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g의 수수께끼 - 인간의 뇌,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떠나는 여행
섀넌 모페트 지음, 신두석 옮김 / 거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의 환경은 하나의 과학, 기술적 패러다임에 의해 순식간에 변해버린다.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부터 이 세상은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전기'의 발견은 인간이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였다.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은 곧 기존의 세상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을 향한 문이었다. 에너지는 인간이 가진 욕구 그 자체이며, 인간 집단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제 21세기가 되면서 또 다른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이 개념은 20세기 때부터 줄창 예견되었던 그러한 세상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화 세계'이다. 기존 근대적 과학의 산물인 에너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에너지 자체가 '정보'가 된다는 개념은 다른 기회에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구라는 공간을 떠나 머나먼 외계를 탐사하고, 우리의 공간안에 있지만 우주처럼 쉽게 갈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인 심해를 탐사하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내부적 탐사도 진행중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뇌'이다.

'뇌'라는 곳은 우리 다음 세대의 또 다른 패러다임이다. 이는 인간이 가진 '정보'의 수원지이다.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신 동력원'으로 활발히 연구중에 있는 기관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우주나 심해 탐사는 뒤쳐져 있을지 모르지만, 이 '뇌'라는 영역만큼은 결코 뒤쳐져서는 안된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인간 자체의 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거의 비슷한 출발선에 있다고 봐도 괜찮을 듯 싶다.

지난달에 읽은 책 『1.4kg의 수수께끼』(섀넌 모페트, 거름, 2007) 는 뇌의 일생과 더불어 저자가 만나보았던 '뇌과학'을 다루는 과학자들과의 대화와 그들의 연구 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부적으로 만난 '뇌'를 시작으로 사람의 기억과 정신을 담당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뇌까지 간략하나마 두루두루 이야기한다.

예전에『바보의 벽』을 쓴 저자로 잘 알려진 '요로 다케시'의 『유뇌론』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도 물론 뇌에 관한 호기심에집어 든 책이었다.『유뇌론』은 주로 뇌가 가진 이중성(물질이면서 마음을 만들어내는, 이원론적인)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들어있었데 반해,『1.4kg의 수수께끼』에선 저자의 고찰보다는 뇌를 연구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연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연구를 통해 인간의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아가 뇌를 대하는 사회적 이슈(일명 뉴로마케팅이라 불리는)까지 그 영역을 넓혀 훑어보는 그런 책이다. 뇌와 관련하여 일반인이 접하기엔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뇌는 대략 1.4kg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이보다 작은 1.2kg이라는데, 뇌의 크기와 천재성은 큰 관련이 없다는 하나의 사실로 이해할 수 있다. 뇌의 무게가 1.4kg이라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무게는 이정도는 아니다. 좀 웃긴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자아'를 만들어내는 곳이 머리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면, 분명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머리 자체가 우리이기에 그 머리의 무게를 느끼는 신경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다. (어디서는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이 책에 따르면, 약 80%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뇌는 뇌척수액 때문에 그 유효 무게가 1.4Kg에서 60g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뇌 척수액은 뇌가 머리안에서 떠 있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같은 이유로 뇌가 두개골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기도 한다고 나와있다. 60g이라... 이 60g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두통기가 있을때면 머리의 무게감도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때도 있긴하다.

뇌가 마음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음과 관련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보다는 예전에(2006년)  방영했던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KBS에서 '마음'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6부작으로 만들어 방영했던 적이 있다.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이 다큐멘터리가 책으로도 나왔다.  제목 역시『마음』(이영돈, 예담, 2006) 이다. 나의 경우엔 다큐로 봐선지 책은 읽지 않았다.

그렇다면 뇌가 가진 또다른 중요한 기능은 뭘까. 물론 이것은 뇌의 지엽적인 기능이다. 마음을 만들어내는 기능에 포함되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바로 '기억'이라는 메커니즘일 것이다. '기억'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경험했던 감각과 느낌을 뇌의 어느 특정한 공간에 배열하고 분류하여 집어넣는 기능이다. 물론 끄집어 낼 수 있어야 이 메커니즘이 완성되어진다.

