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나는 양반, 너는 상놈 - 이규태의 개화백경 1
이규태 지음 / 조선일보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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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제목부터 내용까지 딱 이규태표. 신기하고 재미있다.

일일 칼럼 말고 이런 류의 민속이나 역사 부분에서 가끔 특집기사를 쓰면 솔직히 어설픈 책보다 나은 내용과 취재력을 보여주는 것이 이규태씨다. 여기 있는 내용도 이규태가 아니면 아마 찾아내어 이렇게 엮어내기 힘들었을 내용들.


하지만 기자라 그런지 육하원칙에 의한 사실 전달과 복잡하지 않은 문장은 정연하지만 논리를 마무리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아쉽다.

짧은 칼럼이나 기사를 읽을 때는 한정된 지면이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장문에서도 논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 솔직히 약간은 그 부분이 아쉽고 실망감이 든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이어령씨가 글을 썼다면 어떤 요리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자꾸 했지만 본다고 해서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료 차원에서도 하나쯤은 갖고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책. 그럴듯한 제목을 붙여 그럴듯하게 포장한 어설픈 풍속사 책이나 역사서보다 내용면에서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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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my怜 2007-07-3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책일지 궁금해집니다. 다 절판이라 구하기 어려운데 이글을 읽으니 더 읽고 싶네요.^^

popy1 2007-08-20 20:12   좋아요 0 | URL
저도 시리즈를 다 구매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책이랍니다.
재간이 되면 좋을텐데...
 
천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
이연자 지음 / 컬처라인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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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명희의 혼불에서 막연히 그 크기와 부담감, 그리고 위치를 느꼈던 종가와 종부라는 것이 우리 전통사회를 어떻게 지탱해왔고 또 현대까지 이어가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 책. 이 책을 쓴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종가의 생활문화를 다룬 유일한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등장한 열일곱 종가의 종부들. 대부분이 70대에 가깝거나 훌쩍 넘긴 여인들. 그녀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 몇개의 가문이 그녀들의 희생과 자긍심으로 지켜온 종가의 문화를 계승하고 지켜나갈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내가 감당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면서 사라져갈 전통을 생각하면 갑갑해지는 가슴과 복잡한 머리속을 제외한다면 하나 꼭 갖고 있을만한 책이다. 우리 전통을 지켜온 산실이라는 찬사와 동시에 한국의 근대화를 막았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양반 문화. 그런 감정적인 개입이 비교적 없이 사실이라는 관점에서 그 문화를 바라본 책이라고 해야할텐데... 사진이 많고 또 저자가 여자라서 그런지 줄기가 굵은 역사보다는 작고 섬세한 쪽에 집중해서 그런지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 쉽게 접근됐다.

일반 관광객으로 가면 정해진 쪽수를 위해 책에 싣지 못한 자세한 얘기며 속내 얘기들을 들어보기가 힘들테니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꼭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씩은 가 그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곳이 많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 한옥으로 빠지지 않는 강릉 선교장, 안동의 양진당과 충효당, 광신 김씨 종가 등등... 시간 나는대로 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이 사라지기 전에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폴폴.

얼마나 많은 종가들이 사라졌을까? 소위 모던 걸 모던 보이가 유행하던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종부들이 신식 공부를 한 서방님을 모던 걸들에게 빼앗기고 얼마나 많은 종손들이 집안의 가산을 탕진해 종가를 몰락시켰을까? 아마 그 부분은 책 내용과 관련이 없어서 많이 생략이 됐겠지만 여기 등장한 70대 이후의 종부들은 크건 작건 그런 홍역을 한번씩은 겪지 않았을까 싶다.

