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 오파비니아 3
마이클 J. 벤턴 지음, 류운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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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드라마들 중에서 'X-File'이라는 유명한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오컬트적이며, 미스터리하고, 어느면에서는 몽환적이다. 이 드라마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난다(사실은 두 에피소드이다. 두편이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 에피소드는 '여섯번째 멸종'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 기생하고 있는 인간 사회가 만약 멸종을 당한다면 이는 여섯번째의 지구 생명체의 멸종에 포함됨을 의미한다. 물론 이 드라마의 성격상 여섯번째 멸종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멸종'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 멸종은 외계로부터의 멸종이다. 또한 이 드라마의 성격상 '갑작스런 혜성 출돌에 따른 멸종'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이 드라마에 따르면 외계로부터의 원인은 바로 외계인이다.(혹시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이 있을 수 있기에, 좀 더 풀어쓰자면 외계로부터 날아들어온 바이러스는 곧 인간을 숙주로 삼아 인간을 지배한다. 영화 '에일리언'이나 '인베이젼'과 유사하다. ) 그리고 멀더와 스컬리는 이러한 외계로부터의 인위적, 작위적 멸종상을 직접 경험하고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 외계인에 의해 멸종된다는 이야기가 극적(혹은 드라마적, 드라마같은)이라면, 앞서 언급한 '지구 내부적 환경 변화' 이를테면, 온난화라든지 냉각화라든지 하는 것들은 좀 더 현실적일까? 또 혜성 출동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작년에 구매해서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가 이번에 읽은 책은 지구 생물체의 멸종이라는 어둠속에 묻혀있는 지구 생물체의 X-File을 다룬다. 이 책의 이름은 『대멸종』(마이클 J. 벤턴, 2007, 뿌리와이파리) 이다. '뿌리와이파리'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지구 생명체의 진화와 역사를 다룬 '오파비니아' 시리즈 세번째 책이다.

만약 앞으로도 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면, 또 그것이 여섯번째에 해당된다면, 머나먼 과거에 있었던 다섯 멸종은 과연 언제, 어떻게 일어난것일까?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 멸종과는 그 시간 간격이 엄청남에도 과연 지금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또 우리의 인류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를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하나씩 그 틀을 짜나간다. 다섯번 멸종 했다면, 언제 멸종 하였나? 이 질문에 지구 역사의 시간틀을 세우고, 그 시간틀을 잡기 위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알려주고, 그 기준을 왜 그렇게 잡았는지 즉, 시간의 흐름속에서 지구 격변의 과정은 어떤식으로 자취를 남겼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아쇠(trigger)를 당겨본다. 손가락만 까닥 했을 뿐인데, 누군가 죽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공룡을 포함한 과거의 수많은 생명체가 그렇게 멸종당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지구에서 발생했을 법한 진행 과정에 대한 가장 세련된 추측이라는 것이다.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현상을 앞으로 있을 법한 것으로 가정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발생했던 것을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와 통계로써 미래에도 다시한번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이미 양성의 질병 인자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 우리는 그 잠복기에 있다.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앞서 시간틀을 잡는다고 하였는데 이 의미는 다름아닌 숨겨진 시간 간격에 대한 명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대부분을 할애하는 '페름기 말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다섯번의 멸종중에서 가장 참혹한 멸종이다. 그 당시 생물종의 90~95%의 멸종을 했으리라 예측한다. 참고로 혜성이 떨어져서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시대의 지구 생명체의 숙청은 50%정도로 보고 있다고 나와있다.

사실, 이 책은 시간틀을 잡고(왜 페름기로 명명했는지), 그때 당시의 공간을 분석한다(다른 이름이 붙여진 시기와는 지구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가령 암석의 재질이나, 공기의 구성성분등을 분석하고 가장 중요한 생물의 다양성을 화석을 통해 연구하여 그 당시의 대세가 무엇인지를 상상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단순한 멸종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역사 또한 설명한다. 이 부분이 쉽지는 않다. 어느정도는 전문적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각각 불리우는 이름들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렇게 분석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내놓음에도 사실, 대멸종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페름기 말의)대멸종이 있었다는 것을 이젠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페름기말에 있었던 격변의 현장을 인지한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학계에서 내놓는 '대멸종'의 의견은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분분하다. 혜성과의 충돌부터 온난화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이 개별적일수도 포괄적일수도 있다.

