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이 된 건축, 건축이 된 그림 1 - 신화와 낭만의 시대
김홍기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2권이 근현대의 그림과 건축에 비중이 좀 더 높았다면 1권은 좀 더 고전적이랄까, 그런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묶여진 느낌이랄까, 인상이 내게는 좀 그랬다.
1권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로랭, 타슈바인, 터너, 피라네시, 에셔, 르 코르뷔지에, 라파엘로, 브라만테, 블레이크, 브뤼헐, 오키프.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예술가들과 타슈바인, 르 코르뷔지에처럼 내게는 상당히 생소한 사람들이 함께 얽혀 있다.
하지만 유명인이라고 해서 속속들이 다 아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경험은 즐겁다. 라파엘로야 유명의 수준을 넘어 식상할 정도로 그의 모든 면모와 이면, 스캔들이 다 파헤쳐진 인물이지만 그를 제외한 예술가들의 예술 세계와 그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 혹은 반대로 그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건축물들의 얘기는 다른 곳에서 만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에셔나 피라네시는 대학원 때 교수님이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그 영향을 받은 음악을 작곡하고 -또 우리에게도 영향을 받을 것을 강조했을 정도로- 사조를 형성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 건축적인 구성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오키프는... 꽃으로만 기억하던 그녀에게 그 화려한 꽃그림은 아주 짧은 시기였고 어도비나 인디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예술사조를 갖고 있었다는 건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영영 몰랐을 것 같다.
똑같은 사물도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 그 면모나 인상이 완연히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는 건축가의 그림 이야기라고 하고 싶음. 이것이야말로 통섭의 성공적인 예인 것 같다.
그나저나 종합예술원은 그렇게 망가진 채로 언제까지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만드는 건 힘든데 뭐든 망하는 건 참으로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