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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물리와 금융에 관한 회고
이매뉴얼 더만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승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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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을 한 권 읽었다. 위 그림에 나와있듯이, '퀀트 QUANT'라는 책이다. 이 '퀀트 Quent'라는 말은 '정량적 분석가 Quantitative Analysist'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량적 분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말은 그러니까 '질적인 분석' 혹은 '정성적(定性的)'이라는 것과 반대이다. 정량적이라는 말 보다는 더욱 쉽게 '양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더욱 이해가 빠를 듯 하다. 양은 수량을 의미하며, 실제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이론을 분석하는 통계, 데이터,수리와 같은 수치를 가지고 사용하는 도구(tool)로 보면된다.

정량적이라든지, 정성적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사이트를 참조하면 될 듯 하다.
--> 출처 : '사회과학의 방법론'이라는 포스팅 (http://blog.naver.com/socute98/80027210282)
   
이 책의 저자인 '이매뉴얼 더만'은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그의 인생 전반을 물리라는 학문을 끼고 살고자 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은 법, 그는 물리의 천재들 사이에서 그의 장래와 진로를 고민한다. 결국 그는 물리학계의 평범한 박사로서, 수많은 연구소를 철새마냥 떠돌듯이 살아가느니 여전히 물리를 그의 삶의 도구로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금융계로 진로를 바꾼다. 물리학의 천재들이 없는 세계로 말이다.

대충 이 책에 관해 줄여쓴다면 이렇게 한 두줄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은 이 저자의 끝나지 않은 인생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그의 고민과 열정이 이 한권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가 가진 '물리학적 도구'를 어느정도 이해해야 하며, 오늘날 금융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금융상품의 개념들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거칠게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 책의 저자 '이매뉴얼 더만'이라는 인물을 진정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다만 그가 물리학계에서 어떤 일을 했으며, 금융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또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느냐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가 될 뿐이다. 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혹은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사실, 물리나 금융에 관한 것들을 몰라도 된다(다만 알고 있다면 더욱 부드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라 할 수 있을 듯).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다라는 본질은 그의 진로와 장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의 선택, 그가 선택할 당시의 전반적인 사회적 풍경을 보는 것일 듯 싶다.

이 책에 그려진 그의 고민과 일을 하면서 내보이는 열정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이 저자를 둘러싸고 있는 그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직업)을 택함에 있어서 주변을 이루고 있는 여러 환경들이 중력(重力)이라는 작용을 통해 어느정도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고, 또 관성을 부여하여 어떤식으로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그려진, 중력을 일으키는 장(場 , field)은 물리학계와 금융계이다. 그리고 저자에게 부여된 관성은 그가 가진 물리학적 도구, 특히 정량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이 지속적인 관성을 통해 지금의 '이매뉴얼 더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중대한 기로에서의 그의 선택은 사실 몇 개 되질 않는다. 물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갖춘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정량적인' 물리 세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을 응용한 '금융공학(물론 저자가 처음 금융계로 진출할 당시에는 이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의 세계로 이동했을 뿐이다.

' 소립자'와 미시세계 그리고 '퀀텀(양자)'세계를 연구한 이론 물리학자에서 '콜 옵션', '선물 거래', '주식', '채권'과 '모기지(mortgage)등과 같은 여러 경제 모델들을 다루는 경제학자로 바뀌는 과정은 실로 재미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그의 고민들은 한편으로 이해도 가긴 했지만, 흥미 진진하기도 했다.

그가 물리학 박사로 약육강식의 사회로 떨어질 무렵, 그 당시의 사회적 전반의 생김새는 어떠했을까? 사실, 그가 케이프타운에서물리학과를 졸업한 시기는 1965년이며, 그 다음해인 1966년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컬럼비아 물리학 석사 과정을 밟는다.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최고로 많을 때라 한다. 그러니까 과잉공급에 따라 그의 말대로 얼마안가 물리학계를 빠져나가는 '썰물'때에 몸을 싣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물리학계에서노벨상을 얼마나 많이 배출했었는가? 그 당시는 '상대성 이론'의 아인슈타인 이후, 세계적으로 과학적 관심이 급증된 양자학이라는학문이 활발히 운동하는 상태였다. 파인만과 머레이 겔만, 그리고 그 외 여러 입자물리와 양자학 학자들 사이에 그가 느끼고 있는'소외감'과  상당히 상대적이지만 '멍청함'은 그를 자학에 빠뜨렸을 것이다. 하긴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인 학생들마저 '양자학'을 배우려고 넘실대던 때였으니까 말이다. 그가 이론물리학의 학계에서 산업쪽으로 눈돌리는 것은 당연할 듯하다.

물리학계를 빠져나온 그는 '벨 연구소'라는 산업세계로 입성하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초기 개인용 컴퓨터(PC)의 태동을 목격하며, C나 Java 등을 이용한 여러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운다. 결국 그는 금융계로 몸을 뉘운뒤 그의 입자 물리론적인 통계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여러 컴퓨팅 기술을 접목하여, 여러가지 금융 모델을 설명할 수 있는 몇가지 모델을 제안하며 세상에 적응한다. 그리고 그는 현재 그의 모교인 컬럼비아 공대에서 '금융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또 여러 기업들의 자문역할을 해주는 이사로서 있는 중이다.

이 책이 그리 쉽지는 않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물리적인 이론과 금융적인 여러 모델들 사이를 왕복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엔 금융적인 모델을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은 지루했다. 대단한 사실을 발견했지만, 그리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젊은이의 고민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가의 연륜이 어떤식으로 찰싹 붙는가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될 듯 싶다. ~~

<덧붙임>

이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책들이 연상되어졌다.

먼저 가장 크게 연상되어진 책은 '레너드 믈로디노프'의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이다. 이 책 역시 물리학자인 '레너드믈로디노프'가 물리학 천재들에 끼어서 자신의 위치를 매우 불안하게 느끼던 중  같은 건물에서 연구했던 '파인만'과의 인터뷰(사실, 인터뷰보다는 조언을 들었다는 것이 맞는 얘기겠지만, 그는 파인만에게 허락을 받고 둘의 대화를 녹음했다)를 통하여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그는 후에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스타트랙'의 스토리 구성에도 참여했다고 함.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의 나의 리뷰 바로 가기...








또 다른 책은 금융계쪽을 다룬 책이다.

최근에 읽은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라는 책이다. 이 책은 [머니볼]의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가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인 월스트리트에서 유명한(특히 '상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살로만 브라더스'에 입사 후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채권' 특히 '모기지론' 부분이 무서울 정도로 재밌었다는 느낌이다. 그 말많은 '살로만 브라더스'의 독특한 기업문화 역시 쉽게 잊혀질 수 없는 부분이다.

'퀀트'에서는 '살로만 브라더스'가 '잘로몬 브라더즈'로 나온다. 그래서 '잘로몬'만 봤을때는 그 '살로몬'인지 쉽게 알 수 없었다.


이 책은 읽었지만, 금융쪽이 어려워 리뷰를 쓸 수 없었다. 시간되면, 간단하게라도 리뷰를 쓰고 싶다.



그리고 한 두권의 책이 더 연상이 되긴 했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 요즘 미국 증권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도 이 책을 보고 나니, 새로이 보이더라. 평소 같았으면 '뭐야~~'하고 넘어갔을텐데....

** 『퀀트』의 저자 '이매뉴얼 더만'의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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