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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감상법
쥬디스 맥크럴 지음 / 삼신각 / 1998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가 READING DANCE. 원래 제목대로 무용 읽기 라던가 무용 들여다보기 등등의 제목으로 가는게 더 취지에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책을 보면서 했다. 발레와 모던댄스를 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씩은 읽어두면 좋은 책인 것 같다.
아직도 무용계 힘의 주체가 서양이라는데 저항감을 갖고 있지만 않다면 이 책은 읽을만 하다. 저자가 서양 무용에 관한 한은 식견이 있는 사람인듯. 그 지식의 폭이 단순히 무용에 머무르지 않고 무용과 연관된 민속적 배경, 미술, 음악 등 다방면에 걸쳐 있어서 단순히 무용만을 이해하는 사람이 쓴 책과는 달리 기반이 단단하고 풍부하다.
그래서 번역자에겐 좀 미안하지만 번역이 부분적으로 거슬렸음. 무용 외의 부분에선 그 내용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뉘앙스가 틀리거나 명사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것이 간혹 눈에 띄어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은 접어두고 내용에만 집중을 한다면 내 감상과 내가 접한 몇 안되는 시각만을 갖고 있던 내가 작품의 단면만을 봤다면 여러개의 시각을 소개한 이 책은 전체를 다각도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하고 싶다.
서로의 견해차가 있고 또 꼭 얘기할만 한데 왜 빠졌을까 하는 것도 있지만 한정된 지면 안에 중요도 선택은 저자의 특권이니까...
이 책을 통해 새롭고 재미있는 부분들을 많이 만났다. 베자르 역시 그 말썽많은 '링'을 안무했다는 사실, 그리고 맥밀런이 말러를 안무했을 때 결국 영국에선 공연도 못하고 슈트트가르트에서 공연했던 얘기 등.
이 책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뒷 얘기들이 재밌기도 하지만... 덕분에 베자르의 '링'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무럭무럭. 책일 읽으면서 그 작품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끌어냈다는 것은 입문서로서의 가치와 힘을 입증한다는 생각. 4시간 30분짜리 고문이라는 표현이 나오던데... 고문 당해도 좋으니 꼭 보고 싶다.
그리고 이사도라 덩컨에 대한 발란신의 그 극단적인 평가. ㅎㅎ 하긴 사진의 체형을 볼 때 좀 부해 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술취한 뚱뚱한 여자가 굴러다닌다'니... -- 당시 영화배우며 등등을 볼 때 절대 뚱뚱하지 않았는데... 요즘의 여자들을 말려죽이는 미의 기준을 발란신은 시대를 앞서가면서 가지고 있었나보다.
두께와 책에 들인 정성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사던 당시에 했는데 불과 몇달이 지난 요즘 책 가격을 보면 이 책은 차라리 양심적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사진 배열에 있어서는 가장 성의없는 편집이었음. 내용과 관계없는 곳에 한꺼번에 몰아놓고 알아서 찾아보라는 방식. 무용 입문서를 내면서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편하게 먹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니... 좀 각성을 해야할 출판사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