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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 ㅣ 최인호 연작 소설 가족 1
최인호 지음 / 샘터사 / 1984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이 씌어진 시기인 75년부터 79년. 이때 어린 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에 내용 중간중간 묘사되는 당시 정경이며 분위기가 어렴풋이 떨올라 모처럼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됐다. 유신으로 암울했던 당시 시대를 다룬 소설들에 단편적으로 드러났던 당시 사회상들인 장발 단속, 통금, 집집마다 키우는 멍멍이들이며 혹독한 군대 모습 등이 생활로 보여지는 부분이 재미있었고 확실히 미화가 보이긴 했지만 알콩달콩 살아가는 초보 부부와 가족의 생활이 따뜻한 남의 집 창안을 엿보는 기분을 갖게 했다.
웃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이야기,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 형제들과의 정, 아내와의 미운정 고운정, 그리고 아버지로서 겪는 아이들과의 삶을 기쁨과 아픔을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 특히 와닿았고.
다만 이 글이 씌어지던 시기부터 그뒤로도 한동안 이어지던 작가의 그 심심찮은 스캔들을 어렴풋이나마 전해듣고 기억하는 내게는 고개가 좀 갸우뚱해지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어쨌든 자기 고백소설이건 수필이건 자서전이건 사실은 윤색과 창작이 들어간다는 면에서 굳이 그 사실에 목숨 걸면서 내용의 진위 여부를 꼬치꼬치 따질 필요는 없으니까.
재미있고 술술 읽혀진다. 엄청나게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잃어버린 왕국이나 상도, 역시 대단한 취재력과 함께 깊이있는 자기 성찰을 보여주는 길없는 길 같은 80년대 후반 이후의 모습만 기억하는 내게는 미화되긴 했지만 인간 최인호의 모습이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