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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피난처는 야자수가 즐비한 이국적 풍경의 섬나라?
- 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 피난처는 어떤 섬나라라고 말하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섬 이름이 맨해튼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게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조세 피난처 역시 섬에 있는데, 바로 영국에 있는 런던이란 도시다.
다국적 기업들은 복수의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끊임없이 자본을 포장·재포장하는 수법을 썼고, 출처가 세탁된 자금은 전 세계를 유람한다. 그 결과 검은돈은 합법적인 자금으로 탈바꿈한다.
2010년 IMF 추산에 따르면 케이만군도 같은 조세피난처에 소재한 금융센터 자산 계정은 총 18조달러다. 세계 총GDP(국내총생산)의 3분의 1 수준. 2008년 미국 연방회계감사원(GAO)은 미국 100대 기업 가운데 83개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금융자본이 역외시장에서 활보하는 건 철저한 비밀주의와 불투명성 때문이다. 어떤 부자가 A 조세피난처의 모 은행에 거액을 예치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 계좌는 B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신탁회사 명의로 돼 있을 것이며 그 신탁 관리자는 C조세피난처에, 신탁 수혜자는 D조세피난처에 위치한 다른 기업일 수 있다. 증거를 잡아내기도 어렵고, 배후 인물을 찾아내기 위해 회사 변호사를 부르면 고객 비밀 보호를 이유로 입을 닫아버린다. 역외시장이 커지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돈의 서류상 흔적을 지워주는 '마법사'도 번창한다. 저자는 KPMG,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등 4대 회계법인과 애플비, 캐리올슨, 무랑오잔 같은 다국적 법무법인을 '역외마법서클(offshore magic circle)'이라고 불렀다.
저자는 이런 역외 금융체제가 가난과 불평등을 고착화한다고 주장한다. 세수 규모는 일정한데 기업·부자들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떼어먹는다면 서민이 그 나머지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빈부 격차도 심화시켰다. 연구 단체인 GFI(글로벌금융건전성) 프로그램의 2009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6년 개발도상국이 불법적인 금융 거래로 입은 손실액은 8500억~1조달러에 이른다. 개도국이 해외 원조로 받은 총액이 1000억달러임을 감안할 때 부자 국가들이 앞에선 1달러를 베풀고, 뒤로는 10달러를 빼앗아가는 셈이다.
저자는 조세피난처가 만들어낸 역외체제의 해악을 막을 방도를 몇 가지 제시했다. 먼저 자국의 금융시스템 안전을 걱정하는 나라들은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규제가 좀 느슨할 뿐이라거나 OECD 회원국임을 내세운다고 봐주지 말고 '거칠게, 제대로 거칠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영국계 조세피난처를 거친 검은 자금이 모여드는 런던 시티(런던의 금융 중심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역외 탈세를 한 고객이 감옥에 간다면 그를 도운 관리 책임자와 신탁관리인, 변호사, 회사 명의 소유주(바지사장)도 마땅히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아마존닷컴의 창시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48)의 삶과 경영 방식에 집중한다. 잡스, 게이츠에 비해 국내에 덜
알려졌지만 인터넷 쇼핑 체계를 중심으로 세계 IT 지도를 재편한 거물이다. 아마존닷컴 서비스와 킨들 시리즈가 덜 보급된 한국의
독자에게, 해외 IT 생태계에서는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EO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야기는 흥미로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베조스는 아마존닷컴 설립 두 달 뒤인 1994년 9월 22일, 미시시피 주 옥스퍼드의 오프라인
서점 운영자 리처드 호워스의 서점 창업 강좌를 듣는다. 서점의 실수로 더럽혀진 고객의 차를 직접 닦아준 호워스의 서비스 이야기에
크게 감동받은 베조스는 이를 아마존닷컴의 대량 온라인 고객서비스의 모태로 삼는다. 그날 강사였던 호워스는 훗날 “(온라인으로
일하는) 베조스는 고객의 자동차를 직접 닦아준 경험이 한 번도 없을 것”이라며 투덜댔다.
