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발간 40주년 기념 한정본 (양장본)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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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필요한 책이라서 급하게 읽었는데, 오랫동안 명작이라고 회자되는 작품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가는 시각과 공감이 되는 인물이 살고 있다.

반공이 국시이던 국민학교와 중학교 때 6월을 중심으로 반드시 읽어야 했던 수많은 반공문학들은 학교가 필요로 하는 답을 도출해내기 위한 도식적인 내용이었고 그런 책들에 질려 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고등학교에 와서는 의식적으로 전쟁, 특히 6.25와 관련된 문학 작품은 피해다녔다.

6.25를 배경으로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광장 역시 내게는 오랫동안 버려진 책이었는데 생계를 위해 잡으니 내가 꽤나 좋은, 내 취향의 작품을 놓치고 살았구나 싶다.

자유롭게 소통되는 광장을 꿈꾸지만 타락한 남한과 역시나 이데올로기를 제외하고 다를 게 없는 북한 양쪽에 환멸을 느낀 주인공은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제 3국을 선택해 떠나고 그리고 목적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바다에 빠져 자살한다.

서슬 퍼런 시대를 학교라는 공간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아주 진저리치며. 지금 생각해도 하다못해 고등학생도 아니었던 내가 그 어릴 때 뭘 알고 그런 류의 캠페인과 반공 교육을 질색했는지 모르겠다.  삐딱이 기질은 타고나는 모양) 살았던 내게 60년대에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진다.  

작가 자신은 4.19의 영향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4.19를 통해 아주 잠깐 우리 사회가 다양성이라는 실험을 하던 그 시기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음.    한때 판금 도서로 심각하게 고려됐었고 군대에서는 금지 도서였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단 생각이 든다.

무기의 그늘과 이후 모처럼 마음에 드는 전쟁 문학을 하나 발견했다고 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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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차 문화와 궁중다례
김의정 지음 / 솔바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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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그냥 평범한 수준의 졸업 논문 한편을 읽은 기분. 중반 이후로 갈수록 차라리 '한국의 전통차와 다과상' 정도의 제목이 맞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시작은 비교적 의욕적으로 했지만 별로 많지 않은 내용으로 한권의 책을 엮으려다보니 용두사미가 된 느낌. 내용을 늘리기 위해 주제와 크게 관련없는(차에는 과자나 떡이 함께 올랐으니까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떡과 과자같은 한국의 전통 음식에 대한 부분이 들어와 책의 거의 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러면서 당연히 논지는 흐려지고...

중간에 딱 한군데 궁중다례와 연회 부분이 자세하게 묘사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글이 아니라 그림과 사진, 최소한 도표가 함께 있었어야하지 않나 싶다. 나름대로 정독을 했지만 솔직히 그림이 머리에 전혀 떠오르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 전체를 놓고 볼때 쓸만한 자료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몇개를 위해 부풀려 놓은 부피가 너무 큰 듯.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사진과 그림을 풍부하게 써서 눈에 확 들어오기 쉽도록 정말 필요한 내용만을 뽑아내서 편집을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사실 이 정도 내용이면 그런 편집과 구성이 독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름대로 이 책에서도 사진을 넣는다고 했지만 주제나 내용과 크게 관련없는 사진이 뜬금없이 쓰인 경우도 많았고 또 사진이 겹치는 경우도 많아서 편집자(혹은 작가)의 성의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지고 있어서 크게 짐이 될 책은 아니지만 도서관에 있다면 필요한 자료 몇개를 복사해서 보관하면 딱 좋았을 내용. 우리 문화에 남은 차의 흔적 등 얼마든지 깊이 파고들어갈 얘기를 겉핥기로 슬쩍 건드리고 간 부분들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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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침실 3 - 가면 속의 죄수
쥘리에트 벤조니 지음, 문신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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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실을 고백하자면 난 이 책이 이런 내용이란걸 미리 알았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잡을 때 기대했던 것은 편안하고 부담없는 내용의 달콤한 로맨스였다. 읽을 때는 별다른 감정의 동요없이 술술 읽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남는 것 없는 그런 편안한 킬링타임용의...

1권의 시작은 그런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는듯 했지만 장을 넘겨갈수록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관성을 받은 호기심은 고삐를 잡을수가 없어서 결국 하루반만에 3권의 책을 끝내게 됐고 이런 비틀리고 고생한 연인들의 스토리를 읽은 뒤 항상 느끼는 원하지않는 감정의 찜찜함을 지금 갖고 있다.

