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다윈주의가 우리의 생활을 강타하고 있다. 이것은 정보의 진화이다. 정보의 진화는 생활 패턴마저도 바꾸어 놓았다. 또한 시간이 흐르고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할수록 정보의 의존도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정보는 분명 많은 욕구(니즈)들의 원천이며, 바램이며, 표현이다.

'정보'를 이야기 하기 위해 책 하나를 끄집어 낸다. 책 이름은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2007, 승산)이다.

제목에도 직접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지만, 책에 서술된 정보는 과학이라는 틀안에 놓여져 있다. 정보 자체는 장르가 없지만, 이 책에서의 정보는 (과학이라는) 장르를 갖는다. 과학안에서의 정보는 우리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싶은 일상적(통념적, 관념적) 정보가 아닌, 실제적 정보이다.

일상적 정보는 일종의 처리된 정보이다. '정보처리기'라는 블랙박스안에 내장되어 있는 필터를 통과한 정제된 정보이다. 즉, 일기예보라든지, 주식시세, 컴퓨터의 OS 설치하는 법, 빨래의 때를 더욱 잘 빼는 법등등 이런 일상정보는 날것의 형태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의 손을 거쳐 처리된 것들이다. 이런것들은 정보와 관련되었다기 보다는 정보처리와 관련이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상에서는 정보처리와 정보 자체의 구분이 거의 없다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과학이라는 장르안에서 보여지는, 처리되기 이전의 그 무엇(정보)은 도대체 뭘까? 이 역시 제목에 나와있다. 정보는 곧 '언어'라고 말이다. '언어'는 표현을 위한 도구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보는 무엇을 표현하려하는가? 바로 이것이 이 책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과학이라는 장르를 지닌 정보는 우리와 우리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실재성)의 표현이며, 또 그 물질이 놓여져 있는 공간(차원)의 표현이다.

저자(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는 책에서 정보(information)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 (중략) 그러므로 정보(information)는 형상이 없는 존재에 형상을 주입(infusion)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de-, con-, trans-, re- formation은 각각 형상을 해소하기, 한데 모으기, 변화시키기, 새롭게 하기를 의미한다. (중략)...- p. 42


이렇게 무엇인가를 구체화시키고, 형상을 만들어 실체(혹은 실재)를 느끼게 하는 것을 정보라고 간단히 책에서는 설명해 놓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상이고, 실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 책에서는 과학적 체계안에서의 원천이 되는 실체를 풀어놓는다. 곧 원자론부터 시작하는 개괄적인 물질사와 과학사의 설명이다. 

왜 원자가 중요할까? 이것도 책 제목에 나와있다. 제목에서는 '새로운 언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새로운'은 고전물리 이후의 현대물리뿐만 아니라, 현대물리에서 더 나아간(진보한) '양자물리'의 영역까지를 지칭한다. 결국은 앞서 말한 '정보는 무엇을 표현하려하는가'의 답이다. 바로 '양자물리'를 말하고자 함이며, 현대물리와 양자물리를 잇는 고리의 역할을 원자 그리고 그보다 작은 미시세계의 입자들이 맡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마디로 우리와 우리 세상(우주까지 영역으로 확대하여)의 비트들을 설명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니 제목만 이해한다면(물론 책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을 들여다봤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전반적인 책의 내용은 뭐라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개괄적인 물질사와 과학사(특히 아인슈타인 이후의 역사)를 여기에 옮겨 적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고대에도 연금술사가 있었고, 중세에도 연금술사가 있었다. 이들은 '연금술'이라는 계량화(혹은 정량화)되지 않고, 과학화 되지 않은 오로지 호기심과 가정만으로 금을 쉽게 얻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 선구자(?)들이다. 그들이 벌린 수많은 시도들은 결론을 보지 못한채 '연금술'이라는 명칭을 부여 받긴 하였지만, 어쨌든 부자가 되진 못했다.

