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일본사
사사마 요시히코 지음, 김인호 옮김 / 자작나무(송학)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인문 서적을 읽으면서 이렇게 찝찝한 감정적 자극을 받기는 참 오랫만이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 사회 속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관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관해 생각을 강요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춘으로 내몰리는 여성들의 유형과 그 삶의 형태, 착취의 고리에 관한 설명은, 감정을 배제한 건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상념들을 불러 일으킴.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고대 신화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역사와 문학 속에 나타난 성,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매춘에 관한 기록 총 망라. 일종의 일본 매춘 사전이라고 해야하나? 일본 매춘부의 역사와 형태, 화대에다 어떻게 알았는지 포주가 떼어가는 수수료의 비율까지 세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내가 알고 싶었던 일본의 풍속이나 생활에 관한 부분들도 건져올릴 수 있었음. 소소한 풍습의 파편을 건져내는 양이 늘수록 계속 얘기했던 찜찜하고 껄쩍지근한 감정도 증가. -_-;;;

세상 어디에도 매춘이 없는 곳은 없다. 그리고 매춘이 있다보면 변태나 착취라는 것은 기본 옵션으로 따라 붙는다. 그러나 여기 기록된 수준의 내용은... 같은 여자라는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런지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소화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착취 형태. 이게 일본에서 극대화된 일본 사회의 특징인지 아니면 얘네들이 유독 이런 부분에 대한 세세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지는 -이것도 관심이 있고 상당히 일반화 됐으니까 남겼겠지?- 모르겠지만 에도 시대의 밤은... 여자에게는 지옥이지 않았을까 싶음.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것이 나체나 온갖 퇴폐쇼들의 역사가 근대가 아니라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 이런 성의 탐닉은 일종의 유전 정보가 되어 버린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일본 현대 사회에서 존속될 뿐 아니라 한국까지 수출되서 일본 못지 않게 성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거나 좀 배우지 나쁜 것은 어떻게 그렇게 잘도 따라하는지. -_-;;;

또 알게된 것 중 기억하는 것 두가지. 그 유명한 파리 믈랭루즈의 캉캉이 에도 시대에 성행했던 칸칸이 유럽으로 건너가 생긴 춤이라는 것. 프랑스인들은 알까? 이번에 빠리 가면 믈랭루즈 외경은 구경하고 와야겠다. 그리고 삐끼가 일본말 삐후끼에서 왔다는 사실. 삐끼 삐끼 그냥 불렀지 그 어원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여기 있었다.

한국의 음란 퇴폐 업소에서 쓰는 소위 슬랭들의 어원을 따져가면 일본에서 온 것이 꽤 많을 것 같다.

번역자는 김인호라고 되어 있는데 전반과 후반의 문체가 달라지는 것을 볼 때 최소한 두명 이상의 번역자가 달라붙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초벌 번역한 것을 이 대표 번역자가 전반부만 꼼꼼히 수정하고 후반부는 대충 넘어간 것 같다. 전반부는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문장이 꼬이고 조사들이 잘못 사용된 경우가 많다.  해석에 따라서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정도의 헷갈리는 문장까지. 편집과 교정에서라도 잡아줘야 하지 않나?   짜증났음.  번역과 교정만 제대로 잘 되었더라도 별을 최소한 한개 이상은 더 줬겠지만 이런 류의 서적에서 저런 무성의한 교정은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열받는 것은 명사가 잘못 표기된 경우. 나 역시 일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우키요에'가 아닌가? 문맥상 우키요에 인것 같은데 '부키요에'라고 쓰여있는 부분도 있었음. 부키요에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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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재의 은밀한 취미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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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실수로 두권을 주문해서 가슴이 좀 쓰렸던 책. 한권은 아기 낳고 산후 조리원에 감금(?)된 사촌동생 위문 선물로 잘 써먹었다.

이 책의 분류를 굳이 따지자면 인문 서적이다. 그러나 그런 류의 책에서 절대 찾기 힘든 유쾌함이 가득하다. 읽는 내내 혼자 낄낄거리고 또 몬도가네식 재료 -물론 다른 시대란 것을 감안하더라도-에 비위가 상하기도 하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식탁과 부엌을 즐겁게 그려볼 수 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천재 중 하나.

천재적인 화가이고 발명가이자 음악가인 그가 요리에 이렇게 열정을 쏟았고 또 부엌일의 현대화, 기계화에 많은 시도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스파게티 국수가 그의 발명품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음.

그가 식도락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보통 탐미적인 예술가들은 미각을 충족시키는 일에도 열정적이란건 익히 아는 일이니까. 하지만 직접 요리하고 -여기까지도 다빈치의 성격상 크게 놀랍지 않음- 주방의 기계화에 쏟은 그 수많은 노력을 보면 시대를 앞선 그의 시도가 놀랍기도 하고 또 재미있다.

