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벨룽겐의 노래 ㅣ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7
허창운 옮김 / 범우사 / 1997년 2월
평점 :
품절
1995년 Yaki-da의 열풍에서부터 최근의 인라인 스케이트 열풍까지. 뭐 좀 뜬다 싶으면 앞뒤 안가리고 따라하고 보는게 대한민국인들의 습성인지 실로 의심스럽고..동시에 안타깝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들이 가져다주는 최대의 오점은 바로 '다양성의 저해'에 있다. 다양성은 모든 문화발전의 토대다. 똑같은 요리를 먹더라도, 다른 여러 요리들을 접해본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느끼는 미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 일년 전부터 서점가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열풍을 보노라면 위와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맑스주의 철학자들은 양적인 발전이 질적인 발전을 낳는다며 그러한 물량확장적 현상을 나쁘게만은 보지 않았지만...중요한 건 웬만하면 최대한 빨리 '발전'하는 것이 좋으며, 그 시행착오의 기간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상품들에 대해 확실한 옥석 가리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하튼 그리스로마 신화는 이제 발전에 필요한 자체적인 질량은 충분히 획득한 듯 보인다. 그러므로 이제는 관심사를 조금 다른 곳으로 돌려보는게 좋지않을까 싶은데...여기 <니벨룽겐의 노래>를 추천하고자한다.
최근의 게임 및 판타지 소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판타지 소설, 영화, 게임은 그 배경을 전적으로 북구 신화 혹은 켈트 신화에서 따온다. 아무래도 그 신화들에서 묻어나는 신비주의, 흑마술 등 판타스틱한 요소들이 관련 산업과 비슷한 코드를 가진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서양에서 비교문학이라는 장르가 발전해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니벨룽겐의 노래를 언급함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저 호머의 <일리아드>다. 영웅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부분들이 발견되기도 하나, 스토리의 구조와 전개상황, 내용등 전체적인 색깔은 서로 굉장히 다르게 나타난다. 다층적인 내용전개가 각각 다른 형식으로, 양자 모두에게 나타나기에 비교문학적인 자세로 접근하기에 이보다 더한 전범은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허창운씨가 맡은 범우사 편의 책은 번역이 썩 잘되어 있는 편이다. 다만 관련 서적이 턱없이 부족한데서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한계를 느낄 수 있다. 현재 북구, 게르만, 켈트, 이집트, 인도, 페르시아 등등의 신화서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페르시아 신화의 경우 그나마도 전부 다 번역본이며, 자작된 저술은 한 권도 없다.
좀 더 쉽게, 소설 형식으로 번역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만하면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하튼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다양한 종류의 신화가 선을 보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