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6일 

"한국 사회는 민생의 고통, 비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한국 사회의 좌표, 풍향, 해류, 지형등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나 계기판이 고장난 사회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모든 정당과 언론과 지식사회가 ‘증오심’이 과다하고, ‘종합적 통찰력’이 부족하여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2008년 2월 29일 

"당선 확률이 낮은 지역의 ‘민주개혁진보’ 전사(戰士)의 전멸 현상의 뿌리를 좀 더 파고 들어가보면 통합민주당으로부터 이른바 영남 민주개혁 세력의 사실상 조직적(?) 철수 징후가 나타난다. 정치적 약자임이 명백한 영남 민주개혁 세력의 개별적 이탈과 눈보라 몰아치는 영남 들판에서의 게릴라전은 따뜻한 온실에서 호의호식해 온 정치적 강자들의 무뇌아 짓거리(반노를 통한 얄팍한 차별화, 친노 희생양 만들기 시도, 의원 기득권 중심주의 등)로 인한 비주류의 설움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떤 학자는 통합민주당의 정체성을 논하는 토론회에서 ‘통합민주당에 과학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선 결과와 공천신청 결과는 과학 이전에 의리와 희생정신이 있는지? 정의가 있는지? 집권의지가 있는지? 영혼이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성(聖)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정의(正義)를 배제한다면 왕국과 강도집단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물었다. 그렇다. 통합민주당에 긴 호흡의 집권전략과 ‘당리당략’이 없다면 민주개혁진보를 참칭하는 ‘정치자영업자 연합회’ 내지 ‘좀도둑’ 집단과 공당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물을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당의 대주주는 결코 김대중, 김영삼, 박근혜를 닮은 어떤 한 정치인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김대중을 능가하는 당의 대주주가 어떻게, 어떤 경로로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통합민주당의 자체 혁신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당 외부에 있는 수만, 수십만 명의 전문가와 건강한 시민의 주인 된 참여 없이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이는 민주, 개혁, 진보, 평화와 선진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아니 대를 이어서라도 반드시 성취해야 할 과제이다." 

2008년 4월 23일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는 좀 더 국정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인물, 좀 더 획기적인 변화.개혁을 추구할 수 있는 인물, 좀 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인물을 선호하는 심모원려(深謀遠慮) 징후가 뚜렷하다. 하지만 자칭 진보개혁 세력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보적 변화와 개혁만이 진짜로 생각하여 유권자들의 표심을 보수화(경제성장에 대한 묻지마 열망), 낮은 투표율, 뉴타운 같은 사기 공약과 변칙적 관권 선거 탓으로 지나치게 폄하.왜곡하고 있다."  

2008년 4월 25일 

"한나라당이 조.중.동.문과 긴밀한 공조 하에 약간 참신한 뭔가를 꽤 뻥튀기해서 보여주는 동안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은 누가 봐도 민주, 개혁, 진보, 정의, 미래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짓을 숱하게 저질렀다. 당.정.청의 극심한 엇박자, 명분 없는 이합집산, 반노(반FTA , 통치행태 등)를 통한 차별화 쇼, 열린우리당에서 노무현 축출,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한) 기간 당원제-공직후보자 경선제 같은 거칠고 조급하게 구현된 참여 민주주의 압살,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흥행도 안 되는 변칙적 대선 후보 경선 판 연출, 당원도 대의원도 누군지 모르는 상황, 영혼도 전략도 없는 공천 행태와 총선 대응 등." 

"요컨대 노무현과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진보 언론 등 자칭 진보개혁 세력은 하나 같이 다수 국민들의 현실 감각과 선후완급 감각에 맞는 진보와 개혁의 방향을 읽어 내지 못하였다. 5.31 지방선거, 대선, 총선의 3연전에서 내리 참패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진보,개혁의 방향 감각 상실)는 기본적으로 지식=무지의 문제이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교정할 수 있다. (물론 한국 우파들이 붉은 천만 보면 들이 받으려는 투우의 심성을 갖고 있듯이, 좌파들이 시장과 개방을 이야기 하면 시장만능주의, 대미종속, 양극화를 연상하고, 자유와 경쟁을 이야기하면 양극화, 경쟁지상주의, 승자독식주의를 연상하는 알레르기 반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 역시 교정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진정으로 교정하기 어려운 것은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 언론을 이끄는 지도적 인사들의 정치적 사리사욕이다. 물론 인간의 사리사욕 그 자체가 불순한 것은 아니다. 이는 일종의 에너지와 같아서 어떤 동기부여 체계=상벌 체계(시스템, 문화, 리더십 포함)에 담기느냐에 따라서 공공선 강화에도 복무할 수도 있고, 파괴에도 복무할 수 있다. (이를 합리적으로 규율하는 과학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현대 경제학과 경영학이며, 철학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법가(한비자) 철학이다. 물론 이들의 뿌리는 전적으로 같다.)" 

