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역사
이영희 지음 / 조선일보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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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일제시대 식민 사관의 잔재가 덜 청산된 시기에 한국사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환단고기를 비롯한 아주 진보적인 역사관을 접할 때 재미는 느끼지만 받아들이는 문제에선 많이 소극적이다. 학계의 고고학적 입장과 인류 문명의 기원을 아주 높여잡는 재야(?) 고고학 양쪽의 입장을 다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정도 수준에서 우리 역사의 두 갈래 견해도 받아들여 왔는데 이것은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내용과는 참 많이 다른 책이다.

비교적 조심스럽게 한국 문화의 일본 전파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에 비해 아주 독특한 곳, 즉 사라진 언어의 기원을 찾으며 동시에 역사도 새롭게 찾고 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 연개소문, 연오랑과 세오녀, 문무왕 등 그 역사와 이야기속의 인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의 지배자로 새롭게 역사를 창조하고 있고 일본 언어 속에 남아있는 우리 말의 모습을 찾으며 한일간의 역사 전체가 완전히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솔직히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때도 과연 이럴까...란 의구심이 들 정도인데 일본에서 이 책에 대한 반박문과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랑 생각도 든다. 작가인 이영희가 자신의 연구와 논리대로 추적한 이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논리 전개의 방식과 에로 든 내용과 추론의 정교함은 한편의 정밀한 추리 소설을 보는듯한 느낌. 사실 유무를 떠나서 다채롭고 풍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대담한 추론과 논리 구조에 감탄하게 된다. 역사와 국어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기 위해서라도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을듯한 작품. 근래에 드물게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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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역사
알레브 라이틀 크루티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예문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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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깊이와 가치를 그 책을 읽는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영향을 주냐로 판단한다면 나로선 이 책을 그다지 높은 자리에 올려놓진 못하겠다. 물의 역사라는 거창한 제목보다는 물 이야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부제는 '세계의 신화, 풍습, 예술 속에 나타난 물의 이미지'인데 그야말로 부제 그대로인 책. 거기서 한치 한푼의 보탬도 덜함도 없다.

모든 방면에 걸쳐있는 물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들을 다 모아놓은 내용으로 특집기사 수준. 어떤 텍스트던지 이렇게 편안하게 한권의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제목에서 오는 큰 기대가 없었다면 나름대로 예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었지만 내 돈을 주고 사서 소장하기에는 좀 가슴이 아팠다. (취향 나름이겠지만...)기대치를 빼고 그냥 가벼운 읽을거리로 만난다면 우리 일상과 문화에 물의 존재가 정말 광범위하다는 것은 충분히 보여주는 책 같다.

가벼운 상식 수준의 지식은 이 책 덕분에 더해진 것이 꽤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소위 워터바라는 것의 존재를 알았고 무엇보다 유용한 것은 덕분에 에비앙 워터니 페리에니 하는 그 값비싼 외국산 생수를 비싼 돈주고 사서 마실 필요가 없다는 것도 확실히 알았고. 그나마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음악 속의 물이라는 장이었는데... 이것 역시 깊이나 통찰력은 없다. 그냥 이 챕터를 보면서는 나름대로 물을 주제나 배경으로 한 음악이 얼마나 있나 생각을 해보게 하는 정도. 한국에 도서관이 제대로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안타깝게 한다. 도서관에서 발견했다면 빌려서 읽고 즐거운 마음으로 반환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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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의 역사
번 벌로 지음, 서석연 옮김 / 까치 / 199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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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오는 원초적 자극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확실히 읽을만 하다. 하지만 원제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제목. ^^ 마케팅의 일환이겠지만 가끔은 황당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용을 놓고 볼 때 과히 말이 안되는 제목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매춘.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 직업(?)의 변천사와 종사하는 여성들의 위치 그리고 수요자인 남성들에 대한 편안하게 읽혀가는 사회 역사서라는게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요약.

그리고 오로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쓸데없는 선정성이 없다는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제목을 보고 뭔가 쇼킹한 사건을 발견할 수 없을까 하고 이 책을 잡은 사람에겐 조금 허탈할 수도 있겠지만). 깔끔하면서도 내용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재미있다.과거 부분에서 역사에서 근엄하게 만났던 사람들의 침실 얘기를 엿보는 약간의 관음증적인 즐거움이 있고 현대로 오면 올수록 내가 사는 시대와 근접한 사람들의 얘기를 만날 수가 있으니까 또 나름대로 흥미의 끈이 늦춰지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이 쓰여진 시간이 좀 됐기 때문에 (1987년) 당시와 또 달라진 상황과 모럴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리고 여기서 예측하는 흐름이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 상당히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오래된 책을 만나는 즐거움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절대 변하지 않는 것 하나. 수요자이자 수혜자는 거의 99.8% 남성이지만 항상 돌을 맞는 것은 여성. 이건 지금까지 온 세월만큼 가더라도 변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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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감상법
쥬디스 맥크럴 지음 / 삼신각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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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가 READING DANCE. 원래 제목대로 무용 읽기 라던가 무용 들여다보기 등등의 제목으로 가는게 더 취지에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책을 보면서 했다. 발레와 모던댄스를 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씩은 읽어두면 좋은 책인 것 같다.

