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3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에 이은 세번째 '그랜드 펜윅 공국'의 알콩달콩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가 나왔다. 1편이었던 뉴욕 침공기는 세계의 무력 시위에 대항하는 이야기였고, 두번째 월스트리트 공략기는 거대 자본주의앞에 무릎꿇는 세계 경제에 대항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세번째 달나라 정복기는 점점 치열해져만 갔던 1960년대 후반 우주 정복 싸움에 나섰던 미국과 소련에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이다.
 
잠깐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땅덩어리도 코딱지만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랜드 펜윅 공국이 점점 예산에 쪼들리게 되는데...그래서 비록 없이 살지만, 유럽 정통의 명망있는 국가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수장인 '마운트 조이'백작은 미국에 절대로 원조(원조자체는 수치스럽다고 생각...)가 아닌, 특별 차관으로 500만 달러를 요구하게 된다. 이 차관은 그랜드 펜윅의 수도시설 정비와 공국의 마스코트라이며 군주인 '글로리아나 대공녀 12세'의  모피코트를 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미국은 그들의 정치적 야욕과 독선적 우주 개발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통 크게도 5천만 달러를 무상으로 준다. 500만 달러도 아닌 5천만 달러를 받은 그랜드 펜윅은 당혹감에 빠지는데...
 
과연...그랜드 펜윅으로서는 가지고만 있어도 부담되고,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이 큰돈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우주 정복(여기서는 달 정복...)의 야욕을 어떻게 무마시키고 세계의 안정을 이룩하게 될까?
 
이 작품은 '레너드 위벌리'가 1962년에 쓴 작품이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은 작품이 나온 해보다 6년 뒤인 1968년이다. 실제로 이때는 미국과 소련이 한창 우주개발을 위한 인공위성과 로켓을 발사하기에 여념이 없을 때이고, 국가적 위신때문에 먼저 달에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려고 온 힘을 쏟을 때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맹목적으로 우주선을 먼저 한 기라도 쏘아 올리려는 두 거대 국가에 대한 풍자를 늘어놓는다. 그 때 당시의 세태를 풍자함으로써 작가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이 단지 그들만의 야심을 채울 뿐이며, 상대국에 대한 우월한 지위만을 확인할 뿐이라는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막상 1960년 당시 아프리카는 20여개의 신생 독립국가들이 새로이 국제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들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원조에는 인색한 거대 국가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랜드 펜윅' 시리즈의 장점은 거대 국가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비판이지만, 매우 웃기다는데에 있다. 솔직히 그랜드 펜윅은 세계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전화도 없는 나라에서 다른 국가들 소식은 늦을 수 밖에 없을 뿐더러, 물을 길어다 목욕을 하는 작은 나라에서 세계의 사건 사고에 뛰어들 여력도 없다. 그런데 항상 의외의 일이 유발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은 먹고 살며 조용히 지내기에도 바쁜데...항상 세계를 흔드는 굵직 굵직한 사건에 휘말려 혼란스러운 세상을 깡그리 정화시킨다.  그것도..웃기게...
 
그래서 이 책이 매력적이다. 20세기 중반에 쓰여졌지만 지금도 이 책의 풍자가 유효한 것을 보면 말이다. 예전에 앞서 나온 책을 읽고 리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레너드 위벌리'라는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의 신문기자 출신 작가이다.그래서 그런지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구조가 거대 국가들에 의해 재편되어 가고, 또 이념적으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어가는 그 때 당시의 냉전의이라는 시대상이 매우 불만족했을 것이다. 돈많다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힘있다고 유세 떠는 것도 아닌 이들 거대국가들의 유치하지만 세계인들을 볼모로한 몇가지의 불편한 경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선량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비록 작가의 웃음과 풍자가 책 속에서 넘실거리고는 있지만, 책이 주는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이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한번 정도 읽어보아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이 시리즈의 원제속에는 항상 'mouse(생쥐)'라는 글자가 있는데...얄팍하지만 무서운 고양이 무리 속에서 이 생쥐(그랜드 펜윅)가 어떻게 그들을 요리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나올 네번째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다음편은 아마도 '석유'를 가지고 장난치는 서구 자본국가들을 요리할 듯 도 싶은데... 암튼 기다려진다. 책이 얇아(270여 페이지 정도..) 너무 쉽게 읽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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