순간이동(혹은 공간이동, 텔레포트, 텔레포테이션) 이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초기버전은 여전히 연구중인 베타버전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이 스토리를 관장하는 소재는 베타버전 기술이 있어야한다. 앞서 말했듯이 워프의 기술적 제약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써먹지도 못한다. 워프를 이야기하려면 길고 긴 '미지와의 조우'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시금 해야만한다.

따라서 순간이동에 제약을 걸면 된다. 그것은 정지했을때만 순간이동이 되고, 심하게 움직이거나, 이동중이거나, 심지어 워프하고 있는 우주선으로는 공간좌표 설정이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것도 멋지게 우회한다. 영화를 보면 안다.

암튼, 몇가지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더 비기닝'이 사실 반쪽짜리 비기닝이 되어 버렸다. 아니면 이런 비기닝은 계획적으로 철저히 이 영화 감독인 JJ 에이브람스에 의해 바꿔치기 당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만의 서사시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트레키보다 미래의 트레키가 더 쏠쏠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전히 선장 위주의 각개전투로 나간다면 말이다.

암튼 JJ 에이브람스의 연출력은 의외로 높게 평가해주고 싶다. 기존의 스토리를 갈아엎고 새로운 뭔가를 집어넣는데, 그것이 과거와도 상충안되고 기존 트레키들의 원성도 잦아들게 하는 그런 그의 기법은 흔한 수법이긴 하지만 영화상 논리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평행우주를 만들어 거기서 진행시켜버린다는 그의 기법이 말이다. ㅋㅋ..대단해..

몇가지 아쉬운 점도 써봤지만, 역시나 흥미로운 영화 관람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나에게는...

과연 새로운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에서는 우리의 지구인들이 홀로그램방을 만들 수 있는 그런 때가 올까? 아니면 어느순간 아무 이유없이 존재하게 될까? 그것은 앞으로 진행될 시리즈를 보면 될 듯 싶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흥미진진했던 영화라 나름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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