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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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책이었다. 그림도 글도.. 유명하신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부끄럽게도 처음 제대로 접해보았다. 이 예쁜 책을 읽고, 책에 생각을 이렇게도 아름답게 녹여낼 수 있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름답게 억지로 꾸며낸 말들이 없이도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심이 담긴 글, 세상의 쓰디쓰고 달콤한 모든 맛들을 느끼고 난뒤에야 가능한 것일까?

책 속에는 수녀님께서 쏟아낸 예쁜 말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판, 그녀의 기도,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상에서 끄적거린 그녀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녀님의 기도가 담긴 부분은 다소 종교적일지 모르나, 종교와 상관없이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 그녀의 추모편지들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부러워할것에 대해 부러워하고, 본받을 것에 대해선 본받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정말 쇼크였던 부분은 다른이를 험담한 자신을 반성하는 부분이었다. '아, 수녀님도 사람이었구나' 하고 피식 웃어보았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솔직한 책이 아닌가? 다름을 이해하고, 이기심을 줄이고, 한번 더 생각하라는 수녀님의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 그녀는 '마음에 드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진정으로 환대하고 받아들일때 서로 막혀있던 통로가 트이고,조그만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그리고 이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음을..]

나는 여태껏 싫어하는 누군가에 대하여 '저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먼저 기피하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외면한다는 것이 이기는 줄만 알았다. 세상 사람들 모두를 사랑으로 감싸안으려는 시도는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다시 한번도 보지 않으려는 좁은 마음을 가지는 건 정말로 용기없는 일이 아닌가? 그녀는 책 속에서 몇번이나 나에게 아름다운 말들로 교훈을 남겨주었다.

나를 정말 가까이서 위로하고 매만져주었던 시가 있어 한번 읊어본다.

 

 

 

사소한 걱정과 불안을 안고 속으로 끙끙 앓아대던 나에게 거의 눈물날 정도로 위로가 되는 시였다.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심각치 않게 여기지 않는 대담함을 가지라고, 너무 많은 것에 신경쓰지말라고. 아마 지금의 청춘들, 그리고 삶의 무게가 벅차는 누군가에게도 마음 속 위안이 되는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

[우리가 한 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꽃이 지고나면 그제서야 잎이 보이는 것처럼 어떤 것에 대해선 조금은 눈을 감고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꽃이 지기전에 잎을 볼 수 있도록 나를 재촉하고 다독여본다. 그리고 수녀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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