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래인가? (정확히는 '오늘은 미래를 위한 그 날인가?' 가 맞겠다)

무슨 철학적으로 심도 깊은 물음 같지만, 이것은 철학적인 물음이 결코 아니다. 문득 든 생각이다.

가끔 과학 뉴스를 보다보면, 예전 과학소설(SF 소설)속 에서나 등장하던 기술 관련 소식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과학 뉴스마저도 의도치 않은 상황 속에서 보게 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어느정도는 설레발일 수 있는 기사도 꽤 많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학 소설의 지면 속이나 SF 영화의 영상속에서나 보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는 기술들이 현재 진행형인 나의 삶에서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런 관련 없는 먼 변방의 나에게까지 이같은 새로운 소식들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기술 개발은 시작되어왔고, 비록 기초적일망정 어느정도의 연구 성과도 분명히 나왔을 것이다. 어제 인공 지놈에 관련된 기사와 마주하게 된 나를 상기시키켜 보기도한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자연스레 제일 윗문장이 떠올랐던 것이다.

"내가 모르고 있는 오늘은 내가 예상하고 있는 미래(의 언저리 )이다."

대충 위의 물음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요즘 SF 장르의 『쿼런틴』(그렉 이건, 2003, 행복한책읽기)이 라는 책을 틈틈히 읽고 있는 중이다. 예전부터 읽으려했지만, 이유없이 고개를 먼저 드민 다른 책들과 만남을 하다보니 이 책은 이제서야 본다. 그래도 이 놈은 다행이다. 아직 나의 책읽기 리스트 맨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놈들도 부지기수이다.

아직 전부 읽지 않아 리뷰쓰기는 좀 그렇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고 있는 한가지 기술에 관해 언급해 보려 한다.

언급하려는 이 기술 또한 『쿼런틴』을 읽는 도중 우연히 들른 『Wired』라는 사이트에서 이 책에서 소재로 쓰인 기술의 초기 과정이 언급된 것 같아 속으로 놀랐다.(이 기술이 전적으로 어떤 식의 전개 과정을 밟을지는 아직까지 예단하기는 그렇지만...)

책에 묘사되어 있는 이 기술은 '모드 Mod' 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특별히 기술적인 사항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고, 이야기속에서 이 기술을 사람들이 왜 사용하고, 또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줄 뿐이다. 물론 '모드'는 이 책의 중심 소재가 되는 기술이다.

이 기술(모드)은 한마디로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환경 변화에 맞추어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종종 우스겟 소리로 일상에서 쓰고 있는 '열공모드'나 '우울모드'와 그 의미가 비슷하다.

그런데 소설속에서 쓰이는 '모드'라는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IT device에서 사용되어지는 '펌웨어 firmware'의 일종이다. 그러니까 'Bionic Software(or Firmware)'인 것이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SF적인 이 '모드'라는 기술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들과 결합되어 각자 고유 기능을 가지는 개인용(혹은 판매용) 소프트웨어이다. 아직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 어떤식으로 장착(혹은 인스톨)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펌웨어라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라 하였다. 또한 인간의 몸(특히 뇌)이 하드웨어이자 (인터페이스용) 소프트웨어가 된다. 이 모드는 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이 정해져 있어 판매된다.

가령...이 책에서 나온 몇가지 모드를 살펴보자면...

암호비서 (뉴로컴, $5,999) 모드는 뇌신경의 배선을 수정함으로써, 수신한 무선 신호를 뇌에서 자체적으로 신호를 해독하고, 그 결과물을 시각과 청각 중추에 직접 전달한다. 또 반대로  한마디로 도청을 할 수 있는 수신기(reciver)이다. 따로 몸에 장치를 지닐 필요가 없다. 어떻게 심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뇌와 일체이다.

야간 교환수(액슨, $17,999) 모드는 위의 암호비서 모드의 진보적 기술로 뇌 자체적으로도 파장을 방출하기에 이러한 미세한 파장마저도 미연에 방지하여 도청을 막을 수 있고, 또 따로 해독을 하지도 않아 신호를 받아들이는 지연 시간을 줄인 모드이다.

이 밖에도 '앙상블'이라는 '충성 모드'라든지, '보초 모드', '강화 모드' 등... 여러 모드가 소개되어 있다. 대충 '모드'라 불리는 이용자에게 특화된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이 올 것이다. 특화되었다 함은 이용자가 모드의 사용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가령, 너무 우울하여 기분을 좋게 하는 모드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면, 사용자는 기분이 좋은 이유를 이 모드의 사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니까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드들은 서로 피드백되어 신체의 변화를 모니터하고 있으므로 과용하였을시 사용자가 스스로 다른 모드로 전환한다든지 끌 수 있게 되어 있다. 개인에 따라 사용 이유와 빈도수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물론 기업이나 정부에서 spyware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은 하진 않겠다.)

자.. 이제까지는 『쿼런틴이 라는 소설속 이야기였다. 물론 영화속에서도 등장한다. 가령 '매트릭스'에서는 네오가 빨간 알약을 먹고 실제 세계로 돌아와 가상 세계에서 대항할 힘을 키우기 위해 여러가지 모드를 통한 훈련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이 네오의 뇌와 장치를 연결하여 '쿵푸 잘하는 법'을 다운로드 받는 장면이다. 이 예도 또다른 모드 사용의 예일 것이다. 그러니까 교육용 모드...^^

마찬가지로 '매트릭스' 자체는 모드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뇌와 직접적인 물리적 링크를 설정하여 이 링크를 통해 아바타를 가상 세계로 투입시켜 전투한다는 내용이지 않은가. 비록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가 죽으면 실제 세계에서도 죽음을 맞이하고, '매트릭스 1편'의 경우에서는 가상 세계에서 실제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공중전화'라는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 후속작인 '리로리드 Reloaded'에서는 '공중전화'에서 휴대전화(삼성폰)로 진보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이것들은 작가가 가진 첨단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어제 'Wired'라는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이런 상상력을 실제로 실용화(?) 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학문마저도 생겼음을 알았다. 이 학문의 이름은 'connectomics'이다. 딱 보더라도 'connection (or connectivity)'가 떠오른다. 웹상 어딘가에서는 우리말로는 '연결체학'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었다.

