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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gstomp
실버체어(Silverchair)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1995년 6월
평점 :
품절
'Tomorrow'가 불러일으킨 반향이 어떠했는지, 그때 그 시기를 실제로 겪어본 사람들은 잘 알것이다. 정말이지 호들갑도 아니었다.
"앨리스 인 체인스 사운드가든의 사운드에 에디베더 풍의 창법, 페이지 해밀튼의 목소리, 커트 코베인의 얼굴을 한 열 여섯살의 소년 락커"
과연 이따위 캐치프레이즈가 락음반 리뷰에 등장할 자격이 있는 문구인가. 그것도 이제 막 '알짤없는' 락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솜털쟁이들한테 말이다.
본작은 충분히 명반이다. 좀 더 재미나고 새로운 맛깔을 느껴보기 위해, 잠시 잡지기사는 쌩까도록 하자.
리더인 대니얼 존스는 자기 최고의 우상이 헬멧의 페이지 헤밀튼이라며 시간이 날때마다 기자들에게 세뇌를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버체어의 음악이 소개됨에 있어서 헬멧의 이름이 회자된 예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 역시 이부분이 몹시 의문스러운데, 본작은 90년대 얼터너티브의 모양새보다는 현재의 코어뮤직과 더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코어음악을 선보였던 헬멧의 이름이 더 많이 언급되는게 정상이었을 것이다. 대니얼이 그렇게 귀에 에고 다녔던 것처럼.
물론, 앨범 어디에도 헬멧이 보여주는 '끊어치기'는 없다. 그렇지만 95년 당시에 등장했던 주류 록 앨범에 비하면 그 헤비니스가 상상이상이다. 앨리스 인 체인스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일 것이다. 첫 곡 'Israel's Son'에서는 어느정도 그런말이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히트넘버 'Pure Masscare'에서는 90년대 후반 혹은 현 시점에서나 등장할법한, 매우 현대적인 사운드가 시도된다. 보컬라인의 멜로디는 분명하지만 헤비함에 대한 집착이 엄청난...이것은 분명히 최근의 조류-이모코어라 통칭되는-인 것이다.
본작의 발매시기가 95년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들이 적어도 3, 4년은 앞선 사운드를 실현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95년 당시의 어떤 미디어에서도, 실버체어 자체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빅 4의 이름을 언급할 수 있는 껀덕지를 줏어내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뿐이었다. 그래야만 장사가 되었던게 당시 음반사의 처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속에서 실버체어는 '아류'라는 누명을 쓰고 되었고, 아직까지도 그 혐의를 제대로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
'Madman'에서의 헤비메틀은 정말 멋지다. 당시의 뮤직씬에서는 절대 맛볼수 없던 질주감.
우습다. 이런 곡이 있는데 왜 메탈리카의 아류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도 역시 모든 논란의 포커스는 "Tomorrow" 이 한 곡으로 모아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쿨한 곡이었지만, 평론가들에게는 너무나도 어정쩡한 곡이었기 때문이다.
Hard to drink 의 외침과 함께 전율스럽게 깔리는 전자기타음은 누가봐도 시애틀 사운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다만 어딘가 절규하는 듯한 창법에서 에디베더의 그림자를 느꼈는지 음반사는 곧장 이들에게 축복어린 세례를 내려버린다.
세례명 '성 시애틀'.
'Shade'에서 보여주는 분위기있는 블루스, 'Leave Me Out'에서의 묵직함, 자조적인 목소리의 'Suicidal Dream' 등등 앨범 후반부 역시 따분함을 느끼기 힘든 다채로운 형태의 곡들로 채워져있다. 특히 'Cicada'와 끝곡 'Findaway'에서 보여주는 뉴메틀적 어프로치는 분명히 그 전위성을 인정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프로듀싱과정에서 얼마간의 볼륨업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정말 열 여섯 친구들이 빚어낸 사운드라고는 믿을 수 없다. 설령 서른이 넘는 베테랑 뮤지션이 이 앨범의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충분히 인정받았을 것이다.
발음하기조차 힘든 희귀한 병으로 죽다 깨어난 우리의 주인공에게, 이제 과거의 누더기는 벗겨주는게 좋을 것 같다.
지금 현재의 씬만큼 그들에게 유리한 상황도 없는데 병때문에 제대로된 투어한 번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음반업자들은 음반을 팔아 돈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팬들은 그렇지 않다.
팬들은 정서적 욕구충족을 최우선으로 한다. 뻔히 목적이 다른데, 음반업자들의 시각에 종속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류'라 불리는 모든 뮤지션들에게, 다시 한 번, 음반업자가 아닌 팬의 시각에서 온기있는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