이 책에는 다빈치가 시도했던 요리법들, 당시 모셨던 주군 루도비코가 즐겼던 것을 포함한 당시의 음식, 그리고 주방을 개혁하기 위한 그의 복안과 온갖 기계의 설계도가 가득하다.

다른 시대를 엿보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극히 일부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돈을 준다고 해도 먹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아무도 이해 못할 기계화된 세상을 꿈꿨던 다빈치가 일으킨 일련의 그 화려한 소동들. ㅎㅎ 간단히 얘기해서 뒤집어진다.

중요한 잔치를 앞두고 주방을 폭파시켜버린 무완성되거나 작동에 실패한 기계들. 루도비코를 익사시킬 뻔한 냉온수가 나오는 욕실 -물론 이건 늑장을 부린 공사 책임자 줄리아노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루도비코의 결혼식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빵으로 만든 궁전. 스포르짜 성의 사람들이 다빈치를 부엌에서 떼어내기 위해 노력

이 말썽꾸러기 천재를, 자신이 실각하는 날까지 다독이고 계속 기회를 준 그를 보면 형을 독살하고 밀라노 대공 자리를 차지한 음모가의 이미지가 상당히 희석된다.

당시 지중해에 흔했다는 이유로 지금과 달리 서민들을 위한 싸구려 재료 취급을 받았던 철갑상어와 물개에 관한 부분에서는 어느 역사책에도 알려주지 않은 당시의 생태 기록까지 파악하게 되는 부수 효과도 있었음.

내가 정확히 잘 모르는 건지 아니면 편집의 실수인지 모르겠는데 다빈치의 메모가 나오기 전 앞쪽에 전체 내용을 요약한 부분에서 프랑소와 1세가 앙리로 잘못 표기된 것 같다. 다빈치는 말년에 프랑스에서 프랑소와 1세에게 의탁했는데 웬 앙리?

그걸 제외하고는 풍부한 스케치 -다빈치가 운영했던 술집의 메뉴판까지 비롯해서-가 더해진 책 내용에다 예쁜 하드커버의 책 편집도 마음에 든다.

상상력도 그랬지만 식성도 다빈치는 상당히 현대에 가깝다. 요즘식으로 따지면 채식주의나 웰빙 식단을 선호했다고 할까? 배를 채우는 것이 주목적인 당시 시대에서는 너무 앞서갔던 게 탈이겠지. 하지만 그가 요리에 일생을 헌신하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 것은 인류의 입장에서는 다행.

볼 것 전혀 없다는 말에 밀라노에 두번이나 갔으면서도 과학 박물관에 가지 않았는데 언젠가 다시 밀라노에 가면 그곳에 꼭 들러봐야겠다. 다빈치가 창안한 그 각종 부엌 기구들을 구경해봐야겠다. 그리고 음식이 주인공이고 예수와 12제자는 배경이었다는 최후의 만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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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패트런 - 명화로 읽는 미술 후원의 역사
다카시나 슈지 지음, 신미원 옮김 / 눌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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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인가 연말에 선물받은 책인데 좋아하는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밀려있었다. 선물한 사람에 대한 예의상 한시바삐 어땠다는 감상을 해줘야 하는 고로 내내 숙제 미뤄놓은 것 같았는데 오늘 해결.

과연 밀레의 만종(삼종기도)는 얼마에 팔렸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책이라는데 미술사의 새로운 부분을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면에서 시간 투자할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일단 막연히 보던 명화의 또다른 뒷 얘기, 사랑이나 질투가 아니라 돈. 그 스폰서쉽과 그림의 관계를 풀어놓고 있다. 2년 전 루브르나 오르세에서 봤던 기억이 아는 그림도 있고 분명 그 전시실에 있었을 텐데 하얗게 지워진 그림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런던에서 짧은 일정 동안에는 내셔널 갤러리를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해줬음.

그리고 피렌체에 꼭 다시 한번 가서 최소한 2-3일은 투자하면서 미술관들을 훑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학교 때 피사와 묶어서 하루 겨우 들렀던 피렌체에서의 시간이 참 아쉽다. 왜 그때 우피치 미술관에 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유명한 세례당의 문이 천국의 문 하나만 있는게 아니었을 텐데 다른 문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한 내 무지가 후회막급. 다음에 가면 하나하나 다 살피면서 메디치가 순례를 하고 와야지~

부럽다고 하고 싶은 것은... 인상파 화가들 그림 속에 살짝살짝 드러나는 자포니즘. 일본 우끼요에나 도자기들을 보면서 나가사끼 항구 하나를 열어놓고 서구와 교류했던 그 한줄기 통로가 역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유럽에 몰아쳤던 자포니즘 열풍에 대한 일본인들의 긍지가 조금은 이해되기도 하고.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일찌감치 서구에 진출해 나름대로 활약까지는 아니지만 족적을 남긴 일본 예술가에 대한 기록과 일본인 패트런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자세히 하고 있다.