하지만 책 자체를 놓고 봤을 때는 구성도 탄탄했고 실존 인물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놓은 그 밀도가 감탄할만 하다. 많은 역사소설들을 읽을 때 허구의 인물과 달리 실존 인물들은 딱딱하고 평면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가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듯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실존 인물들의 행적을 뒤져보게 할 정도로 여기에 등장한 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 솔직히 인물들이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교묘하게 엮여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말마따나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인 고로 실제로 이 소설의 내용이 사실일 수도 있겠지. 란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런 류의 배배 꼬인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을 통해 당시 풍습을 알아볼 수 있는 문화와 역사 공부란 보너스도 반가왔고. 2권째를 읽으면서 순탄한 스토리가 되지 않겠단 생각은 했지만 계속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자신의 이익에 철저한 인간의 속성들이 철저하게 드러나는 전개는 즐겁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쓴맛도 나쁘진 않은듯...

HAPPILY EVER AFTER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택하지 않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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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동물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외 / 까치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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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가 한국을 강타하기 이전 이 책을 열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수많은 낯선 이름들에 황당한 자신을 발견했을 것 같다.    그러나 히트한 동화 덕분에 여기 등장한 수많은 동물들은 이제 그렇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 책에선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놓은 오랜 환상의 동물과 한때 있었겠지만 사라져서 이제는 기억속에만 남아있는 동물들, 또 문학가들이 새롭게 창조해 세상에 들여보낸 동물들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여기 있는 존재들은 (제목에는 동물이라고 했지만 사실 동물이라기 보다는 존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듯 하다) 서구의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들이다. 우리의 도깨비나 처녀 귀신, 몽달귀신, 삼신할매 등이 우리에겐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에 문학에 등장할 때 별다른 부연 설명없이 상징이나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여기 나온 바실리스크며 벤쉬, 브라우니 등도 그들에겐 마찬가지다.

때문에 서구의 문학작품을 읽을 때 이런 존재들의 등장을 통한 암시를 이해하지 못해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이후 그런 것은 많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감사...

브론테의 소설 중에 남자 주인공의 죽음을 여주인공이 느끼는 부분에 밴쉬 요정이 미친듯이 날뛰는 듯한 바람 소리였다...는 류의 표현이 있다. 당시에는 그냥 폭풍을 묘사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영국쪽에서 밴쉬 요정이 울음은 가족이나 연인의 죽음을 예고한다고 한다. 이런 류의 상징적 표현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수없이 많다.

좋아는 하지만 읽으려면 부담이 가는 보르헤스를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런 책이다. 수많은 서구 상상계(동양도 약간은 언급이 되지만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의 존재들을 짤막짤막하게 소개해서 진도가 빠르긴 하지만 이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쉽고 즐겁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서구의 환상문학과 신화, 전설 등에 입문하기 전에 봐두면 좋은 내용이다.

동양의 이런 동물(?)류에 관심이 있다면 산해경을 추천~   서유기 등을 읽을 때 느낌이 또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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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보고 알 수 없는 액자 밖 화가 이야기
에이미 스티드먼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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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에 대한 인상을 말하자면... 참 예쁜 책이다. 내용도 그림도 깔끔하고 부담이 없다.

흔히 그림을 소개하는 책들은 공통적으로 딱딱한 하드 커버에 약간은 부담가는 크기, 그리고 만만찮은 무게와 종이질을 갖고 있는데 반해 여기는 아쉬울 정도로 그림은 절제되어 있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도 가득하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지나친 절제 때문에 내용과의 연결성이 떨어지는 것은 좀 아쉽긴 하다.   내용에서 한참 설명하고 있는 그림을 만날 수가 없으니 아무래도 느낌과 감이 강하게 와닿지는 않지만... 그런 시각적 효과를 상쇄해주는 글이 있기에 지루하거나 맥이 빠지진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인 소위 르네상스 3대 화가인 미켈란젤로며 레오나드로 다빈치, 라파엘로에 대한 얘기는 그렇게 특별하고 새로울 것이 없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했던 이름들과 그 그림, 그리고 그들의 얘기는 신선하고 재미있다. 미술에 대해 조예가 있는 독자거나 깊은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별로 조예가 없는 나같은 일반인들에겐 달콤하면서도 질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이태리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가면 그때와 달리 정말 제대로 그리고 새롭게 여기 등장한 이름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태리에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이 책은 꼭 짐 속에 챙겨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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