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품절


이 사내,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토오꾜오로 가겠다고 호언하고 어느 친구에게는 전기기술에 관한 공부를 하러 간다는 둥, 학교선생님을 만나서는 고급단식인쇄술을 연구하겠다는 둥 친한 친구에게는 내 5개 국어를 능통할 작정일세 어쩌고 심하면 법률을 배우겠소라고 헛소리를 탕탕 내뱉은 이상이 왜 하필이면 1937년 토오꾜오에 가서 죽음을 맞이했느냐는 것이다. 이 죽음에는 비밀의 냄새가 잔뜩 풍긴다. 이상이 '종생기'에서 말한바, "천하에 형안(炯眼)이 없지 않으니까 너무 금칠을 아니했다가는 서툴리 들킬 염려가 있다"는 문장 그 자체가 바로 이 이해할 수 없는 시간에 이해할 수 없는 장소에서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나의 토오꾜오행이란 그러니까 이상이 남긴 그 비밀을 알고 싶은 욕망의 소산이기도 했다.-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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