** 기억의 매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

우리의 기억이 매일 지워진다면 어떻게 될까. 심지어 지워지는 주기가 매우 짧아지면, 그래서 10초 정도된다면? 책에서는 이러한 기억에 관련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로 『첫 키스만 50번째』라 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드류 베리모어>가 사고로 뇌를 다쳐 아침에 눈만 뜨면 머릿속이 백짓장으로 변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불행을 <아담 샌들러>가 사랑으로서 극복한다는 코믹 로맨스물이다. <아담 샌들러>는 <드류 베리모어>의 기억을 매일 아침마다 엄청난 노가다를 통해 주입시켜 준다. '사랑'이 있어야만, 이러한 '노가다'도 할 수 있다는 내용쯤 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면 된다. 나의 경우엔 괜찮게 보았다.

이 영화에선 '10초 톰'이라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데, 말 그대로 기억력이 10초 정도 유지되는 인물이다. 책에서는 실제 이와 비슷한 HM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뇌의 오른쪽과 왼쪽의 측두엽에 있는 해마와 그 부근을 수술로 제거함으로써 이 사람은 말 그대로 기억력을 10초 정도만을 유지할 수 있다. 삶이 없는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현재 우리의 세상은 정보의 세상이다. 정보를 발굴하고, 가두고, 내보내는 이 모든 과정들이 과학과 공학의 이름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이 시대는 인간 군집들의 활동이 중요한 정보이다. 기업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원초적인 모습으로 다가간다. 이 원초적인 모습은 바로 마케팅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우리 자신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뇌안의 잠재된 의식을 깨운다. 이 책의 말미에서는 이러한 뉴로 마케팅과 그로 인한 신경윤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웹의 시대에는 우리의 클릭과 관련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메타데이터로써 기업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어떠한 상품을 사는 순간 우리가 처음 회원으로 가입했을 당시의 자료는 정보로써 중요하게 쓰인다. 우리의 나이라든지, 성별, 직업, 그리고 주로 사는 상품들. 이젠 이와 같은 것이 온라인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에서는 심지어 신랑감이나 신부감을 고를때 상대 집안측에서 뇌 사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신경질환이나 본인도 알지 못하는 성격을 뇌 사진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우리가 재미로 스티커 사진을 찍듯이 뇌사진도 그만큼 대중화가 되어질 수 있다고 책에서는 내다본다. 그래서 그 방편으로 신경윤리학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하고, 실제로 신경윤리학을 연구하는 이들의 소개도 있다.

이제 뇌는 국가적 역량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이다. fMRI라는 장비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가천의대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갈수록 뇌와 관련된 연구 사항들이 학문으로서 경제적인 면으로서 그 가치가 뛰어오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뇌에 대한 연구는 또 하나의 자원으로 점차 변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임>

1. 요즘 또 다른 뇌에 대한 책을 보고 있다. 그 책의 제목은 『시냅스와 자아』(조지프 루드, 소소, 2005)

'과연 우리의 마음은 단순히 시냅스의 공간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과한가?' 라는 이야기가 있을지 없을지는 더 읽어봐야 알겠다...

2. 우리의 뇌의 가용성에 대한 말들이 많다. 아인슈타이은 그의 뇌 몇 %를 써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일반인은 보통 뇌의 몇 %를 쓴다든지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에 대한 자료로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씩 읽어보시기를..

** <The brain may use only 20 percent of its memory-forming neurons>

3. 작년 연말에 읽었던 책중에『글로벌 시대의 한국과 한국인』(이어령외, 아카넷, 2007) 이 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10명의 인사가 '경원대학교'에서 '지성학'이라는 강좌를 한 내용을 출판한 것이다. 그 중에 '뇌과학'과 'fMRI'라는 장비의 간단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가볍게든 진중하게든 어느쪽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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