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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책을 좋아하시는 한 블로거님께서 나에게 책 한권을 소개해주셨다. 왜 이 책을 알려주셨는지는 기억은 나진 않지만, 그 블로거님은 이 책을 읽고 감동의 산(바다가 아니라...)을 만난듯이 보였다. 나는 그 책을 읽어보려했으나, 이미 절판된 상황. 도서관에도 꽂혀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이 책이 재출간 되었음을 알았다. 당장 구입해 읽었는데, 도중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 제목은『희박한 공기 속으로』이다. 영문 제목은 『INTO THIN AIR』. 이 'thin'이라는 형용사에 어찌 그리 이끌리던지. 1996년 5월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던 팀의 이야기인데, 단순히 산악등반에 관한 책은 아니다. 책을 덮고난 후, 가슴 언저리 한 구석에 알 수 없는 뭉클함이 느껴졌다. 왜, 하필 그 시간이었을까?
약간은 길을 벗어났지만, 또 전혀 성질이 다른 책 한권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쓴 『롱테일 경제학 The Longt Tail 2006 랜덤하우스코리아』이라는 책이다. 그 책 초반 부분에 『희박한 공기 속으로』라는 책이 『난, 꼭 살아 돌아간다 Touching the Void 2004 예지』라는 책과 함께 소개되어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난, 꼭 살아 돌아간다』라는 책이 처음 독자들에게 선뵈었을 당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한다. 하지만, 그 반응이 책 판매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이 책은 곧 잊혀졌다. 하지만, '아마존'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하자마자, 그때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희박한 공기 속으로』라는 책과 더불어 『난, 꼭 살아 돌아간다』라는 책이 다시금 인기를 끌며, 오히려 전자의 책의 인기를 넘어섰다한다. 그 후, 이러한 인기를 실감한 아마존측은 이 두 책을 한 묶음으로 팔기 시작했으며, 이 묶음 판매는 좋은 실적을 남겼다한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고, 틈새시장과 그것이 지닌 시장성 내지 경제성에 관련된 내용이다.
어쨌든, 내가 '롱테일 경제학'을 읽고 있을때에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여전히 절판중이었다. 입맛만 다실 수 밖에.
누구나 알고있다시피, '에베레스트'산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책에서도 이 최고의 정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에는 에베레스트를 향한 인간의 도전의 역사를 포함한다. 국내 검색엔진을 이용해서 조금만 찾아본다면, 에베레스트가 '사람'이름에서 따 온것임을, 또한 티베트 어로는 '초모룽마'로 불리우고, 네팔 어로는 '사가르마타'로 불린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을 것이다(물론 책에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최고점을 향한 등반이나 어려운 여건속에서의 악전고투기와는 다른, 심오한 그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잘 잡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몰입의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 이런것을 드라마라 부른다.
이 책의 저자 '존 크라카우어'는 『아웃사이드』란 잡지에 에베레스트 정복기를 싣기위해, 가이드가 딸린 등반대의 일원으로 1996년 봄에 에베레스트로 떠난다. 이 등반대는 유명한 등반 가이드 대장과 또다른 가이드 그리고 저자를 포함한 여덟명의 고객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때 당시 이 가이드에 소속되어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지불했던 비용이 개인당 6만 5천달러였다고 한다. 우와... 그것도 개인장비를 갖추기 위한 돈과 그곳까지 가기위한 항공료는 제외한 비용이다. 개인자격으로 가더라도 네팔정부에 입산명목으로 수만달러를 지불해야한다하니 왜 허영호 대장이나, 엄홍길 대장이 스폰서를 달고 그런 거친 곳에 올라야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의 텐트위에 걸려있는 바람길을 알리는 깃발이 스폰서들의 로고로 빽빽이 채워져있는지를 말이다. 세르파와 여러 장비들 준비에 들어간 돈까지 합한다면 그 비용은 정말 에베레스트 빙벽만큼이나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세르파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산을 오르기 위해 도와주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세르파라 부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잘못 안 것이다. '세르파'는 네팔의 '쿰부'지역에서 살고 있는 부족의 이름이다. 호오...그런거였군.
어찌어찌해서 등반 대장(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고산병을 극복하기 위한 트레이닝(이 트레이닝은 지금까지 고산병을 극복하기 위한 효율적인 트레이닝의 교과서라 불린다한다. 여기서 효율적이라 함은 8000미터급 보다 낮은 지역에서 훈련하여도 8000미터 이상을 등반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을 하였고, 그들은 5월이 되자 곧 정상을 향한 도전 준비를 하게된다. 이 준비에는 같은 루트로 오르려는 여러 팀들과의 조율이 있는데, 한마디로 스케줄 관리이다. 어떤팀은 5월 몇일에 떠나고, 또다른 팀은 몇일에 떠나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세르파들은 그 전에 계획되어진 지점까지 미리 올라 산소통을 준비시켜 놓는다한다. 산악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돈많은 고객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은 5월 10일에 오른다. 저자의 팀을 포함하여 네팀의 등반대가 그날 오른 것이다.