아직도 무용계 힘의 주체가 서양이라는데 저항감을 갖고 있지만 않다면 이 책은 읽을만 하다. 저자가 서양 무용에 관한 한은 식견이 있는 사람인듯. 그 지식의 폭이 단순히 무용에 머무르지 않고 무용과 연관된 민속적 배경, 미술, 음악 등 다방면에 걸쳐 있어서 단순히 무용만을 이해하는 사람이 쓴 책과는 달리 기반이 단단하고 풍부하다.

그래서 번역자에겐 좀 미안하지만 번역이 부분적으로 거슬렸음. 무용 외의 부분에선 그 내용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뉘앙스가 틀리거나 명사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것이 간혹 눈에 띄어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은 접어두고 내용에만 집중을 한다면 내 감상과 내가 접한 몇 안되는 시각만을 갖고 있던 내가 작품의 단면만을 봤다면 여러개의 시각을 소개한 이 책은 전체를 다각도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하고 싶다.

서로의 견해차가 있고 또 꼭 얘기할만 한데 왜 빠졌을까 하는 것도 있지만 한정된 지면 안에 중요도 선택은 저자의 특권이니까...

이 책을 통해 새롭고 재미있는 부분들을 많이 만났다. 베자르 역시 그 말썽많은 '링'을 안무했다는 사실, 그리고 맥밀런이 말러를 안무했을 때 결국 영국에선 공연도 못하고 슈트트가르트에서 공연했던 얘기 등.

이 책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뒷 얘기들이 재밌기도 하지만... 덕분에 베자르의 '링'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무럭무럭. 책일 읽으면서 그 작품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끌어냈다는 것은 입문서로서의 가치와 힘을 입증한다는 생각. 4시간 30분짜리 고문이라는 표현이 나오던데... 고문 당해도 좋으니 꼭 보고 싶다.

그리고 이사도라 덩컨에 대한 발란신의 그 극단적인 평가. ㅎㅎ 하긴 사진의 체형을 볼 때 좀 부해 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술취한 뚱뚱한 여자가 굴러다닌다'니... -- 당시 영화배우며 등등을 볼 때 절대 뚱뚱하지 않았는데... 요즘의 여자들을 말려죽이는 미의 기준을 발란신은 시대를 앞서가면서 가지고 있었나보다.

두께와 책에 들인 정성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사던 당시에 했는데 불과 몇달이 지난 요즘 책 가격을 보면 이 책은 차라리 양심적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사진 배열에 있어서는 가장 성의없는 편집이었음. 내용과 관계없는 곳에 한꺼번에 몰아놓고 알아서 찾아보라는 방식. 무용 입문서를 내면서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편하게 먹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니... 좀 각성을 해야할 출판사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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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꿈꾸는 뒷간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3
이동범 지음 / 들녘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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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발견한... 화장실에 관한 두번째 책.굳이 편드는건 아니지만 서양인이 세계 곳곳의 화장실을 열심히 연구한, 석사 논문 수준의 '1.5평의 문명사'보다 깊이와 철학이 있다.그 책은 단순히 세계 곳곳의 화장실 문화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사실 기록 차원에서 써졌다면 이 책은 환경과 연결된 내용.

1.5~의 경우 수세식을 완성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면 여기서는 수세식의 재앙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어 이채롭다면 이채로움.새로운 시각을 만나고 공감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진 책을 만나는건 늘 즐겁다.뒤쪽으로 갈수록 반복되는 얘기가 많아져 밀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화장실이라는 이 감춰지고 자료도 찾아보기 힘든 공간을 가지고 철학까지 담아 한권을 엮어냈다는 데는 칭찬하고 싶음.

잘 찍어놓은 사진과 그림들도 눈에 쏙쏙 들어왔고. (사진 역시 자료의 한계 때문이었겠지만 뒤로 갈수록 겹치는 것이 몇개 있어 아쉽긴 했음. 옥의 티라고 할까...)우리 것의 우수성... 70년대에는 패배주의적인 것으로 죄악시됐던 그 자연 친화적이고 순화적인 가치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

하지만 그 개발 독재 시대의 밀어붙이기가 필요악이었다고 공감하는 나는 역시 유신 교육세대인 모양이다.얘기가 옆으로 새긴 새는데... 공감은 가지만 난 역시 행동하는 지성은 아닌 모양.실천을 머리속에 그렸을 때 어릴 때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화장실 가기 끔찍해하던 그 기억이 떠오르며 엄두가 나진 않는다. ^^; 추운 겨울날 혹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화장실까지 먼 길을 가는 것도 생각만 해도... --

나중에 나란 인간이 확 바뀌어 전원주택으로 가는 사태가 생기더라도 이렇게 완전히 자연친화적 뒷간은 좀 불가능할듯 싶고... 그냥 여기 소개된 수세식의 재앙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쪽을 선택하겠지.똥개에 관한 부분에서 개를 먹는 것에 대해 아주 당연시하고 긍정시하는 부분이 내 철학과 대치되긴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참 많이 공감한 책.재밌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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