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스카 와일드 같은 천재작가의 천재적인 작품집이 출판사의 비상식적인 팩트 오류로 얼룩지는 모습은 정말 견디기 힘든 역겨움이다.   

신성 모독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둘째 자식인 비비안(Vyvyan)이 딸이 아닌 아들인 것은 그냥 위키백과에만 검색을 해봐도, 아니, 그냥 한국 포털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봐도 상식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기본 팩트다.  

 

민음사가 지금 한창 내놓고 있는 세계문학 전집은 상당히 거창한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름 한국 출판계에서 번역물의 퀄리티를 높이는 차원에서 모종의 '이정표'를 세운다는 목표를 사운 것으로 아는데...그런 그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상당히 곤란하다. 

팩트 오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 출판사의 신뢰도와 직결이 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하나가 틀리면,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내용을 읽으려고 책을 사는 것이지, 시간이 남아돌아서 소모적인 팩트 확인이나 하자고 책을 하는 게 아니다.  

 

오타는 날 수 있지만 팩트는 안된다. 그런 출판사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차라리 비비안이 형이고 시릴이 아우였다 라고 했다면 출판사 친구들이 잠시 착각을 했나보구나 하겠는데...이건 뭐 아들임이 명백한 둘째자식을 대놓고 딸이라고 써 놓으니... 

 

민음사의 발빠른 처리를 부탁드린다.  

독자들에게 꼭 고개숙여 사과하라. 

 

오스카 와일드의 신성한 작품집이 초보적인 팩트 오류로 얼룩지는 걸 본다는 것은 그를 추종하는 한 독자로서 정말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P.S.  나머지 부분들은 다 괜찮다. 번역도 자연스럽게 잘 되었고 여기저기 신경 쓴 흔적이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르세르크 31
미우라 켄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한 대중문화 컨텐츠를, 포스트 모더니즘이니 뭐니 하는 이런저런 학술용어들로 포장해 짐짓 '있어 보이는' 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같잖은 시도들이 많다. 영화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는데..여튼 나는 대중문화에 '있지도 않은' 예술성을 억지로 부여하는 모습들이 언제나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는 거 아닌 것처럼...재래식 화장실에 페인트칠 한다고 그게 수세식 화장실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몇몇 일본 만화들은 경우가 좀 다르다. 펜터치, 붓터치 하나하나에 그만의 심오한 철학을 담은 일필휘지의 기재들, 이를테면 다케히코 이노우에 같은 사람들은 어느새 '마에스트로', '비루투오조' 같은 존칭을 부여받고 있으며, 실제로 그의 작품들 역시 그런 표현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손쉽게 증명해주고 있다. 자기가 생각한 스토리에 딱 어울리는 그림체, 딱 어울리는 분위기와 표정을 구현하기 위해 그들은 선 하나를 그리는 데 있어서도 끊임없는 탐구정신을 가지는 것이다. 열번 생각해서 그리는 그림이랑 한번 생각해서 그리는 그림이랑 그림의 깊이가 같을 수가 없다. 

베르세르크의 미우라 켄타로 역시 일필휘지의 동양화적 드로잉 스킬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선이 굵으면서도 세밀한 터치, 그리고 독자의 머릿속 저변을 일깨우는 심도한 실존주의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21세기 대중문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통할만 하다. 뭐 최초 시작된 것은 1989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업보의 개념이 많이 암시되는 탓인지 불교철학의 냄새가 많이 풍기고, 또 그런 부분의 연장선상인 때문인지 쇼펜하우어나 야스퍼스의 이름들도 많이 거론된다. 이들 철학의 공통점은 인간의지와 운명에 관한 것들이다. 이 세상엔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어떤 원리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하나의 세계 속에서 인간 개개인이 가지는 의지와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들인가? 어떤 이는 초인적인 힘으로 인해 세상의 이 원리를 스스로 창조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하찮은' 이들은 그런 거대한 원리에 그저 가볍게 희생되기만 할 뿐이다. 거대한 일반원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이 항상 그 원리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이런 대회가 나온다.

"인간의 운명은 타원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장대한 스케일의 플롯 위에서, 주인공은 홀로 모험한다. 그리고 그 모험의 주된 테마는 때로는 개인의 존재이유와 고독이 되며, 또 때로는 삶에 있어서의 소중한 인연들이 된다. 연인과의 사랑, 친구/전우와의 사랑, 그리고 증오의 감정. 순정만화틱한 필치가 두드러지는 부분에서는 주인공들끼리의 동성애적인 분위기가 스토리의 핵심을 이루며, 하드코어 판타지로 그림의 질감이 바뀌는 부분에서는 스토리가 다시 지독히 무자비한 액션 어드벤처로 거듭난다.

여튼 내용을 읽다 보면 데미안의 스토리 구성이 많이 떠오르는 게 사실인데, 불교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헤르만 헷세가 동일한 철학적 줄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베르세르크 역시 이쪽 분야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순간순간의 명대사로 독자들의 심장을 휘어잡는 베르세르크. 내가 기억하는 대사들만 해도 벌써 몇 개인지 모르겠다.

