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
이연자 지음 / 컬처라인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최명희의 혼불에서 막연히 그 크기와 부담감, 그리고 위치를 느꼈던 종가와 종부라는 것이 우리 전통사회를 어떻게 지탱해왔고 또 현대까지 이어가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 책. 이 책을 쓴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종가의 생활문화를 다룬 유일한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등장한 열일곱 종가의 종부들. 대부분이 70대에 가깝거나 훌쩍 넘긴 여인들. 그녀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 몇개의 가문이 그녀들의 희생과 자긍심으로 지켜온 종가의 문화를 계승하고 지켜나갈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내가 감당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면서 사라져갈 전통을 생각하면 갑갑해지는 가슴과 복잡한 머리속을 제외한다면 하나 꼭 갖고 있을만한 책이다. 우리 전통을 지켜온 산실이라는 찬사와 동시에 한국의 근대화를 막았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양반 문화. 그런 감정적인 개입이 비교적 없이 사실이라는 관점에서 그 문화를 바라본 책이라고 해야할텐데... 사진이 많고 또 저자가 여자라서 그런지 줄기가 굵은 역사보다는 작고 섬세한 쪽에 집중해서 그런지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 쉽게 접근됐다.

일반 관광객으로 가면 정해진 쪽수를 위해 책에 싣지 못한 자세한 얘기며 속내 얘기들을 들어보기가 힘들테니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꼭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씩은 가 그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곳이 많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 한옥으로 빠지지 않는 강릉 선교장, 안동의 양진당과 충효당, 광신 김씨 종가 등등... 시간 나는대로 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이 사라지기 전에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폴폴.

얼마나 많은 종가들이 사라졌을까? 소위 모던 걸 모던 보이가 유행하던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종부들이 신식 공부를 한 서방님을 모던 걸들에게 빼앗기고 얼마나 많은 종손들이 집안의 가산을 탕진해 종가를 몰락시켰을까? 아마 그 부분은 책 내용과 관련이 없어서 많이 생략이 됐겠지만 여기 등장한 70대 이후의 종부들은 크건 작건 그런 홍역을 한번씩은 겪지 않았을까 싶다.

그 속내야 어떻던 간에 여기 등장한 17 가문은 큰 행운이란 느낌... 아마 한 두 세대는 더 갈 수 있겠지만 이제 이런 의미에서의 종가는 사라져가는 깜부기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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