그 속내야 어떻던 간에 여기 등장한 17 가문은 큰 행운이란 느낌... 아마 한 두 세대는 더 갈 수 있겠지만 이제 이런 의미에서의 종가는 사라져가는 깜부기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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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 최인호 연작 소설 가족 1
최인호 지음 / 샘터사 / 198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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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이 씌어진 시기인 75년부터 79년. 이때 어린 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에 내용 중간중간 묘사되는 당시 정경이며 분위기가 어렴풋이 떨올라 모처럼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됐다. 유신으로 암울했던 당시 시대를 다룬 소설들에 단편적으로 드러났던 당시 사회상들인 장발 단속, 통금, 집집마다 키우는 멍멍이들이며 혹독한 군대 모습 등이 생활로 보여지는 부분이 재미있었고 확실히 미화가 보이긴 했지만 알콩달콩 살아가는 초보 부부와 가족의 생활이 따뜻한 남의 집 창안을 엿보는 기분을 갖게 했다.

웃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이야기,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 형제들과의 정, 아내와의 미운정 고운정, 그리고 아버지로서 겪는 아이들과의 삶을 기쁨과 아픔을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 특히 와닿았고.

다만 이 글이 씌어지던 시기부터 그뒤로도 한동안 이어지던 작가의 그 심심찮은 스캔들을 어렴풋이나마 전해듣고 기억하는 내게는 고개가 좀 갸우뚱해지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어쨌든 자기 고백소설이건 수필이건 자서전이건 사실은 윤색과 창작이 들어간다는 면에서 굳이 그 사실에 목숨 걸면서 내용의 진위 여부를 꼬치꼬치 따질 필요는 없으니까.

재미있고 술술 읽혀진다. 엄청나게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잃어버린 왕국이나 상도, 역시 대단한 취재력과 함께 깊이있는 자기 성찰을 보여주는 길없는 길 같은 80년대 후반 이후의 모습만 기억하는 내게는 미화되긴 했지만 인간 최인호의 모습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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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궁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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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말 오랫만에 만난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책이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정말 '정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실감. 사실 침팬지에 관한 연구서로 생각하고 그동안 인문과 역사쪽에 집중된 편식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선택한 책. 하지만 예상했던 내용물이 전혀 아니었다. 아마 이런 내용이라는 자세한 리뷰를 만났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내가 싫어하는 개인의 체험, 정신적 성찰 등의 요소가 가득하다.

하지만 고물이라고 생각하고 주워온 항아리가 엄청난 가치를 지난 골동품이란걸 발견한 순간의 기분. 피상적이고 공감가지 않는 개인적 내용이 아니라 행동하는 영혼이기 때문에 감동하고 공감한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기사나 다른 글에서 만났던 피피, 플로, 페니 등을 우리에게 소개한 사람이 제인 구달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열정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계속 길을 찾는 노력이 있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그 위인전마다 등장하는 빤한 얘기가 사실상 처음으로 와닿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다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토로해야할 때 느끼던 나의 소심함과 거북함이 부끄럽게 생각된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으로 당연히 돌아가는 세상에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이런 행동이 있는 사람들을 만난 자체가 행복이 아닐지.. 생각은 이렇게 해도 약간의 금전적인 지원 외에 내가 무엇을 행동할지는 모르지만. 한완상 교수의 사회학 수업에서 들었던 실험이 생각난다.

여러명의 피실험자를 앞에 놓고 두개의 짧고 긴 자를 놓고 어느 것이 기냐고 물을 때 앞선 피실험자(짜고 참석한)들이 계속 짧은걸 길다고 하면 진짜 피실험자의 대부분이 같은 대답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명이라도 짧은걸 짧다고 하면 대다수가 바른 대답을 한다고 한다. 바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는 다수를 일깨우는 소수를 만날 때 느끼는 존경심과 그 부러움을 오랫만에 경험할 수 있었다.

모든 생명에 대한 외경,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란걸 발견할 수 있었고 또 누구 앞에든 제시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수확이다. 앞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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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가지 (상) - 세계의사상 10
그레엄 프레이저 지음, 김상일 옮김 / 을유문화사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번역이란 사생결단의 결투로 번역되는 자 아니면 번역하는 자, 둘 중 하나가 죽게 되어있다는 말을 술레겔이란 독일 철학자가 했다고 하는데 둘 다 죽는 경우도 있다는걸 보여주는 책이다.