그림과 화가, 패트런에 대해 정신없이 몰입을 하면서도 1800년대 후반 조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에 대해 생각을 안할 수가 없음. 2200년대에 살 우리 후손들이 있다면 2000년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란 생각은 안 하게 하면 좋겠는데...

예전에 유럽게 갔을 때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 소개없이 그림들과 인사만 했는데 이번엔 서로 구면인 사이로 그림들과 좀 친해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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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음식 - 일본 바로 읽기 2
정대성 지음, 김문길 옮김 / 솔출판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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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저자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서 거기에 뿌리박고 사는 한국인이다. 번역자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 역시 일본어로 쓰어졌으리라 짐작됨.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이 쓴 일본 관련 서적에서 찾아보기 쉬운 오류, 무조건적인 한국 우월주의 내지 한국인인 나도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를 이용한 논리 전개에서 벗어나 있어서 편히 읽힌다.

음식과 그릇, 술을 통해 한국이 어떻게 일본 언어에 영향을 끼쳤고 남아 있는지를 풍습과 언어학적인 증거를 차분히 찾아내는 여정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럼에도 겉핥기가 아니라 찬찬히 정리된 깊이와 오랜 연구가 느껴져서 좋다.

일부 한국 학자들에게서 보이는 (물론 일본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한국과의 연관성을 억지로 찾아내려는 (혹은 무조건 부정하고 중국과 바로 연결시키려 하거나. 이건 일본 학자들의 경향)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자생하던 독자적 음식 문화와 언어가 한국의 영향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그 영향이 커지거나 아니면 마늘처럼 일본의 독자적 문화에 눌려 혐오 식품으로 변화하는 등의 과정이 흥미롭다.

글로 옮기기 찝찝해서 생략하는 일본 초기 술문화도... ㅎㅎ; 아마 호강에 받쳐서 몬도가네로 변화하는 요즘 한중일 남자들은 일본 고대시대의 술빚기를 부활시키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음.

그외에 한국으로 수입되어 다시 일본으로 역수출된 농산물, 고추와 같은 것들의 경로 역시 연구 차원에서 누군가 깊이 루트 연구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내용들이다.

두껍지는 않지만 깊이가 있고 또 재미있는 책이었다. 하드커버에 두껍기까지 한 일본 식생활사에 도전할 용기가 조금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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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0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문준식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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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왔다.

2년 전인지 3년 전인지... 대사 각하의 요리사, 스바루, 두 다 댄싱 등등 만화 얘기를 한참 하다가 아직도 이걸 보지 않았냐는 구박을 받고 뒤늦게 찾은 책. 일본 만화라 9권까지 나온 것을 보고도 좀 불안했는데 역시나이다.

9권까지 앞으로 풀어갈 얘기들의 서막이 겨우 정리되는 느낌. 10권은 이제 중반을 향한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다리와 같은 부분인 것 같다.

천재 모짜르트와 범인 살리에르의 얘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픽션에선 천재와 범인의 대결(?) 혹은 천재의 일대기(?)를 매력적인 주제로 활용해왔다.

이 만화는 천재를 우러러보는 내용이 되겠지만 그래도 독주보다는 어느 정도의 대결 구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솔직히 더 재미있다. 초반에 등장했고 앞으로 큰 역할을 할 슈우메이가 있음으로 천재 카이와 일종의 대결 구도로 가지 않을까... 그리고 어릴 때 카이와 콩쿨에서 만났던 소녀의 존재 가볍지는 않을 느낌.

어떤 분야에 대한 거의 전문가 수준에 가까운 지식을 바탕으로 스케일 크게 얘기를 조근조근 풀어나가는 일본 만화가들의 진행 방식은 늘 감탄을 금치 못한다. 상상력은 풍부하게 발휘하지만 산속에 들어가서 피아노 연습하는 소림사의 현대판 같은 황당함은 피하는 그 절묘한 줄타기는 정말!!!

때로는 그 전문 지식이 주인공이 되고 인물이 주변인이 되는 주객전도의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긴 하다.) 피아노의 숲은 피아노와 클래식은 주인공 카이를 꾸며주는 화려한 후광과 액세서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 바닥을 너무나 잘 아는 인간의 냉소마저도 날려버리는... 괜히 있을 것 같은 상황과 주인공의 매력이 조금은 가벼운 그림과 잘 맞아떨어진다. 청년으로 성장하는 카이의 피아노가 세상에 어떻게 인정받을지에 대한 기대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된다.

내가 10대 때라면 분명 카이에게 나를 감정이입하면서 흥분했겠지만... 아무리 해도 카이와 동질화가 되지 않고 슈우헤이나 그 이름 잊어버린 소녀 피아니스트의 시각이 되는 것은 대략 OTL .

어른이 되는 건 때때로 서글프다. 너무 주제 파악을 잘 하게 됨.  상상의 세계에서는 카이가 되봐도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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