이상 책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기술하겠다.
에베레스트를 일컫는 또다른 말 '초모룽마'. 어떤이들에게는 이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슬픈 감정이 되살아날 듯 싶다. 혹시, 2005년 '엄홍길' 대장이 이끌었던 『휴먼원정대』라는 mbc 프로그램을 기억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2004년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원 자격으로 산을 올라 결국 정상을 밟았지만, 하산하던 중 3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었다. 1년 후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시신을 찾고자 '초모룽마(방송에서는 '초모랑마'로 나옴)'에 들어서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방송을 통해 생생히 방영되었다.
그때 기억나는 것들 중의 하나는 유일하게 발견되어 그곳에 안장된 '고 박무택'대원의 상태이다. 그는 장갑을 벗은 상태였다. 왜 그는 모든 것을 얼리는 그 추위속에서 장갑을 벗은 채로 죽음을 맞이하였을까? 책에서도 몇몇은 장갑을 벗고 있는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 광경이 묘사되어있고, 심지어 어떤이는 파카의 지퍼까지도 내려진 상태로도 발견되었다. 그들은 추위를 느끼지 못했던 걸까?
사실, 저자 또한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경우엔 그 추위속에서도 아늑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한다. 고산지대의 희박한 산소때문에 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환영을 만들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어찌보면 안락한 죽음을 맞기위한 인간의 몸이 부릴 수 있는 최대의 사치로도 생각할 수 있을 듯 하다. 안락한 그들에겐 장갑은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뿐이다. 단지 그뿐일듯.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앞에서 언급한 심오한 그 무엇이 아니다.
산을 오르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인간의 얄팍한 감정안에서 어떻게 조금씩 무너져가는가를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떠오른 책은 우습게도,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이다. 내 블로그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책이다. 자신만만한 시스템이 어떤 순간을 기점으로 헛점이 노출되는지. 그리고 어떤 요소가 부가되어 불난곳에 부채질을 하는 것이 아닌, 기름을 부어버리고 마는 사태로까지 번지게 되는지. 질서가 어떻게 혼란으로 변질되는지(사실, '혼돈'은 변질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계획에 없는 일이 등장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이야 말로, 가장 주안점으로 보고 읽어야하지 않을까한다. 그러니까 단순한 감정의 몰입이 이 책읽기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기자출신 답게 르포의 성질도 보인다. 하지만 저자 또한 말한다. 살아남은 자, 모두 희박한 공기속에 있었다고. 그들은 정확한 기억과 논리를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아주 바보같은 상황에 있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처음 잡지(『아웃사이드』)게 기고된 글이 나왔을 때는, 일부 독자와 유가족들은 진실성이 결부된 저자의 편리한 기억을 문제삼는다.
저자 또한 그러한 비판들을 인정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 책은 그밖에도 다양한 키워드를 뿜어낸다. '정치와 결부된 상업화된 자연'에서부터 '인간의 왜곡된 욕망에 희생된 환경', 그리고 '상업화된 애국주의'까지. 각 명제에 맞는 다양한 실례의 결합체이다.
샹그리라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지옥을 경험한 '존 크라카우어'의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임>
1.
『아웃사이드 온라인』에 실린 '존 크라카우어'의 기고글
2. 이 책 이외에도 등반을 하다 죽음의 문턱서 살아 돌아온 이야기들이 있다.
첫번째는 앞서 소개했던, '조 심슨'의『난, 꼭 살아 돌아간다 Touching the Void
2004 예지』와
두번째는 『얼라이브』라는 영화로도 소개되었던, '난도 파라도'와 '빈스 라우즈'의『난도의 위대한 귀환 Miracle in the Andes
2006 세종서적』이다.
3. 그밖에 읽어봤던 책 중에서, 산을 다루었던 책...
첫번째는 '트레바니언'의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2006 황금가지』, 이 책은 등반 이야기 이전에, 첩보소설이다.
두번째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클라이머즈 하이 1, 2
2005 함께』, 이 책은 사실 산악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특종이라는 강박관념 아래, 진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한 신문기자의 정치적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등반과 산이 가진 소재는 소설 전체의 무게중심을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