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살어리랏다 - 아름답게 되살린 한옥 이야기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 지음 / 돌베개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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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살어리랏다를 읽었다. 제목한번 그윽하다. '한옥에 살아 보겠다' 정도로 들리는데, '지금은 그러하질 못하니 애달프다'라는 안타까운 떨림이 전해온다. 사실 '살어리랏다'만 보면 모호하다. 앞서 말한 반대의 의미로도 통한다. '어쩔수 없이 살아야한다. 이왕 이런거 살아야지 별수있나'라는 현실에 순응은 하겠지만 그래도 원망 어린 소리도 묻혀있다.

어쨌든, 지금이라는 시제에서 보면 둘 모두 상심에 어린 말임은 분명하다.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던지, 살기 싫은데 살수밖에 없다던지 말이다. '청산별곡'을 불렀던 누군가도 그러했으리라. 그러니까 '살어리랏다'에는 살아가는 와중에 배인 절절한 희망과 향수가 뒤섞여있다. 이 책은 희망가를 부른다. 한옥의 보급이라는 희망가가 글과 사진으로 버무러져있다. 그것도 낡고 오래된 한옥을 새로이 단장해 놓은 집주인들의 희망가라기보다는, 이 책을 읽는 이들을 향해 한옥에 한번 살아보지 않으련가 하고 꼬셔대는 한옥 건축가들이 흙과 돌과 기와로 켜는 희망가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한옥'이라는 낱말보다는 '살이'라는 낱말에 무게가 더 실린다. 당연하다. 같은 말이라도, 한옥을 소유하고 싶다고 말하기보다는 한옥에서 살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에도 책 소재가 한옥이기 때문에 살이에 대한 선망은 결국 한옥으로 인함이다. 사실 살이는 상상속에 그려진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한옥 건축물들은 빛과 소리와 공기를 담아두고자 하는 집주인들과 한옥 건축가들의 애정어린 작품이다. 사실 책에는 집주인들의 목소리는 거의 드러나 있진 않는다. 좀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은 된다. 그럼에도 오래되고, 답답하고, 퇴색한 한옥이 시원하니 열린 공간으로, 있는 듯 없는 듯한 여백의 공간으로 변모함은 곧 한옥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한 전통 회복이며,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 꿈틀대기 시작하는 한옥의 진화이다.



p.64 ~ p.65에 실려있는 '쌍희재' 모습...


필자들의 목소리로
담담히 소개하는 글들을 읽노라면 마치 책 속에 실려있는 각각의 한옥에 들어서 있는 듯 생생하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이쁜 사진들은 부족한 상상을 채워준다. 글과 사진 모두 살아있는 이 책 자체로도 멋지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프레임 밖 풍경은 글들이 아쉬움을 채워준다. 한 옥이라는 소재와 어울려 글에도 기품이 서려있다. 글들을 읽노라면 마냥 머리속에서 지어진 한옥의 조각 조각을 상상만을 통해 꿰어 맞추기가 쉽진 않은데, 사진과 설계 도면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글로도 충분하고 사진으로도 만족한다.

한옥도 한옥이지만, 이 책... 그러니까 멋진 사진도 있고, 깔끔한 글로 채워진 책들을 읽길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에 대한 만족감이 책 소재의 만족감만큼이나 크다.


한동안 전통과 단절되었던 한옥이 기지개를 켜대는 새로운 진화를 책속에서 느껴보시라.

PS.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구매하셔도 좋을 듯한 책입니다. 책값은 비싼편인데, 40% 세일해서 팔더군요. 잡지처럼 읽으셔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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