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인문학과 번역비평
전성기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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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번역인문학은 고전번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번역 문제 전반을 포괄하고자 하는 하나의 문제 제기이다. 번역인문학은 번역비평을 통해 '위기의 인문학'과 '척박한 번역문화'라는 우리 현실의 시급한 두 문제를 동시에 상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 뿐 아니라, 우리 나름의 인문학을 탐구하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번역인문학의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번역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며, 번역인문학의 심도 있는 탐구를 위해서는 그 시각과 방법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탐구의 수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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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품절


주책바가지들. 평생 철모르는 인간들. 그런 사람들이 정치집회를 열고, 소극장에서 시낭송을 하고, 아침마다 일어나서 몇장씩 소설을 쓴다. 교문 앞에 손을 내밀고 동상처럼 서 있다가 이십오 쎈트짜리 동전을 손바닥에 올려놓을 때마다 그 보답으로 부시에 대한 욕설을 들려주는 사람도 있다. 우리 같으면 그런 인간들이 넘치면 어떻게 할까? 진보적인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당장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라고 요구할 것이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88만원만 벌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 공무원이나 학자 들은 왜 자꾸 우리를 취직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빈둥거릴 텐데, 그 꼴만은 절대로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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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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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에 자네 부친이 일본에 왔을 때, 이런 얘기를 했다네. 한국전쟁 때 부상을 당해 부산까지 후송됐는데, 거기서 부산 앞바다를 보면서 '내 고향은 저 바다 건너인데......'라고 생각하면서 눈물만 흘렸다고. 그때부터 삼십년 동안, 그런 얘기 남한테는 한번도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 일본에 와서 우리한테 한다면서 엉엉 울더라니까."
이번에는 귀를 막지도 욕지기를 느끼지도 않았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중공군이 쏜 총알에 부상당해 후송된 부산에서 바다를 보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저기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글을 쓰느냐면 바로 이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리얼리티는 이 현실에서 약간 비껴서 있는 셈이다.-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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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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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내,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토오꾜오로 가겠다고 호언하고 어느 친구에게는 전기기술에 관한 공부를 하러 간다는 둥, 학교선생님을 만나서는 고급단식인쇄술을 연구하겠다는 둥 친한 친구에게는 내 5개 국어를 능통할 작정일세 어쩌고 심하면 법률을 배우겠소라고 헛소리를 탕탕 내뱉은 이상이 왜 하필이면 1937년 토오꾜오에 가서 죽음을 맞이했느냐는 것이다. 이 죽음에는 비밀의 냄새가 잔뜩 풍긴다. 이상이 '종생기'에서 말한바, "천하에 형안(炯眼)이 없지 않으니까 너무 금칠을 아니했다가는 서툴리 들킬 염려가 있다"는 문장 그 자체가 바로 이 이해할 수 없는 시간에 이해할 수 없는 장소에서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나의 토오꾜오행이란 그러니까 이상이 남긴 그 비밀을 알고 싶은 욕망의 소산이기도 했다.-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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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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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리얼리티는 민족주의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아스트리드나 겐게쯔의 리얼리티를 닮았다. 핏줄로 구성되는 리얼리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가 핏줄을 얘기할 때, 그건 그들과 나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설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핏줄은 한 집의 경계를 만들고 일가를 구성하고 촌락을 형성하며 민족국가를 건설해 그 너머를 향해 완강한 경계선을 긋는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이 경계선을 넘어간 자들을 핏줄은 거부한다. 아스트리드처럼 입양됐든, 겐게쯔의 아버지처럼 밀항했든.-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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