잘난척 하지말고 영어 잘 해서 원서로 읽으면 될거 아니냐고 누가 반문할지 모르지만 정말 이 책은 능력과 끈기만 된다면 반드시 원서로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원문의 맛과 향기는 물론이고 내용까지 상하게 만든 번역이었다.

번역자가 서문에 일본판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밝히긴 했지만 내가 볼 때 참고 정도가 아니라 거의 일본판을 번역한듯 단어나 문법이 완전히 일본풍. 일본어의 '노'에 해당하는 '의'자가 정말 하염없이 계속되는 문장에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일본어는 문학에서도 그 '노'자의 반복이 거의 문제되지 않지만 우리 말이나 영어는 '의'(of)가 한 문장에서 두번 이상 연속해서 나오는 것은 좋은 문장으로 치지 않고 금기시하고 있는데 도입부부터 그렇게 문학적인 표현을 쓴, 영국의 지식인 신사계층인 프레이저가 그런 문장을 썼을 것 같지는 않다.

가장 거슬리는 어휘와 문법적인 것들을 제외하고라도 단어의 선택과 문맥을 보면 이 번역자가 민속학과 신화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지금 갑자기 마땅한 예가 떠오르진 않지만 프레이저가 언급하고 있는 내용에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쓸 수 있는 용어를 제쳐놓고 너무나 엉뚱하고 생뚱맞은 단어를 쓰고 있는 경우도 왕왕 보이고 문장의 전혀 문맥에 안 맞고...

정말 번역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 보기는 처음. 번역가 순위를 매기는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정말 훌륭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주술과 터부, 그리고 상징성에 대한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됨. 나무의 신화며 이런저런 그런 류의 책들에서 다뤄지던 내용들의 원천이 바로 이것이구나를 발견한 것도 있었고. 지금 딱히 머리에 떠오르는 책은 쟈크 브로스의 '나무의 신화 밖에 없지만 여하튼 민속학이나 신화학 계통의 글을 읽으면 각주로나 예제로 프레이저의 '황금의 가지'가 꼭 나왔었다.

그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호기심의 대상을 제대로 만났다는 것, 그 자체만 해도 설레는데 내용은... 최근 읽은 책 중에 드물게 무게감 있는 것들이어서 더 만족. 이런 류의 책으로는 정말 오래된, 낡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다양한 예와 의미에 대한 파악... 프레이저가 조사한 그 이민족들의 민족적 습관과 행동 양식에 대해 70% 이상의 신뢰를 한다는 전제 아래 보면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몇번 예제로 나온 한국 관련 정보는...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 볼 때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이 꽤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나머지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약간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과 별도로 프레이저가 펼치고 있는 이론은 정말 감탄됨. 민속학, 신화학 그리고 상징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할 작품이다. 다시 한번 번역 때문에 약이 오름. 그리고 마지막 사족을 붙이자면...

첫째는 그리스도교와 이교의 관계에서 아이러니. 기독교 문화권에서 성장하고 자란 프레이저지만 선교사들이나 기독교적 가치관에 투철한 일부 학자들과 달리 참 냉정하면서 유머있게 이교와 융합된 기독교의 아이러니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정확한 쪽수는 기억이 안나지만 기독교에서 가장 질색을 했던 그 광란의 박쿠스제가 벌어졌던 장소가 바로 현재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궁이라는 것.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사실을 전하는 그 문장에서 프레이저의 유머감각을 발견했다면 내가 지나치게 오버한걸까?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절대악은 없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프레이저가 살았고 이 책을 쓰던 당시는 식민주의, 제국주의로 제3세계 국가들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게 엄청 착취를 당할 당시.

그 식민지에서 얻은 부를 바탕으로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영국의 신사 계급은 돈이 전혀 안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이렇게 정열을 쏟을 수 있었겠지. 제3세계의 비극인 어쨌든 학문에는 나름대로 기여를 한 것 같다. 물론 아무리 큰 학문적 업적이나 결과도 우리를 포함한 식민지 국가들이 겪었던 희생을 보상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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