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가쿠>의 책, 『초공간』을 보면, '시간 패러독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 책에서의 '시간 패러독스'는 두가지로 분류를 해놓았다.
첫번째는 '태어나기 전에 부모를 만나는 것'이고, 두번째는 '과거가 없는 사람'이다.
이 두가지는 어찌보면 서로 상통하리만큼 비슷하게 볼 수 도 있겠지만, 전자는 일회성이며, 유한함에 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반면, 후자는 무한 루프에 빠진 듯, 그 일련의 과정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그래야만 과거가 없을 수 있으니 말이다. 과거는 다가올 미래로, 미래는 지나간 과거로 의미가 상충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두번째가 첫번째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앞서 말한바와같이. 비슷하게 볼 수 없다는 뜻). 두번째 '과거가 없는 사람'은 오직 제한된 범위안에서만 통용되어, 그 파급의 여파가 개인으로 한정되어지지만, 첫번째인 '태어나기 전에 부모를 만나는 것'은 개인적인 혼란의 상태로 시작하지만(예를 들어, 한 남자가 과거로 돌아간 후, 그곳에서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 그 여파는 전 우주적이다.
만약, 두번째 시간 패러독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첫번째 태어나기 전에 부모를 만나는 것을 능가할 수 있을까? 복잡하지만 한번 쯤 생각해 볼 수 있을 듯도 싶다.
암튼, 이 책(『초공간』)에 나오는 예를 들어보자. 그리고 이 예는 두번째 시간 패러독스 '과거가 없는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고전적 단편소설『그대들은 모두 좀비(All You Zombies)』에서 나오는 내용이라 한다.
한 어린 여자아이가 불가사의하게 1945년 클리블랜드의 한 고아원에 맡겨진다. 부모도 모르는 채 '제인'은 외로움과 낙담 속에서 자라난다. 1963년 어느 날, 그녀는 한 방랑자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그녀는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되어 가고 있을 때, 일련의 재난들이 닥친다. 첫째로, 그녀가 그 방랑자에 의해 임신하게 되자, 그는 사라져 버린다. 둘째로, 힘든 분만 중에 의사는 그녀가 두 개의 성기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할 수없이 외과 수술로 '그녀'를 '그'로 바꾸어 놓는다. 마침내, 한 신비스러운 낯선 사람이 그녀의 아기르 분만실에서 납치해간다.
사회로부터 거절당하고 운명에 의해 저주받은 이러한 재난으로 휘청거리며, '그'는 떠돌이 술주정꾼이 된다. 제인은 부모를 잃고 애인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아이도 잃었다. 몇 년 후인 1970년, 그는 '팝스 플레이스(Pop's Place)'라는 한 주점에 들어가서 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나이 든 바텐더에게 털어놓는다. 동정심 많은 바텐더는 그 방랑객에게 '시간여행 단체'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그녀를 임신시켜 버린 그 이방인에게 복수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가, 바텐더는 그 방랑자를 1963년에 떨어뜨린다. 그 방랑자는 이상하게도 한 젊은 고아 출신 여인에게 끌리고, 그녀는 그 후 임신을 하게 된다.
그 다음 그 바텐더는 9개월 앞으로 되돌아가서 병원에서 여자아이를 납치하고 1945년으로 가서 한 고아원에 아기를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그 바텐더는 완전히 어리둥절한 방랑자를 시간여행 단체에 등록시키기 위해 1985년에 데려다 놓는다. 결국 그 방랑자는 자신의 삶을 찾게 되고, 시간여행 단체에서 존경받는 원로회원이 되어, 그 다음 그 자신 바텐더로 위장하여, 그의 가장 어려운시간여행을 한다. 1970년 '팝스 플레이스'에서 어떤 방랑자를 만나는 운명의 그 날로.
의문은 누가 제인의 어머니이며,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이며, 할머니, 그리고 아들, 딸 손녀, 그리고 손자인가? 그 소녀, 방랑자, 그리고 바텐더는 물론 모두 같은 사람이다. 이러한 패러독스는 당신의 머리를 헷갈리게 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제인의 뒤엉킨 가계를 풀어 보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제인 가족의 가게도를 그린다면, 모든 가지가 그들 자신의 안으로 구부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녀는 그녀 자신의 어머니이며 동시에 아버지라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그녀는 그 자신이 하나의 전체 가계인 셈이다.
- <미치오 가쿠>의『초공간』中에서... p. 327 ~ 328 -
이 시간 패러독스의 한가지 이야기를 듣고 정말 절묘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오직 한 인물이라면, 남녀노소가 오직 한 인물이라면...암튼 정말 묘한 이야기이다.
-->
2006. 12.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