2008년 5월 15일 

"2006년 5월31일 지방선거와 지난 대선, 총선 결과를 놓고 국민들이 보수화되었다는데 이견을 피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국민들은 여전히 변화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보수화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진보가 사용해 온 낡은 안경(고정 관념)으로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진보는 비정규직과 양극화와 너무 낮은 복지 지출을 격렬하게 성토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엄청난 규모의 영세자영업자 층과 더 더욱 열악한 최소 30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실업자, 반 실업자들을 잊고 있다. 정규직의 세계적으로도 과도하고 경직된 처우도 잊고 있다. 경쟁이 과도하다고 성토하지만, 빼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구조적으로 경쟁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들을 잊고 있다. 사회적 기여에 비해 권능, 처우, 규모가 과도한 공공부문 문제도 잊고 있다. 공공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엉뚱한 곳으로 과도하게 흐르는 복지예산과 재정 문제도 잊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영세자영업 문제, 청년 인재 할당 문제, 10대 중 후반에는 과열되고 20대 중 후반 이후에는 과냉되는 이상 교육열, 유학열풍, 공무원시험 열풍, 자격증 시험 열풍, 과잉 고학력화, 대기업 노조 취업 비리 등의 배후에 존재하는 한국의 유능한 개인들(노블레스들)이 차지하는 높고 강고한 지대=자릿세의 존재를 잊고 있다. 사다리 아래에서의 치열한 아귀다툼은 사다리 위의 과도한 특권,특혜와 동전의 양면관계이다. 너무 과도하고 가혹한 시장과 너무 과소한(불합리한) 시장의 적대적 의존 관계이다. 한마디로 왜곡된 상벌체계의 소산이다. 이는 무능한 정치와 이익집단 편향적인 관료와 강력한 진보와 보수 이익집단들의 합작품이다. 물론 보수의 모순과 부조리도 심각하기 이를데 없지만,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이 다수 국민들은 그 심각성과 해결 우선순위에서 진보와 다르게 생각한다."  

"한국 진보는 다수 국민들의 현실 감각에 비추어, 무엇이 진보인지? 누가 진보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끝-" (* 이 분 글 마무리에 꼭 '-끝-' 이렇게 쓰는데, 여운을 남기지 않고 군더더기 없고 참 마음에 든다.)   

2008년 5월 15일 

"탈노무현 진보 노선
당, 정, 청에 참여하지 못한 재야의 많은 진보 거사(?)들은, 자신들은 원래 올바른 진보 노선이 있었는데(김근태 뉴딜정책, 최장집의 실질적 민주주의론과 정당강화론, 민주노동당의 진보 정책 패키지 등), 노무현과 집권 386들의 오만, 독선, 코드 인사에 가로막혀 실현하지 못하였다는 생각을 피력하곤 한다. 그러나 같은 재야 진보 거사(?)인 내가 볼 때 오만, 독선, 코드 인사는 그리 틀린 지적 같지는 않지만, 진보의 운명을 반전시킬 만 한 탈노무현 진보 노선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노무현 노선의 연장으로는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모순과 부조리를 해결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민심이 돌아섰는데, 말을 좀 조심한다는 점 빼놓고는 거의 모든 것이 노무현보다 못한 존재들이 반노무현을 외치며 지지해 달라고 하니 씨알이 먹히겠는가?

