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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자메이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4
친원쥔 지음, 전수정 옮김, 정가애 그림 / 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한 곳에서 10 년 가까이 살다보니 이웃집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그맣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는 모습까지 보면서, 기특하기도 하고 세월이 빠르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희안한 건 어릴 때 그렇게 인사성 바르고 잘 웃던 아이들이 중학생만 되면, 표정이 어두워져 있고 뭔가 불만에 차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춘기라 그렇겠지 생각하지만 확연히 달라진 아이들을 보면서, 뭐가 그리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결코 남의 얘기일수만은 없기에 가는 관심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의 중학생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 적이 있다. 위태위태하게 심리적 이유기를 지나는 중학생들의 폭발적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자신의 내적 고민과 여러 변화를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아이들이 반항과 침묵으로 표출하기에 그 시기의 집안에서는 심한 내홍을 겪는다. 오로지 무사히 지나기만을 바라는 엄마들도, 또 그렇게밖에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안됐다.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는지, 그들의 세계는 어떤지 알기 원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엄마들의 모습은 때로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 엄마들에게 쉽게 찾아오는 유혹이 아이 몰래 일기장을 읽거나 책상을 뒤지는 일이다. 아무리 답답해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이런 실수를 하는 엄마들이 더러 있다. 혹여라도 아이가 알게 되면 신뢰에 금이 가는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이의 마음을 더 닫게 하는 행동이리라. 그럴 때 차라리 또래 아이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한 방법이지 싶다. 엄마가 읽고 아이에게 전해주거나, 아이가 읽는 걸 엄마도 뒤따라 읽으면 이를 매개로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여학생 자메이'는 중국의 아동소설이다. 중국인 특유의 느긋함과 아이들의 엉뚱함이 배어있어서인지 꽤 재미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책 제목 그대로 중학교 1학년 짜리 여학생 자메이다. 자메이에겐 자리라는 쌍둥이 오빠가 있고, 글을 쓰는 아빠와 연극배우인 엄마가 있다. 같은 쌍둥이라도 자리와 자메이는 많이 다르다. 촐랑대며 잘난 척하는 자리와 달리 자메이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얼굴도 예쁘고 학교예술단의 간판급 배우이기도 하지만 자메이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최근 자메이는 쭤거라라는 가수에게 홀딱 빠져있다. 친구인 린샤오메이와 같이 쭤거라의 콘서트에 가기위해 자메이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와 잔뜩 먹고 간 통에 돈도 얼마 받지 못했다. 콘서트는 가야겠고 마땅한 방법이 없자 자메이는 아빠에게 애원하고, 아빠의 통큰 배려로 콘서트를 가게된다. 그토록 기대했건만 콘서트는 자메이에게 씁쓸함만을 남겨주었고, 이를 통해 자메이는 마음이 한뼘 자라게 된다.
학교에서 자메이는 나름 스타지만, 잘난 체 하거나 으스대지 않는다. 예쁘장한 아이가 예쁜 척 하지 않으니 얼마나 보기 좋을까? 린샤오메이와 같이 다닐 때 아이들의 눈이 둘만 따라다니는데도 순진한 자메이는 그런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때로 친구에게 이유없이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 왔다갔다하는 선배언니에게 휘둘려 흔들리기도 하지만 자메이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그런 자메이를 보고 있자니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운다는 캔디형도, 자뻑 공주 타입도 아니지만 자메이는 있는 모습 그대로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래서 자메이가 있는 곳에는 황당한 일은 벌어져도 나쁜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런 자메이를 보고 있자니 우리 아이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도 쉴틈 없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휴식이 됐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엄마와 중학생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말할 나위 없겠고.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욕심을 내자면 현실에서도 자메이 같이 넉넉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