이책을 쓴 저자는 지구 내부의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물론 확실히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면도 보여준다. 혜성과의 충돌을 보는 시각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충돌후 발생되는 이리듐의 양이 확실히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주장하는 학자들마다 그 양이 다르다. 그래서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을 하게 되는데, 그 당시 지구 남반구의 대륙의 이동과 지각변동부터, 바닷속에서 잠자고 있는 메탄가스의 배출(혹은 고체상태로 얼어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용해)이나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같은 기후적 요인까지 모든것을 싸잡아 이 모든것이 순차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일으남으로써 대멸종이 발생되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현재 기후의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인간 손에 의해 자행되는 여섯번째 멸종'을 우려하는 것으로 결말을 낸다.

얼마전에 '지구를 식히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클릭..)

이 기사에는 몇가지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리려는 인위적인 실험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는데, 『대멸종』에서는 반대로 이런것들이 방아쇠로 작동하여 '그 당시 대멸종'을 유발시켰다고 보면 된다.

가령, (거칠게 예를 들자면) 기사에서는 철(Fe)을 이용하여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하여 이산화탄소를 소비시키자는 내용이 나와있는데, 이는 반대로 어떤 방아쇠로 인하여 플랑크톤이 대량 사멸함으로써 바닷속 생태계에는 차례차례 생태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바닷속 생물의 멸종으로 이어진다.(이 메카니즘도 육상의 사멸과 연계되어 있어 약간은 복잡하다). 또 기사에서 보여주는 지구를 식히는 다른 예는 '이산화유황'을 이용한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지구를 냉각시킨다는 생각이다. 대멸종 프로그램은 이와는 반대로 이산화유황이 발생하여 지구를 냉각시켜 빙하기로 만드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이산화황의 발생 원인은 대규모의 화산폭발이거나 혹은 혜성 충돌로 인한 지각 변동과 그에 따른 화산폭발로 보면 된다. 이는 결국 지구를 빙하기로 이끌며 해수면의 높이를 낮춤으로써 다시금 해양 생물의 멸종을 이끌어낸다. 또한 화산폭발에 따른 또 다른 작용으로 산성비를 뿌림으로써 육상 생물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구 환경및 생태계 균형의 깨짐은 멸종으로 직행하는 KTX 티켓을 끊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뉴스가 나오는 것이다.(이것도 클릭)

과학 분야, 특히 고생물학이나 지질, 생물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대멸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다만 한가지 아쉽다면, 가격이 비싸고 중간에 지루할 수도 있다는게 흠이라면 흠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책속의 사족 다 떼고, 몇가지 지구의 대멸종으로 가는 빠른 길(메카니즘)만 알아두어도 괜찮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인간의 운명은 사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여러 물리학자들이(스티븐 호킹을 포함한) 좀 더 먼 미래의 후손들의 외계 진출을 품어보지만, 현재의 우리로서는 결국 Amor Fati(아모르 파티) 뿐일수도.

 


 

<덧붙임>

1. 이 글 초반부에 'X-File'의 에피소드를 잠깐 언급했다. 이 에피소드는 7시즌의 3-4에피소드인데(아마도), 두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조금 더 긴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룬다.  첫 에피소드 제목은 앞서 이야기한바와 같이 'The Sixth Extinction'이고, 두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이 글 제목인 'Amor Fati'이다.

2. 이 책을 읽는다면, 역시나 '뿌리와이파리'에서 펴낸 '오파비니아' 시리즈 나머지것들도 보면 좋을 듯 하다. 현재 '리처드 포티'의『삼엽충』까지 총 네편의 책이 나와있다.
       

3. 역시나 이 책을 읽는다면, NHK 다큐멘터리 『지구 대진화』를 우리말로 해서 더빙하여 방영한 KBS의 『경이로운 지구』라는 다큐멘터러리를 보는 것이 제일 좋을 듯 싶다. 이 다큐는 현재 DVD로 판매하고 있다. 총 6개의 에피소드(2 set)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에도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혜성 충돌과 관련된 동영상이 있으므로 잠깐 맛보기로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포스팅 제목 : <인간이 가진 눈(目)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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