책은 아마존닷컴 고객서비스
부서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량을 미화하지 않는다.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베조스를 다소 냉철하고 신경질적인 존재로
묘사한다. 어려서부터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했으며 부하 직원의 면전에서 화를 내고 손을 내젓는 다혈질 상사이자 가혹한
경영자라 평하기도 한다. 베조스는 개인 시간을 들여 일하는 프로그래머에게 월급 인상분 대신 중고 나이키 운동화를 주고, 고객
e메일이 밀린 서비스 부서에 메일 1000건당 현금 보너스 200달러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제프 베조스
리더십의 비밀을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기’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늘
처음처럼의 마인드 갖기’의 네 가지로 압축 분석하며 좋은 경영인의 본보기로 제시한다.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피터팬’, ‘동물농장’, ‘E.T.’ ‘구글’, ‘해리포터’…. 이들의 탄생 배경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얼핏 보기에도, 아니 곰곰이 톱아봐도 이 말들에서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책 ‘콰이어트’를 펼쳐보시길. 정답은 세상에 이들을 탄생시킨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내향적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오웰, 스티븐 스필버그, 래리 페이지, J K 롤링 등은 모두 자신의 내면 세계에 깊이 접속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 책은 외향적인 성향이 왜 각광받고 외향성을 왜 롤모델로 떠받드는 시대가 됐는지를 살피고, 홀대받아온 내향적인 성향의 숨은 능력과 강점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책에 따르면 외향적 기질이 환영받기 시작한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짧다. 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된 도시화와 대규모 이민은 외향적 기질에 강력한 힘을 불어 넣는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새롭게 정착한 미국은 이제 막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사회적 경쟁이 가속화된다. 1790년대 미국인 중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은 고작 3%였고, 1840년에는 8%뿐이었다. 하지만 1920년이 되자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도시 거주민이 됐다. 이제 미국인들은 작은 마을에서 친분을 쌓으며 일하던 이웃이 아니라 난생 처음 보는 낯선이들과 만나 이윤 추구를 위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외향성은 이 시점에서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첨예한 경쟁사회에서 남들보다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돼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미국이라는 힘을 등에 업고 점차 지구촌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의 말을 인용,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됐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고민하던 ‘인격’의 시대에서,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성격’의 시대로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외향적인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전통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인은 웅변술을 최고의 능력으로 여겼으며, 로마인은 화려한 사교생활로 가득한 도시로부터의 추방을 최악의 처벌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콰이어트>가 외향적인 사람을 비난하고 내향적인 사람을 찬양하는 책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성향은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없다. 사람에게는 두 성향이 모두 있을 수 있기에, 어느 한쪽을 억누르지 않고 긍정해야 한다. 외향성의 남편과 내향성의 아내가 있다고 하자. 남편은 금요일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단둘이 보내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에게 ‘틀렸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성향을 인정하고 절충점을 찾는 편이 낫다.
“사랑은 필수지만, 사교성은 선택”이라고 케인은 말한다. 인간은 서로에게 공감해야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각자 자신에게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을 찾아보자.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책상 위의 스탠드가 적절할 것이다. ‘반사회적’이란 말은 종종 비난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제 존재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즐기고 상황의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성찰적인 사람에게 붙이는 찬사가 될 수도 있다고 <콰이어트>는 말한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 경제 위기와 혼란으로 확산되자 경제학자와 정부 기관들은 원인 분석에 매달렸다. 저자는 ‘매달렸다’를 ‘매달리는 척했다’로 독해한다. 당시의 분석이 월스트리트와 기관들의 고질적인 유착에 의해 왜곡됐으며, 근본적으로 기존의 경제학 자체가 과학의 지위를 넘보기에는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자유시장 이론은 검증되지 않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40∼80년대 경제 이론의 변천사를 살펴보며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규제 완화를 부추겨 시장을 망쳐왔다고 주장한다. 칠레를 예로 들며, 칠레 경제의 일시적 성장은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독재체제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그 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책 말미에 저자가 드는, 생명공학의 산물인 가상의 식물 ‘X작물’의 예는 흥미롭다. 농지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며 정력제와 강장제 기능까지 있는 X작물을 맹신하다 뒤늦게 그 부작용을 깨닫지만 이미 재편된 농업 시스템을 되돌릴 수 없듯 현재의 금융 위기에서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상기시키며, 선진국들은 이미 채무 기술(debt technology)에 돌이킬 수 없이 중독돼 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 ‘이콘드(Econned)’는 현실과 떨어져 이상화된 경제학의 논리에 함몰된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는 말. ‘이콘(Econ)’은 경제학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이콘의 정의 같은 경제학 개념들에 순종하지 말고 대신 반복되는 금융 혼란과 기업들의 모럴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금융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을 줄이는 한편으로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목의 ‘똥배’가 불룩한 뱃살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똥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품이 밀이라는 것도 이젠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밀이 중독, 금단, 망상, 환각 등 정신 질환과도 연결된다면 믿겠는가. 이 책 ‘밀가루 똥배(Wheat Belly)’는 밀의 중독성이 담배의 니코틴만큼이나 지독하다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밀 섭취는 헤로인 중독 현상과 비슷하며, 밀에 들어간 음식을 끊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 기복이 덜해지며, 집중력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또 밀이 들어간 음식과 작별한 사람의 30% 정도는 금단 현상을 경험한다. 아울러 밀은 정신분열증과도 연관이 있으며,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도 간여한다.
“1세기 전의 밀과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밀은 셀리악병을 유발하는 글루텐 단백질을 다량 발현”시킨다. 셀리악병은 소장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소화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또 저자는 “밀은 자당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혈당을 끌어올리며, 중독, 금단, 망상, 환각 등의 정신질환과 연결될 뿐 아니라 정신분열,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도 간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밀을 끊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 기복이 줄어들며, 집중력 향상과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의 부정적 역할은 이밖에도 많다. 저자는 밀이 “당뇨병과 심장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우리 몸의 산성도를 높여 골다공증과 골절을 유발하며, 여드름을 비롯한 각종 피부 발진을 일으키고 탈모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책의 제목에서도 암시하듯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밀은 강력한 식욕 촉진제로 작용”하면서 “똥배와 허리 군살의 주범”이 된다. 밀은 ‘똥배’에 필수적인 고혈당을 일으켜 고인슐린을 유발하고, 고인슐린은 내장지방 축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많이 먹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체중 때문에 고민스럽다면, 원인은 결국 밀”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처럼 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담배의 니코틴과도 같은 밀과 단호히 이별해야 한다”며 “당신의 삶에서 밀을 완전히 제거한다면 단순하지만 엄청난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는 밀을 끊기 위한 일상적 매뉴얼과 단식 프로그램, 금단 증세에 대처하는 요령 따위를 덧붙였다. 그래서 이 책은 얼핏 실용서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