현대철학의 정수를 피부로 느껴보고 싶다면, 안쓰러운 문체로 번역돼있는 학술서보다 서른 한권의 이 만화책들을 선택하시길..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옥에 살어리랏다 - 아름답게 되살린 한옥 이야기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 지음 / 돌베개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운 조경은 선진국의 척도 중에 하나다. 이 책에서 나는 조경 선진국 한국을 보았다.

아마 이런 조경들이 조금씩만 더 일반화 돼있어도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관광대국이 될 것인데...

예전부터 늘상 느껴왔던 바지만 한국인들은 그저 돈잘되면 장땡, 미적 감각따윈 애시당초 신경을 안쓴다.

인사동마저 콘크리트의 침략에 급속도로 잠식을 당하고 있다.

방대한 사진자료. 편집진들의 성실한 자료 수집에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정도면 못해도 십년은 스테디 셀러가 될 생명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준만과 국민 사기극
인터넷 뉴스타운 편집부 지음 / 민중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콧물 닦는 강준만...

[서울대의 나라] 때만 해도 강준만의 포스는 엄청났다. 허나 어언 십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저 펴내는 책 편수에 따라 돈벌어 먹는 '돈내기' 업자일 뿐이다. 한달에 평균 한권. 아니 어떻게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다들 아시겠지만 강준만씨는 자기만의 독특한 글쓰기 철학이 있다. 즉 모든 글쓴이는 글쓴이가 아니라 '편집자'라는 마인드다. 이게 가만 무슨말인고 하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라는 지극히 회의적인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얘기다. 즉 '니가 스스로만의 생각이라 흐뭇해하며 써가고 있는 그 글이 실은 예전에 누가 다 생각하고 써놨던 글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의 글은 '저'가 아니라 일종의 복제본이다...그런데 어디서 감히 니 혼자만의 창작물인 척 하느냐...

 물론 강준만 본인은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어쨌든 자기 자신은 정말이지 잽싸게 피해간다. 항상 '편저'라는 말을 달기 때문이다. 강준만 식대로 판단하자면, 이 세상에 누구누구 '지음'이라든지 누구누구 '저'라고 돼있는 출판물들은 전부 사기다. 왜냐면 베낀거에다 짜집기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준만은 나름 떳떳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한다. 어설픈 윤색보다는 대놓고 베끼는 방법을 선택하되, 출처를 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글쓰기가 일견 깔끔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난 강준만의 의견에 동의 못한다.

 가독성, 즉 처음엔 좀 힘들더라도 읽다보면 뭔가 집중이 되야 하는게 하나의 출판물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미덕이다. 빡샌 사회 과학서라도, 저자 혼자서 자기만의 문체로 정력적으로 쓴 것은 누가 읽어도 읽다 보면 적응이 되고 어느 순간 집중이 되는 시점이 있다. 그런데 강준만의 책은 절대로 그렇지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그대로 퍼날라 짜맞추다 보니 여기서 이 문체, 저기서 이 문체가 난립을 하는 것이다. 마치 지그재그 무늬의 모자이크를 보는 것처럼, 강준만이 나름 떳떳하게 편저한 책들은 하나같이 다 어지럽다. 눈도, 머리도 다.

 정말 글을 정력적이고 양심있게 쓴다면, 지렇게 결벽증적으로까지 생각이 번질 수가 없다. 나름 나만의 생각으로 써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겹치게 되었다면, 그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된다. 정말 하나의 맥락 속에서 나온 글이라면, 그 일부분이 아무리 다른 글의 일부와 같다고 해도 그 진실된 실체가 반드시 드러나게 돼있다. 강준만의 생각대로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면...아...강준만이여 당신은 왜 자꾸 '복제된' 책들을 그렇게 쏟아내는가?

 누군가 견제해줘야 할 사람이 필요할 듯 싶다. 정말이지 술취한 놈 설사하는 마냥 줄기차게 쏟아낸다. 그리고 그 설사랑 똑같은 것이, 알맹이는 없이 물 뿐인데 냄새는 지독하다. 강준만...둥글둥글함을 버리고...다시 젊은 시절의 날카로운 인생관을 호출해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ine 2007-05-2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님의 생각에 많이 동의합니다 신문 짜집기식의 책 편집, 이제 자제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자기 생각이 너무 없어요
 
세계화 시대의 세계지리 읽기 - 한울아카데미 788, 개정판 한울아카데미 788
옥한석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의 쾌거입니다. 이런 명저가 나오다니.

중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읽어도 될 정도로 문체가 평이하면서 동시에 현시대를 반영한 시사성있는 테마 설정이 돋보입니다. 즉 작품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갖추었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퀄리티에 있어서는 최근에 발간된 국내 저서들 중 최정상급입니다. 번역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할나위 없는 쾌거죠.

임용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니마니 이런 말이 있는데 그건 정말 이 책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입니다. 무조건 구입하십시오. 시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정말 흥미진진하죠. 저자들에게 전화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너무 감격스러워서.ㅋㅋ

이런 책이 나와야 대한민국 인문학이 발달합니다.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