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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견문록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초판은 1999년... 벌써 꽤 오래 된 20세기 마지막 무렵에 나온 책이다.
이 저자가 쓴 '악마의 정원에서'란 음식 문화 관련 책을 꽤 재미있게 봤던 터라 계속 사야지~ 사야지~하면서 찜바구니에 오래 있었는데 드디어 읽게 됐다.
국내 번역판의 제목은 커피 견문록이라고 뭔가 엄청나게 전문적이거나 깊은 수준의 커피 문화사 탐방의 느낌을 풀풀 풍기지만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이나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내용의 과반수가 어디선가 들었던 뻥이었던 그 수준으로 기대하고 이해하면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예전에 악마의 정원에서 책 머리에 소개된 프로필에서도 괴짜의 향기를 느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예 그가 주인공이 되어 직접 활약하는 모습의 기록이다보니 저자의, 절대 모범생이라거나 학구적이라고 할 수 없는 저자의 성정이나 캐릭터가 확확 드러난다. 커피에 대한 탐구도 딱 그 수준에서 거의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모험가 + 아마추어의 행운으로 불확실했던 것에 대한 재미있는 탐구의 결과도 이 책 안에서는 많이 이뤄진다.
저자는 20세기에 커피의 흔적을 찾아서 아프리카 에디오피아부터 출발해서 커피 루트를 따라 미국으로 돌아와서 끝을 맺었지만... 21세기 독자의 내 눈에는 19세기 영국 지질학회의 지원을 받은 아마추어 탐험가들의 모험기를 읽는 그런 느낌. 낭만적인, 유럽인들에겐 라 벨 에포크였던 그 시절 향수가 물씸 풍겨나오는 책이다.
커피에 대한 본격적인 지식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추천할 수 없지만 커피를 주제로 한 특이한 여행기 내지 모험담으로 접근한다면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다. 그냥 인문학적 소양과 집념에 부지런하기까지 한 괴짜의 커피 탐험 여행기라고 보면 딱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