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수록 내가 깎이는 기분이라 그랬어." 나는 그 말이 사무치도록 이해가 되어서 더 슬펐다. - P336
어떻게 아귀 맞게 쌓았냐고요? 내가 대답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네모반듯한 돌들의아귀를 맞추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삶이 갈렸을 거라며 돌담주변을 둘러보았다.침략을 대비하기 위해 갈린 수많은 삶을 떠올려보았다. 무언가를 대비하기 위해 삶을 갈아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잔인한 일이었다. 혹시 내가 삶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하는 일들이, 사실은 정말 내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무서워졌다. - P302
나는 아직까지도 나와 미정, 미정 엄마가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떠들었던그날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미정 엄마는 중학생이었던우리에게 흔쾌히 캔 맥주를 직접 따 주었다). 그때 미정 엄마에게서는 절대로 누군가에게 함부로 휘둘리지 않으려는 결기가 느껴졌고, 나는 미정 엄마의 삶을 닮고 싶어했다. 그러니까, 내가 누군가를 이용하더라도 그것이 그 누군가에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는 삶. 어떤 사건에 휘말리더라도 그 속에서꼿꼿이 허리를 편 채 눈을 부릅뜨는 삶. 그때 나는 미정 엄마가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삶이라는 게 정말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 건가? 기어코 해가 되고 마는 것이 삶 아닌가. - P118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님을 향해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무수한 물음표들. “아니??? 대체 어떤 삶을 통과해 오셨나요…????” 단단한 글의 내공은 다름 아닌 그의 인생에서 나온 것이었음을. 그리고 그것은 그의 모계가족에서 이어진 전통이랄까 얼이랄까…!!!! 작가의 두 할머님 얘기는 정말이지 어디에서도 보고 들을 수 없는 스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