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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ㅣ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폴 오스터'가 각본을 맡고, '웨인 왕'이 감독을 맡은『스모크 Smoke』라는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 영화와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라는 소설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이 둘이 가지는 장르의 갭(gap)이 크다. 하지만, 『스모크 Smoke』를 언급한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이 '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스모크 Smoke』에서는 10년동안 뉴욕의 한 거리를 매일 한결같이 찍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영화의 이야기는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이 소설은 <이케부쿠로>라는 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도 서쪽을 중심으로 말이다. 그곳에는 서구(西口) 공원이 있다. 참, 우리의 열혈청년인 주인공 '마시마 마코토'는 이 이름을 쪽팔려했지? 그래서 마코토와 그 친구들은 '웨스트 게이트 파크'라 부른단다. 빛나는 이름이다. 푸핫....
이 글 시작부에 좀 폼나는 영화를 들이대며, '빛좋은 개살구' 마냥 글을 시작했지만, 앞서 말한바와 같이 『스모크 Smoke』는 불현듯 생각난 영화이고, 정말 이 소설과 어느정도 공감가는 영화가 있다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꽤 긴 이름의 우리 영화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주인공 마코토는 홍반장이다. 동네 시끄러운 일이 있으면 알아서 척척 해결해주는 홍반장... 그런데 이 소설속의 사건 사고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아니, '그리'는 잘못됐다. 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꽤나 묵직하다.
다시 이 소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예전에 이와 비슷한 장르의 일본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소설의 이름은 '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 스텝』이라는 책이다. 재밌게 읽었지만, 약간 아쉬웠던 것이 다 읽고나서, '머야? 이게 끝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만큼 다른 이야기가 후속작으로 없던것이 아쉬웠는데, 지금 리뷰를 올리고 있는 소설 『이케부쿠로~』는 연작소설로 우선 3부작으로 '황금가지'출판사에서 출간을 하였다. 1부는 지금 이 소설이고, 2부는 『소년 계수기 -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2』이며, 3부는 『뼈의 소리 -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3』이다.
그만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 꽤 된다.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이 소설은 대학 가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고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탈락하는 학생도 3분의 1에 해당될 정도로 많은, 이케부쿠로 거리의 어느 한 고등학교를 대단하게 졸업한 뒤, 백수로 있으면서 그의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과일가게를 돕고 있는 청년 '마시마 마코토'의 이야기이다.
거리가 거리인만큼(대단한 유흥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떠들썩하게 일어나는데, 주인공 마코토와 같이 백수로 있으면서 나날을 우울(사실은 심심하게..)하게 보내는 친구들이 마코토를 도와 그 지역의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이 사건 사고가 뭐냐하면, 원조교제 하는 여자아이들을 처참하게 살해하는 미친자식을 추적하는 일, 납치된 야쿠자의 딸을 찾아 행방을 수소문하는 일, 불법체류자를 숨겨주는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케부쿠로의 '션샤인 시티' 지역의 두 패거리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는 일등...총 네가지의 이야기가 에피소드식으로 나열되어있다.
일본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문학성을 떠나 그 재미면을 보자면, 사회적 문제들을 작가의 위트와 기발한 상상으로 다시금 해석하면서 고발하는 식이다. 일종의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인데 사실 무거운 분위기를 떠나 재밌다. 그리고 역시나 기발하다.
이 소설은 이미 일본에서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그리고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 특히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주인공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다. 가끔 일본소설이나 만화를 드라마로 제작한 것을 보면, 좀 밋밋한 경우가 있는데, 과연 어떨지 보고 싶을 정도이다. 왠지 이야기에 빠져 들어갈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소설이 무거운 사회의 문제들을 꺼내어 보기 때문에, 가령 꽤 유명한 일본 드라마인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과 같이 시종일관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지만,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엉뚱함 때문에 의외로 가벼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가벼운 분위기안에서 재밌게 풀어쓴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한번쯤은 정말로...'이케부쿠로' 거리를 정말로 거닐고 싶다...꽤나 흥분될듯......
<덧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