수많은 연금술사가 욕망의 노란 덩어리를 원했음에도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왜 실패를 하였을까? 사실 엄밀히 말해서는 그들은 금을 만들기 위한 비교적 과학적이고 정확한 공정을 거쳤다. 그들이 썼던 도구들이 구닥다리라 결과를 보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이 공정은 현대에 와서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우리가 쓰는 도구들도 구닥다리이기 때문이다.(물론 다른 공정이 있을 수는 있다.그 예로 방사선으로 원자의 핵을 변형시켜 다른 원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인터넷에선 KSTAR라는 핵융합이라는 공정을 거치는 인공 태양이 웹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에서 오르내리고 있긴 하지만,인공태양을 연금술에 대입해보면 쉽게 그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태양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인공태양이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태양계를 이끌고 있는 실제 태양도 금을 만들 수 있는 용기가 아니다. 자격을 부여할 수도 부여받을 수도 없다. 태양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기율표를 보면 수소(원소기호 H)는 1번이고 헬륨(원소기호 He)은 2번이다. 이는 우리가 발견한 우주의 원소중 첫번째와 두번째로 가볍다는 의미이다. 그 엄청난 핵융합반응은 기껐해야 헬륨뿐이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런데 그 어느 누가 도가니 속에서 금을 만들겠는가. 참고로 백금(원소기호 Pt)은 78번이고, 금(원소기호 Au)은 79번이다. 백금이나 금을 자연상태에서 만들어내려면 엄청난 에너지원과 그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산소원소까지는 별의 일생중에 만들어지지만, 그 이후의 원소는 별의 종말 이후(적색거성 이후)에 만들어진다. 별이 폭발하면서 더욱 많은 에너지를 내놓게 되고 그 여파로 기존의 원소들이 융합되면서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50억도까지 오르면 철(Fe)이 생겨나고, 그 이후에 더욱 높은 온도에서 더 무거운 원소가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원소는 우주의 먼지와 가스가 되어 우주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이 예에서만 보더라도 원자라는 정보는 더욱 진보된 패러다임을 불러온다. 여기에서의 진보란 계단을 통해 밟아올라가는 등정이 아니라, 조금더 깊숙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탐구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원초적 힘을 갖는 실체에 대한 이해이다.실제성에서 정보는 바로 원자를 위시로 한 여러 입자(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소립자들...)를 가리키며,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조차 새로운 컴퓨팅의 역사를 쓰기 위한 재료이다. 이 속성은 바로 '스핀'이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입자의 회전성이라 보면된다. 이 회전에서 동시성과 병렬성을 함축하고 있는 양자계산이라는 우주적 컴퓨팅(거대한 확률기계)을 이끌어내려하고 있다. 

얼마 안있으면, CERN의 LHC(대형 강입자 충돌기 Large Hardron Collider)가 가동될 것이다. 모든 물질이 원자들로 이루어졌다지만, 이 원자들만으로는 상호간에 영향을 주는 힘(Force or field)을 기술하진 못한다. 원자는 하나의 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핵의 크기와 비교하여 전자들은 꽤 넓은 공간을 점유한다. 원자의 핵이 축구공만한 크기라면 핵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돌고있는 전자는 무려 800m정도 떨어져있는 것과 같다. 핵과 전자 사이의 거리는 텅비어있다. 이런 원자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실체는 텅빈 공간과도 같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할까?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적으로 대전된 척력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힘들을 이해하려면 원자의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원자는 '쿼크 Quark'와 '렙톤 Lepton'이라는 물질 구성 입자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이것들은 또  힘에 대응되는 매개 입자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힘 매개 입자'들 중 '힉스 Higgs'라는 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위에서 예를 든것과 마찬가지로 금원소를 만들려면 탄소나 산소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훨씬 뛰어넘는 더욱 큰 에너지를 가져야 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우리는 더 큰 현미경이 필요한 것이다. 이 거대한 충돌기는 테라스케일의 에너지 영역(Tev, 테라 일렉트론볼트)을 다룬다. 물론 힉스 입자가 발견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 what really goes on at the Large Hardron collider -


우리도 핵융합로를 가지고 있다. 정확하게는 '초전도핵융합실험로'이다. 물론 시뮬레이션용이다. 발전용은 아니다. 앞서 말한 태양을 모방한 작은 그릇이다. 이 그릇은 차후에 우리가 엄청난 에너지(그것도 청정한)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최소한 기술력은 쌓고 있다. 갈수록 고갈되어가는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태양 에너지다. 미국은 엄청난 땅 덩어리위에 태양 에너지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그만한 땅 덩어리가 없다. 그래서 KSTAR는 우리를 고무시킨다. 이 그릇은 '토카막(Tokamak)'이라 부르는데 내부가 자석으로 이루어져있다. 자석도 그냥 자석이 아니다. 초전도체이다. 이 원리는 가장 원초적 정보를 이용한 것이다. 원자를 이루는 전자는 궤도를 돌다가 원자의 핵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원리이다. 초전도체를 쓰는 이유는 고온의 플라즈마가 용기의 벽에 닿지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태양을 어떤 그릇에 담을 수 있을까. 이 플라즈마는 2억도나 나간다. 2억도는 앞서 말한 태양의 중심부에서 수소원자 4개가 핵융합하여 헬륨을 내놓는 온도이다. 그래서 공중에 띄어놓는다.

** 링크 : 한국산 인공태양이 조만간 뜬다<주간한국에서..> 바로 위의 그림 출처가 있는 사이트
** 링크 :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태양 에너지 네트워크 계획 <A Solar Grand Plan>

공간에 띄어놓는 물질이 또 하나 있다. 그런데 물질이 아니다. 이 이유 때문에 진공상태에 띄어놓는데, 그것은 '반물질 anti-matter'이라서 그렇다. 반물질은 물질과 만나면 에너지를 쏟아내며 붕괴한다. 그래서 이것도 초전도체로 둘러쌓인 용기에 들어있다. '반물질'은 '스타트렉'의 추진원료이기도 하다.