진보 지식 사회의 오만과 독선
신기한 것은 당, 정, 청의 요직에 앉았던 사람들은 5.31이후 확연해진 진보의 어려움에 대해 공천과 총선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책임을 추궁 당하는데, 진보 전반에 대해 교사연하던 진보학자들과 진보언론들은 이를 완전히 비껴간다는 것이다. 항상 옳은 소리를 한 듯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한국 진보는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몰락을 보고, 사회주의의 변종(변태)인 스탈린주의의 예고된 종말이라고 간단히 치부하였다.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니라서 그 모양 그 꼴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회주의는 여태껏 이론으로도 현실로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된 사회주의를 자처하는 북한이 있긴 있지만 더 가관이다. 이후 찬찬히 사회주의의 뿌리를 파 들어가 보니 인간관, 사회역사관, 경제노동관, 미국관 등에서 한국 진보와 소련, 북한의 사회주의는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국 진보 학자들의 끊임없는 헛소리 행진은 담론 소비자와 멀리 떨어진 따뜻한 온실(대학, 국책 연구소)에 앉아서, 소비자의 고뇌와 대중의 현실감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통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의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통이 안 된다고 성토하는 사람들과 그 아래 것(?)들의 문제이자, 진보 진영 전반의 문제이자,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 진영도 한국 사회도 실물과 이론이, 정치학/사회학/행정학과 경제학/경영학이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소통을 해야 한다. 더 밀착해야 한다. 실물을 다루는 정치가와 시민사회 지도자와 언론인들은 일종의 프로슈머(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현실의 한 단면을 알려주는 엄청난 양의 국내 통계 및 OECD 통계와 정치 통계(여론 조사, 투표결과)가 연계 분석되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융합과 통섭이 가장 절실한 분야가 정치와 정책 담론 시장이다."  

2008년 9월 4일 

"통합민주당의 정신과 정체성 상실을 지적하며 탈당까지 하며 치열하게 새로운 모색을 하는 이해찬 전 총리가 8월30일 재단법인 ‘광장’ 수련회에서 강조한 동북아 평화체제와 (사회협약을 통한)사회 대통합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총리의 평소의 지론인 인간의 존엄성, 성숙한 민주주의, 한반도평화공동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할 만큼 새로운 담론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통합민주당 탈당 후 정치적 사지인 대구에 출마하여 노무현이 걸은 고난과 영광의 길을 답습하려는 듯이 보이는 유시민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용기와 진정성이 있는 매력 있는 정치적 행보이긴 하지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 속된 말로 진빵에 들어있는 앙꼬 같은 가치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복지를 대폭적으로 늘리자는 ‘전투적 복지주의(?)도, 그 이념의 본체인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라는 국가 비전에 대해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높은 사회적 불신, 과도한 배제와 차별,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익에 탐닉으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거친 체질과 세계화, 지식정보화, 중국과 일본에 너무 인접한 지정지경학적 환경이라는 독특한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적 열정이라고!!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을 끔찍한 악몽으로 여기는 민주, 개혁, 진보, 미래, 호남 세력의 문제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후광과 거대한 영남+주류 기득권 세력이라는 조직 기반을 압도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담론, 대립 구도, 조직 기반, 게임규칙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아니 정작 문제는 지난 8개월간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망동으로 인해, 20년의 명운을 좌우할 이 중요한 것들을 모색하는 기운이 사라지고, 저들의 실수와 저열한 실력에 기댄 반사 이익과 미래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저들의 분열(1997년 이인제 출마 등)을 기대하는 요행 심리가 급속히 퍼져가는 현실 인지도 모른다."  

2008년 10월 15일 

"386은 386컴퓨터가 286컴퓨터에 비해 비교적 신형으로 취급되던 199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단어이다. 그 시점에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을 말한다. 나도 386이다. 2008년 이 시점에서 보면 이들의 연령은 대부분 40대로 들어섰고, 학번과 출생연도는 고정이니 486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386은 늙어 죽을 때까지 386으로 불릴 것 같다. 영원히 청춘을 살아야만 하는 세대로 태어났나?

이들이 대학을 다니던 시기는 전두환과 노태우가 집권하던 시기였다. 1970년대의 소득향상과 졸업정원제로 인해 대학 정원이 급격히 늘어나던 시기였다. 대학진학률은 대략 30% 내외 였다. 386 중에는 사회와 역사를 부모 세대 및 당시 주류 지식사회와 다른 시각에서 보면서, 장막에 가려진 진리와 진실을 발견한 듯, 경악하고 회의하고 반발하는 경험을 한 사람이 정말 많다." 

"대학을 간 386세대든, 대학을 못간 1960년대 생(3X6세대?)이든 그들의 자식들은, 비록 부모보다 훨씬 학비를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직장, 직업보다 나은 곳을 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단적으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GM대우자동차 등 한국 유수 기업의 생산직(노조원) 40대 부모의 자식은 고졸이든 대졸이든 해외 유학파든 부모님 수준의 (고임금에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는) 직장을 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채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86은 대학진학률 30%수준이던 시기에 대학을 나온, 개인기가 뛰어난 사람들이기에 자식에게 대폭적으로 줄어든 기회라 할지라도 잡게 할 가능성이 높다. 자식에게 과외도 더 많이 시키고, 조기 유학, 해외연수도 시키고, 좋은 인맥으로 청탁도 하는 방식 등으로....... 그러나 개인기가 뛰어나지 않은, 대학을 못나온 3X6들과 그 자식들은 386이 싸놓은 똥(1987년 신화의 그늘)으로 인해  너무 힘든 세상을 살 수 밖에 없다. 이는 386들이 갚아야 할 엄청난 역사적 부채이다. 그런데 이 부채를 의식하는 사람이 너무나 적은 것처럼 보인다.  