이 학문은 뇌과학(neuro-science)과 네트워크(network)의 만남의 결정체이다. 뇌안의 모든 시냅스를 매핑시켜 회로도와 같은 '다이어그램 'diagram'을 통해 그 기능을 하나 하나 알아본다는 것이다. 이 다이어그램을 'connectome'으로 칭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소설 『쿼런틴』의 '모드'기능은 뇌안의 시냅스의 자체적 재배선(rewiring)을 통한 강화 기술임을 볼때, 아직까지는 요원하지만 인간의 신경학적 질병의 요소를 파악하는데 좀 더 시간이 단축되어질 것 같다. 기사에서는 자폐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쪽에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나와있다.

이 연구는 생명공학과 의학분야에서 또다른 활약을 보이고 있는 지놈(genome) 연구(이미 지놈 지도는 완성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와 같은 또하나의 거대한 축을 이룰 것이다. 기사의 본문중에서도 이렇게 나와있다.

  "It is to neuroscience what genomics is to genetics. Where genetics looks at individual genes or groups of genes, genomics looks at the entire genetic complement of an organism. Connectomics makes a similar jump in scale and ambition, from studying individual cells to studying swaths of the brain containing millions of cells."

대충 훑어보면, 유전체에 관련된 연구(유전체학)는 유전자 연구(유전학)의 완결로 이어지고(혹은 유전체와 유전자 연구의 관련성), 이는 '연결체학 connectomics' 과 '뇌과학 neuroscience' 의 관계와 같은 것으로 본다. 즉, 개개의 세포에 대한 연구가 이런 수백만 세포로 구성되어있는 뇌의 부위별 연구로 이어진다는 그런 의미이다.(뇌는 총 5가지 lobe의 구역으로 이루어져있다. 전두엽과 같은, 흔히 '--엽'이라 부른다.) 결국 뇌를 연구한다는 것은 모든 세포들의 기능을 알 수 있음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이런 환원주의적 연구는 결국 microscale에서 macroscale로의 jump를 의미한다. (의역이 충만한...이 해석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 학문의 추구점은 뇌의 여러 신경 배선들의 결합에 의한 뇌기능 연구이다. 곧 이는 소설속에서 시냅스의 재배선에 따른 '모드'사용에 대한 언급으로 봤을때 'connectomics'가 그 토대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모드'라는 기술을 개발하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뇌의 신경학적 회로에 대한 기능을 알아야 하며, 이를 임의로(물론 의미를 지닌 재배선이다) 경로를 바꿔줌으로써 인체는 그에 맞는 육체적, 정신적 강화 혹은 보완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아무튼, 이런 첨단 뉴스속에서 SF 소설에 쓰인 소재를 봤다고 호들갑떨며 설레발치는 것일수는 있지만 무언가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여러분이 알 수 없는 저 너머의 오늘 이런 연구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고는 있었는가?

의외로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단돈(?) 몇 천달러에 말이다.

인공 지놈 개발에서 시작된 뉴스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 엉뚱한 포스팅을 하게 만들었다.



<덧붙임>

1. 사실 이런 비슷한 소재는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었다. 대부분 기억의 조작과 관련된 소재일 것이다. 예로, 『크림슨 리버』로 유명한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늑대의 제국』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또 무슨 책이 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영화로는 '기억'이나 '뇌신경 조작'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아무래도 『프레데터』가 아닐까 한다. 그들의 강력한 무기중 하나가 바로 '모드'를 바꿔가며 상대를 탐색할 수 있는 장비이다. 그들은 팔뚝에 장비를 연결하여 심지어 '투명모드'까지 만들어낸다. 하지만 좀 거리가 있기는 하다.

2. 요즘 보고 있는 또다른 책이『1.4kg의 수수께기』라는 책이다. 1.4kg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뇌이다. 뇌에 관해서는 앞으로 조금씩 꾸준히 보려한다.

3. 사실 『쿼런틴』에 서 '모드'라는 소재는 그리 큰 소재가 아니다. 물론 책의 흐름과 깊은 관계는 있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소재는 '양자역학 Quantum machenics'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적이라는 의미의 한계를 좀 더 미시적으로 깊게 파고들어 소설화한 것인데, 이는 이 책을 읽은 다음 리뷰를 쓸때 언급하고 싶다. 물론 아는 것은 없지만.

4.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환원주의는 앞으로 과학적 체계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이 포스팅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그래도 위와 같은 연구(뇌의 신경 회로를 매핑시켜 지도로 만든다음 재배선을 통해 각기 신경학적으로 어떤 기능을 보일 것인가 하는 연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IT 혹은 NT 그리고 물리학과 접목하여 기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물리적 세계만을 기술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이는 곧 nano라는 미시세계로 접근인데 앞서 '덧붙임3번'에서 언급한 '양자적' 세계 또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학문이 곧 자신의 범주를 넘어서버리고 있는 지금, 과연 A와 B의 합이 A와 B의 성질과는 전혀 다른 C가 나왔을때도 환원주의가 가능할까? 이는 신경 회로의 재배선은 곧 전혀 다른 의미의 기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간과 99%의 유전자가 같다해도 결국은 그 본모습은 '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론을 포함한 모든 학문을 버무려버릴 수 있는 양자적 세계에서 환원주의는 어떻게 표현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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