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이야기 - 일제시대의 대중스타 살림지식총서 294
신현규 지음 / 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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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 2주 이상 지나서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남은 단상만 끄적여보자면 역사는 관점에 따라서 같은 사실도 굉장히 다르게 서술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같은 시대에 여학생을 중심으로 사회사를 다룬 책에서는 식민지 시대로 접어들면서 여학생이 유행의 중심이 됐고 기생들이 여학생들의 패션을 흉내내는 일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여학생들의 존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관점의 차이를 발견하는 걸 제외하고 기생 문화의 끄트머리에 선 일제 시대부터 해방 이후까지 기생들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이런 다이제스트 북에서는 황송할 정도의 세세한 수치와 도표들로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정리해주고 있다.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대로 기생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은 내용이 건조하게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간간히 유명한 기생들의 에피소드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양념 정도고 이 책은 기본적으로 기생의 역사와 양성 시스템, 당시 생활상을 중심으로 한 객관적인 정보 서술에 중심을 두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원한 사람은 입문서로 나무랄데 없고 가격대비 탄탄한 내용에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듯. 

나는 그래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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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 악의 역사 1,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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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은 지 한 2년 가까이 된 책인 것 같다.  전집으로 사면 할인해주는 이벤트 때 구입했는데 그동안 책장에 꽂혀 있다가 아발론 연대기를 끝낸 지난 6월부터 읽기 시작.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미리 팁을 주자면 이건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나 악마에 대한 안내서를 기대하면 절대 안 된다.  (그걸 기대했던 사람이 나라고 차마 얘기할 수 없.... ㅠ.ㅠ) 
 
고대의 악마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식으로 인간들의 삶과 신화에 등장하고 있는지를 기대하고 책을 잡은 나는 악마라는 존재가 철학적으로, 신학적으로 완성되는 그 통찰의 과정에 일단 반쯤은 기절 상태에 돌입하면서 저자가 누군지를 확인했다.

빛나는 그 이름 제프리 버튼 러셀.  마녀의 문화사를 쓴 학자.  -_-+++ 이 사람에게 재미있는 악마나 마귀 이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지.  충격에서 벗어나 좀 버겁더라도 신화나 문학이 아니라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악마의 실체에 대해 러셀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로 했다.

내용은 부제대로 고대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인간 세상에서 존재했던 대규모 종교나 사상 가운데에서 악마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됐고 또 어떤 모순들을 갖고 있고 그걸 억지로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찬찬히 소개해주고 있다.  유대교나 기독교의 사상과 교리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고대 신앙이나 미트라 교, 조로아스터교 등 타 종교 교리에 대한 소개도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철학이나 신학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하는 학문에는 엄청나게 취약한 나지만 충분히 읽으면서 대충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쉽게 서술해간다.  늘 하는 소리지만 많이 알고 완전히 이해한 사람만이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진리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음.

처음 기대와는 많이 다르고 결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 악의 역사 4권을 모두 완독해보기로 결심할 정도로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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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문화사 - 근대의 탄생과 욕망의 시공간 살림지식총서 250
김인호 지음 / 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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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재미가 있는데도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도 꽤나 오래 끌었다. 요즘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이클이라 그런 모양.

제목과 부제를 봤을 때 일제 강점기 1930년대 한국의 백화점에 대한 내용이려니 하고 책을 잡았는데 봉 마르셰 (혹은 봉 마셰. ^^) 백화점으로 시작되는 내용에 잠시 당황했었다. 하지만 보통 한국이나 기껏해야 일본을 포함해서 소개하기 쉬운 백화점의 역사를 그 원조인 프랑스에서부터 만나보는 건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이었다.

환상적인 식품관 -사실 내 주머니로 나름 푸짐한 쇼핑이 가능한 곳은 식품관 밖에 없기 때문에 더 좋아하긴 하지만- 덕분에 내 완소 백화전 중 하나인 봉 마르셰의 시작부터 유행과 생활 패턴을 만들어 간 백화점들의 역사.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그 발전사와 생활의 변화는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도 흥미진진하다.

일견 건조할 수 있는 내용들인데 저자의 적절한 소재 선택과 흥미진진한 문체 덕분에 더 즐겁게 읽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특히 헤로즈의 세일 시작을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서 일본 애니매이션에서 흔히 등장하는 그 세일 첫날의 아수라장이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었구나라는 정보 획득. 더불어 나도 현장에 있고 싶다는 충동이 마구마구 일었다.  만약 그 시즌에 영국 런던에 있다면 나 역시 사전에 동선 파악을 해서 웨지우드나 로얄 코펜하겐 매장으로 전력질주를 하는 여자들 중 하나에 아마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에 나온 워너메이커 덕분에 근대적인 백화점=미국으로 박혀 있었던 내 잘못된 인식을 정정하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먼 유럽과 미국을 돌아서 한국과 일본, 중국의 백화점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고 있다. 화신 백화점과 동아 백화점의 경쟁 얘기도 어렴풋이 알던 정보가 정리되어 좋았다.