사고의 시공간을 넓혀서 생각해 보면 386은 정치를 개혁(반독재 민주화)한다고 나댔지만 아직 제대로 된 (진보, 개혁, 민주) 정당 하나 못 만들었다. 보수기치를 든 도적떼의 대변자나 다름없는 한나라당과 그 반대 기치를 든 비슷한 성격의 민주노동당을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386의 정치적 부채는 이 뿐이 아니다. 386은 한국 사회를 제대로 해명하는 사상, 이념도 만들지 못하였다. 바로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아직도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왜 압승했는지 모르고, 민주당과 민노당은 왜 참패했는지 모른다. 또한 386은 매력적인 정치지도자도 만들지 못하였다. 원래 정치적 매력은 노무현이 모범을 보였듯이, 대의를 구현하기 위한 돈키호테적인 투쟁을 통해서 생긴다. 돈키호테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랜 기간, 진정성을 가지고 대의에 복무해야 생긴다. 그런데 지금 386 정치지도자 중에는 이런 사람이 거의 없다. 보수는 원래 영남과 주류 기득권 세력의 기반 위에 서 있기에 매력이 없어도 되지만, 진보는 구조적으로 거센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매력 없이는 집권 할 수가 없다. 정치적 매력은 2선, 3선의원이 된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 TV토론에서 똑똑해 뵌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 안철수나 노무현처럼 자기 만의 가치를 만들어야 생긴다. 그런 점에서 현존 386 정치지도자들은 줄서기, 정치공학에는 능하지만 자신이 창조하고 건설한 것은 너무 적다고 보아야 한다." 

2008년 10월 22일 

"역대 중요 선거 결과와 민심의 흐름으로 본다면 한국의 정치 지형은 한나라당 수계와 민주당 수계가 커버하지 못하는 거대한 수계가 있다.이 거대한 수계의 물이 모이는 강줄기가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향방이 결정되어왔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오랫동안 이 수계에 흐르는 비는 민주화 운동 세력과 민중 운동 세력이 샛강으로 일부 받아내었다. 때로는 정주영과 박찬종이 샛강으로 일부 받아내기도 하였다. 2002년에는 이 수계에 흐르는 민심의 강물이 이인제, 정몽준을 기웃거리다가 후보단일화를 계기로 호남 수계와 합쳐져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 2007년에는 이 수계의 대부분의 강물은 영남, 보수 수계로 흘러갔고, 일부가 문국현이라는 샛강으로 흘렀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애초부터 수도 서울로 흘러오는 강이 아니라, 임진강이나 동해안 쪽으로 흘러가는 개천일 뿐이다. 2007년에 한나라당과 문국현으로 흘러갔던 강물은 지금 다시 증발하여 엄청난 비를 머금은 구름이 되어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민노당 수계로 내릴 조짐은 별로 없다. 그래서 지형으로만 보면 거대한 강 하나가 있어야 할 자리는 황량한 평원이 되어 있다."  

"지난 2006~2007년 시기, 위기가 기회이던 시절, 386 대표 정치인들은 자신의 고유한 빛을 내지 못하였다. 그 좋았던 시절에 정치사상(국가개조 노선)을 중심으로 형성된 무슨무슨 파, 예컨대 사회투자국가파, 전투적 복지국가파, ‘청년을 위한 기회파'(공평파) 등을 만들지 못하였다. 그냥 좌파, 민주파, 진보개혁파로 남았다." 

"역사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응답했던 세대(386)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응답했던 일군의 사람들(현장파)이 정치적으로 사장된다면, 민족사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내 놀다가, 아니 열심히 돈을 벌다가 기회를 보아서, 문국현의 등에 업히기 위해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듯이, 2012년 즈음에 또 한번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방식, 즉 프랜차이저 가맹점을 꿈꾼다면 2007년을 또 한번 반복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는 소리없이 다가와 뒤에서 덮치는 세월의 파도에 쓰러져, 그냥 흘려버린 지금 시기를 통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긴 호흡으로 독자 가게를 할 요량으로 국가경영 노하우를 쌓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386과 민주화 세력이 후대를 위해 남겨야 할 최고 최대의 유산은 제대로 된 정당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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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울리니치 (1973~) 

