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anasia
메가데스 (Megadeth) 노래 / 이엠아이(EMI) / 1996년 12월
평점 :
품절


음모론, 외계인, 핵전쟁 등 X-파일의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메가데스는 메틀계에서 가장 개성있는 밴드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유니크하고 세련된 작곡방식과 연주력 덕택에 그 바닥에서 이미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데이브 머스테인.
초현실적이고 묵시록적인 느낌 가득한 앨범 커버에서부터 느껴지듯 본작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상을 담고 있다. 'Countdown To Extinction'과 'Hanger 18'에서 보여주었던 그들만의 확실한 색깔이 그 어느 앨범보다 확실히 드러난 작품이 본작 'Youthanasia'인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전작들과 비교했을때, 그들만의 특기인 날카로움, 순발력, 스트레이트함 등은 많이 체감된 느낌이다. 'Holy Wars...'에서 보여주던 살인적인 연주력은 물론이요, 'Phsychotron'에서의 로보틱한 건조함도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내츄럴한 양상으로 변모했다고 할 수 있는데, 역시 천재 뮤지션답게 이런 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살림으로써 결국은 변화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었다.


인토로를 장식하는 'Reckoning Day'는 서두의 리프때문에 얼마간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중반부의 코러스를 들으면 상당히 팝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듣는것이 불가능한 마티와 데이브의 솔로협연이 돋보이는 'Train Of Consequences'역시 보컬라인의 부드러움이 잘 녹아있는 곡이다.

'Addicted To Chaos', 'A Tout Le Monde', 'Elysian Fields' 로 이어지는 3부작은 앨범의 백미로 그들의 변화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곡들이다. 마치 하나의 컨셉을 설정하고 있는 것처럼, 광활한 대지를 연상케하는 장엄한 스케일을 청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드럼 인트로로 시작하는 'Addicted To Chaos'는 미드템포의 코러스가 굉장히 인상적인 곡으로 어딘가 주술적으로 들리는 기타솔로가 그 독특한 색깔에 빛을 더한다. 곡 길이는 특별히 길지 않지만 특유의 스케일 때문에 서사적인 대곡의 느낌이 든다.
그들만의 색깔이 너무나 신선한 작법으로 나타나있는 'A Tout Le Monde' 역시 앞트랙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비장한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준다. A Tout Le Monde 이라고 외치는 코러스부분의 프레이즈가 특히 이색적이다.
'Elysian Fields' 는 싱글성향 분명한 힛트넘버다. 빠른 템포의 리듬과 돌림형식의 코러스가 어우려져 장중함 느낌을 잘 살리는데, 앞서 말한 변화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담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앨범 내의 곡 중 가장 많은 에어플레이를 기록했던 'Blood Of Heroes'는 보컬리스트가 되기위한 데이브의 처절한 노력이 돋보이는 곡인데, 뽕짝풍의 코러스가 어딘가 유머러스하게 들리기도 한다.
특히 이어지는 'Family Tree'에서는 그 뽕짝필이 상상이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이미 그쪽의 전과가 있는 마티 프리드만의 입김이 작용한 것임에 틀림없다. 인트로가 너무도 신선하고 기분좋았던 덕택에 후반부의 그 '뽕짝'이 더욱더 괘씸하게만 들린다.

푸닥거리라도 하는 듯한 주술적 읊조림이 특이한 타이틀트랙 'Youthanasia'는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다.
'I Thought I Knew It All'은 메탈리카를 연상케하는 헤비리프가 서두를 멋지게 장식하고 있으나 역시 'Family Tree'와 똑같은 곡 구조를 취하고 있어 이제는 웃음마저 나온다. 그 동양적인(?!)인 소절을 애처롭게 읊어대는 데이브의 모습이 이렇게 코믹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또 있을까.

간만에 헤비한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하는 미드템포의 'Black Curtain', 엔딩트랙 'Victory'는 앞의 곡들에 비해서는 약간 평범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지만 여전히 앨범 전체의 컨셉에는 벗어남이 없다.
특이하게 전작들에 수록된 곡들을 언급하는 형식으로 가사가 이루어져 있는 'Victory'는 데이브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짚이지 않는, 의문부호 가득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메가데스의 역사를 시작부터 끝까지 거시적으로 훑어본 다음 다시 "Youthanasia"라는 '개별사건'을 관찰해보면 '변화'의 동력원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그것은 마티 프리드만이라는 기타리스트이다.
최고의 대중적 성공작 "Countdown To Extinction"은 전작 "Rust In Peace"에 비해 한결 간결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흐름은 본작에서도 '등속도'로 유지되었다.
마티 프리드먼의 탈퇴 이후 발표된 메가데스의 앨범이 대부분 부루털한 양상으로 나타난 점을 떠올려보면 밴드내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던 무게감이 상당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실제로 마티는 팝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곡작업에 참여한 "Countdown To Extinction"에서부터 "Risk"에 이르기까지...물론 대부분의 곡은 데이브가 작곡했지만 마티의 아이디어가 큰 폭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전성기 시절의 라인업을 재결성하려다 툇자를 맞고 다니는 머스테인의 모습이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멤버 본인들의 인간관계 문제겠지만, 노파심 가득한 팬들의 입장으로선 어찌되어도 좋으니 부디 그 라인업으로 부활했으면 하는 기도를 한다.
역대 그 어느 작품보다 자기색깔 뚜렷한 신작 "The System Has Failed"는 분명히 '팝적인 편곡'의 과정을 남겨둔, 아직까지는 미완의 형태인 듯한 느낌이 들기에 아쉬움은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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