책 자체는 적은 분량인데 많은 내용을 지루하지 않고 알차게 잘 담은 책인 것 같다.  최근에 이 출판사가 별 대단치도 않은 외국 책에 몇억이나 되는 엄청난 선인세를 주는 바가지를 쓰고 와서 한국 출판계를 국제 호구로 만든 것 때문에 호감도가 엄청 떨어져 있었는데 이 문고로 조금은 회복. 

이 책과는 전혀 관계없는 소리 하나만 덧. 그 인세를 과연 책 팔아서 건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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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란 3 - 완결 기란 3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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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회자되던 작품이었는데 나오던 무렵이 내가 미칠듯이 바쁘던 때라 보고 싶은 감정의 최대치를 딱 넘기고 나니 또 흐지부지. 여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읽었다.

1권 중반까지는 조금 지루했지만 2권부터는 사람을 죽죽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다. 야맥은 처음부터 너무 빤히 드러나서 별다른 긴장감이나 자극을 주지 않았지만 다른 인물들의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그 관계와 위기감을 자극하고 반전되는 복선들은 로설에서는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긴장감 만빵의 두근거림.

조선과 청나라를 주로 차용하고 거기에 당나라를 살짝 섞어 놓은 것 같은데 어느 한 나라에서 몽땅 따오지 않고 적절하게 섞어놔서 오히려 상상의 여지가 넓었던 것 같다.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할 때 종종 느끼는 어색함도 없었고. 오랫동안 쓰면서 많이 다듬은 걸로 아는데 오래 잡고 있었던 보람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음.

메두사를 썼던 작가라는 게 잘 믿어지지 않을만큼 달라진 글의 분위기와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현실적인 황제의 모습이나 마지막 기란의 선택은 특히나 굿~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그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설정으로, -로설 독자들에게 나왔을 법한- 기란의 선택에 대한 불평불만을 차단한 능력도 감탄했다.

곁가지 하나만 덧붙여 살짝 까칠하게 끄적이자면... 기란에게 종종 남발되는 마마님이라는 호칭이 상당히 거슬렸었다.  마마는 왕실 가족들에게 붙이지만 마마님은 아랫사람이 상궁을 부르는 호칭임.  아예 처음부터 마마님으로 후궁 호칭을 통일했다면 또 설정이려니 하겠는데 혼용이 되니 좀 까칠해지게 됨.

호칭 얘기가 나온 김에...  처음에 기란을 읽을 때 익숙치 않은 벼슬 이름들에 어느 놈이 높은 거고 어느 놈이 낮은 건지 엄청 헷갈렸다.  그러다가 -맞다고 100% 확신은 못하지만 대충 90%는 확신함- 도레미파솔라시 음계에 따라 그 품계를 정하고 있구나를 깨달으면서 교통정리.  주의 깊게 읽어보면 아마 모두 동의할 듯.  

간만에 진짜 재미있게 잘 읽었음.  별 네개 반. 알라딘은 진짜 별 매기는 체계를 좀 바꿔줘야 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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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화연애담 2 - 완결
이희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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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 작가의 작품을 두 편 시도했다가 다 읽지도 못하고 포기한 경험이 있어서 평소라면 패스할 텐데 내가 멀리서 조용히 신뢰하는 리뷰어가 격찬을 하기에 슬그머니 호기심이 당겨서 구입.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호~괜찮은 걸~

여인네들에게 암흑기인 조선 시대 후기를 배경으로 왕족도 왕도 아닌 평범한 남녀의 얘기를 맛깔나게 풀어나가고 있다.

오라비의 친구라서 가능했던 만남에서 시작되어 여자는 갇혀 살던 당시라도 가능은 했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준의 연애와 혼인.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이 고운 부부가 아이를 갖지 못하면서 겪는 처절한 갈등까지.

이미 다 알고 있고 식상해서 쳐다보기도 싫은 조선 시대 사대부의 연애담이 상당한 분량임에도 즐겁게 읽힌다.

영화나 전설의 고향내지 순수문학이었다면 당연히 비극으로 끝났을 소재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로설 독자만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하겠다.

살짝 고대소설을 읽는 느낌. 사씨남정기나 구운몽을 읽던 조선 여인네들의 두근거림이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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