 



안네 프랑크 (1929~1945) 

 

* 아냐 울리니치의 <페트로폴리스>를 즐겁게 읽는 중에, 문득 아냐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니 안네 프랑크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을 찾아 비교해 봤다. <하우스>에서 하우스랑 엮일랑말랑하는 원장, 이 사람하고도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이 원장은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에서 성격파탄의 잭 니콜슨한테 밥 잘먹다가 코쟁이라고 무시당하는 유대인 커플로 나왔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кровь не вода 여서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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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구판절판


하지만 집에 돌아와 다시 앉혔더니 고분고분히 앉는 것이었다. 조금 달려보니 소리를 지르고 연신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로 와 부딪히는 바람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내친 김에 멀리까지, 그러니까 우리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논둑길까지 달렸다. 정말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햇살을 받은 이파리들은 초록색 그늘을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웠고 바람에 따라 그 그늘이 조금씩 자리를 바꿨다. 금방이라도 초록색 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나무 그늘 아래를 달리면서 나는 "열무와 나의 두번째 여름이다"라고 혼자 말해봤다. 첫번째 여름을 열무는 누워서 보냈고 두번째 여름에는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초록색 그늘 아래를 달렸다. 세번째 여름은 또 어떨 것인가? 지금 내가 가진 기대 중 가장 큰 기대는 그런 모습이었다.-25-26쪽

도대체 '세상은 사흘 / 보지 못한 동안에 / 벚꽃이라네' 같은 시를 읽지 않고 어떻게 봄을 기다린다고 할 수 있을까?-35쪽

"오후에는 집에 있었다. 3시 20분쯤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이 찾아왔다. 그녀는 조선인민협회 명의의 서한을 내밀면서 조선독립을 위해 자금을 대달라고 요구했다. 난 나 자신과 내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돈을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독립운동가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조선에 잠입하지 못하면서, 내게는 생명을 담보로 해서 자기들에게 돈을 대라고 요구하는 게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한을 챙겨서 가버렸다." (윤치호의 일기, 1919년 9월 12일)-52쪽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는 그만 택시 운전사가 되고 싶었다. 내 적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지도를 힐끔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즉시 내가 선 길의 속성을 파악해내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64쪽

도대체 해금강까지 와서 5달러짜리 맥심커피를 마셔야만 하는 인간이란 소설가뿐인 것이다.-76쪽

그 아이를 화장하고 돌아오던 날 밤, 그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꿈이었으리라. 어쩌면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그 아이는 아무런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곳에 머물지 말고 떠나가라고 소리쳤다. 부모든, 나든, 그 누구든 절대로 원망해서는 안된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그 아이는 아무런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뭐라고 말하고 싶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다시 소리쳤다. 어서 떠나,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버려.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떠나버려.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아이는 그렇게 떠나버렸다. 그리고 내 마음에는 말라죽은 생선 껍질 같은 죄책감이 수북하게 쌓였다. 갑자기 무서워져서 다시 잠들지 못했다. -90-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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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흉년 - 상 박완서 소설전집 2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11월
품절


나는 어젯밤의 우리가 한 지랄을 생각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지랄일 수밖에 없는 지랄이었다. 그렇지만 할머니가 생각하고 있는 지랄 같은 지랄은 아니었다.-121쪽

엄만 아무것도 모르지만 돈에 관한 것에 대해서만은 도사인 것이다. 돈을 버는 데 있어서만이 아니라 돈이 사람에게 부릴 수 있는 갖가지 재주에 대해서까지도. 쥐가 쥐약을 먹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 기다릴 게 뭐 있겠는가, 쥐의 죽음밖에는.-127쪽

펄펄 끓는 찌개냄비에 아무도 모르게 미원을 솔솔 뿌려준다면 나중에 식구들이 상을 받고 그 찌개를 먹으면서 오늘 찌개맛이 참 잘됐다고 식욕을 돋울 것이다. 찌개를 만든 주부도 행복하고 식구들도 행복하고, 모두모두 행복할 것이다.-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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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꼭 확대재생산되어야 하는가?" - 노짱이 서거 전에 고민한 문제 중 하나였다고 한다. 평소 나도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동영상을 모셔왔다. 육성으로 들을 수 없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2007년 대선 전야에 유명한 주부사이트 자게에서 "개발 좀 그만하면 안되나, 지금도 너무 잘사는 거 아니냐, 인구나 좀 줄이자" 이런 소리했다가 "정줄 챙겨라!"라는 소리 들었던 살짝 아픈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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