:: 끝마치며 ::

양자역학이라는 영역은 존재라는 철학적 명제를 지닌 물리학의 최전선(edge)이다. 볼츠만은 보이지 않는 존재(원자)를 주장하다 당시 종교계와 학계에서 신학적 태도를 버렸다는 신랄한 비판을 받고 상실감에 빠져 좌절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책에서 내내 주장하는 것은 사실 명확한 실재가 아니라 모호한 실재이다. 이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를 지칭한다. 분명 존재는 하는데 명확히 집어낼 수 없는 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법칙이다. 전자는 가장 좋은 예이다. 전자는 그 하나하나를 집어낼 순 없다. 그냥 구름으로 표시한다. 왜냐하면 확률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호한 실재에 대해 정량화 시키는 방법으로 각각의 실재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고, 그 '정보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정보용량을 결정하는 '섀논'의 <정보이론>이 있다. 이 이론의 뼈대는 '엔트로피'와 '확률'이다. 엔트로피는 자연의 경향을 설명한다. 시간의 비가역성과 열에너지의 흐름으로 이해하면 된다. 확률은 무작위성을 의미한다. Higgs도 좋은 예이다. Higgs를 꺼내려면 추론이긴 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보이지 않는 존재를 위해 사람들은 테크놀러지를 이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테크놀러지는 의외로 판타지적 상상을 수반하고 있다.

'세헤라자데'라는 한 여인은 자신의 남편이자 나라의 국왕인 '야르왕'에게 날이세면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매일밤 한편씩 이야기를 왕에게 들려준다. 그중에 <알라딘과 요술램프>라는 이야기가 있다. 요술램프속 '지니'는 '알라딘'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들을 줌으로써 소원을 들어준다. 작은 공간의 램프속에서 '지니'는 별의별것을 꺼내준다. 비록 설화이고 판타지 문학이긴 하지만 이 속에서 양자역학을 끄집어 낼 수 있다. 이 램프는 양자역학으로 만들어진 자판기이다. 원하는 것을 몇가지 원자들의 조합으로 뚝딱 만들어낸다. '뚝딱'이라하니 도깨비 방망이도 생각이 난다. 또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안에서도 요리사 대신, 이런 양자 자판기가 승무원들에게 음식을 내놓는다.

'지니'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것들을 가져올까.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는 '양자역학'영역의 정보통신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동 Teleportation'과 관계가 있다. 공간이동이라는 키워드는 사실 '전송'에 무게가 쏠려있기보다는 '복제'에 중점을 둔다. 내가 양자적 공간이동을 수행했다면, 목적지에는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전송지에도 내가 있다. 전송지에서는 원본인 '나'를 지워야한다. SF적 상상이지만, 판타지적 상상과도 맞물리고, 이를 현실화시킬 테크놀러지도 연구중에 있다.

이러니 '정보'를 단순히 '정보'로만 볼 일도 아니다.

<덧붙임>

1. 이 책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의 리뷰는 본문보다는 포스팅 말미의 '끝마치며'라는 부분이 오히려 리뷰의 관점과 맞겠다. 이 책은 작년에 읽은 것을 이제서야 두서없이 리뷰한다.

2. 위에 언급한 '반물질'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소재로 한 책이 '댄 브라운'이 쓴 『천사와 악마』라는 책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박사가 반물질로 테러를 하려는 조직을 잡는다는 얘기이다.

3. 또 위에 언급한 '토카막'이라는 핵융합로가 있는데, 이것을 소재로 한 책이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가 쓴『돌의 집회』이다. 여기서의 '돌'이 토카막이다. 읽을만하다. 개인에 따라 갈수록 안습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4. 양자역학과 관련한 책을 몇 번 더 읽었다. 기회되면 리뷰나 포스팅을 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정도나 이해했느냐일 것이다.

5. 좋은 다큐들이 많이 있다. 오히려 다큐가 이해하기엔 좀 더 쉽고, 명확하다. 다큐를 보고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이다.

6. 이 책 이외에 또 다른 양자역학에 관련된 책 몇 권을 소개한다. 

              

 

 

 

 

『양자 컴퓨터』와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는 모두 읽은 책이다. 『아인슈타인의 베일』은 읽다 좀 지친감이 있어서 기회되면 다시 볼 책이고, 『양자 세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는 최근 나온 서적인데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다. 혹시 양자와 관련되어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시는 분은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나 『아인슈타인의 베일』먼저 읽고 다른 책들을 보는게 제일 나을 듯 싶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는 나중에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양자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세스 로이드(프로그래밍 유니버스의 저자)'는 많이 나오긴 하는데, 다른 책들과 비교하여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다. 『양자 컴퓨터』와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은 의외로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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