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정운영'... 솔직히 그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예전에 MBC의 <정운영의 100분 토론>에 나와 진행했던 키가 훤출하고 빼빼마른 모습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 그의 책 두권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 관심있게 보지않고,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그 두 권이 유고집이란다. 지병인 '신부전증'으로 작년(2005년)에 돌아가셨다는데, 너무 애석한 마음이 들었다. 생면부지의 남이라도 TV에서 몇번 뵈니 안타까운 마음만 흐를 뿐이었다.
 
그 두권의 유고집은 <자본주의 경제산책>이라는 책과 친구가 선물해 주어서 읽은 바로 이 책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책이다. <심장은~>이라는 책은 일반인을 위한 칼럼집으로,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죽음이 더욱 애석할 따름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작가의 생각을 따라잡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그가 평생 간직해온 화두가 무엇인지 대략 가늠할 수는 있는 듯 하다. 그는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졌는데, 몇 편의 칼럼들을 읽으니 세상이 그에게 진보라는 명찰을 주저없이 달아주었다는 느낌이다.
 
이 책속에는 지금 우리 시대안에서 서로 부딪히고 갈등을 일으키는 다양한 양면성과 양극화에 대한 언급이 줄기차게 들어차 있다. 경제학자로서 느끼는 성장과 분배에 관한 관념들, 진보주의자이면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그의 생각들, 더욱 더 가까워진 세계화 교류에 대한 생각들 등... 신문 칼럼이다 보니, 각 내용이 지면을 많이 차지 하지 않으면서도, 일갈 따끔한 면을 느낄 수 가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그의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이 책은 몇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장에 맞는 몇가지 칼럼들이 그 장을 채우고 있는데 첫 장의 제목이 '정운영의 여시아독 如是我讀'이다. 그의 독서를 담고는 있지만, 독서로 끝내지 않고 세상의 이야기들을 그가 읽은 책의 내용에 비유를 하는 것인데,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의 독서가 부러울 따름이다. 세상만사 어느것이라도 그가 읽었던 책들 중 어느 대목을 끄집어 내어, 한(大) 소리 하는 그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리 학자라 하여도 왠만큼 책을 보지 않고서는 이렇게 구성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메모의 힘이겠다는 생각도 ...
 
다양한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칼럼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제 성장의 문제, 그리고 그것에서 발생하는 분배의 구조, 그리고 이 둘 중 어느것에 더욱 집중할까라는 진보와 보수의 방법론 차이, 나아가 우리 사회가 다변화 되면서 세계 각국과의 교류로 인한 세계화의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보완점, 그리고 취할 점... 대부분 경제적인 것들과 정치적인 것들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학자의 죽음은 애석하다. 그가 이루고 싶어한 것, 알고자 싶어한 것. 이것들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소리 없이 덮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의 죽음 1년후에 그가 남긴 글의 자취가 책으로 나왔으니, 비록 그가 하다 못한 이야기일 망정, 그가 평생 화두와 연구 분야로 삼고 공부해 온 모든 분야의 것들이 의미없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일은 없을것이라는 생각에 그래도 적이 안심이 된다.
 
그가 진정으로 바라고 염원한 것들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그의 말대로 조금씩 양보한다면 그가 관점에서 보는 한국 경제, 정치에 관한 관심의 맥을 끊지 않고 이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칼럼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어떠한 문제점의 보완책과 대책 마련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내보이는 것 보다는, 그러한 방법론을 구축하라는 하나의 성토의 장으로 볼 수 있으니 일반인인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면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하나의 이슈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소개로 여러가지것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읽은 내가 가진 매우 긍정적인면이다.
 
그가 책에서 언급했던, 약 4년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의 한국 정치와 경제의 과정과 그에따른 결과가 궁금했듯이, 지금은 새로운 대선과 그 이후의 여러가지 정책의 수립과 그에 대한 과정이 어찌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제발 대선 주자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유권자들 혹은 국민들에게 공약(空約)으로 인해 단순히 헛된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아닌, 정말 제대로 된 경제적, 정치적 진찰을 시도하여 정말 우리 몸에 꼭 맞고, 대다수의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공약(公約)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새로운 해를 맞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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