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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0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문준식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왔다.
2년 전인지 3년 전인지... 대사 각하의 요리사, 스바루, 두 다 댄싱 등등 만화 얘기를 한참 하다가 아직도 이걸 보지 않았냐는 구박을 받고 뒤늦게 찾은 책. 일본 만화라 9권까지 나온 것을 보고도 좀 불안했는데 역시나이다.
9권까지 앞으로 풀어갈 얘기들의 서막이 겨우 정리되는 느낌. 10권은 이제 중반을 향한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다리와 같은 부분인 것 같다.
천재 모짜르트와 범인 살리에르의 얘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픽션에선 천재와 범인의 대결(?) 혹은 천재의 일대기(?)를 매력적인 주제로 활용해왔다.
이 만화는 천재를 우러러보는 내용이 되겠지만 그래도 독주보다는 어느 정도의 대결 구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솔직히 더 재미있다. 초반에 등장했고 앞으로 큰 역할을 할 슈우메이가 있음으로 천재 카이와 일종의 대결 구도로 가지 않을까... 그리고 어릴 때 카이와 콩쿨에서 만났던 소녀의 존재 가볍지는 않을 느낌.
어떤 분야에 대한 거의 전문가 수준에 가까운 지식을 바탕으로 스케일 크게 얘기를 조근조근 풀어나가는 일본 만화가들의 진행 방식은 늘 감탄을 금치 못한다. 상상력은 풍부하게 발휘하지만 산속에 들어가서 피아노 연습하는 소림사의 현대판 같은 황당함은 피하는 그 절묘한 줄타기는 정말!!!
때로는 그 전문 지식이 주인공이 되고 인물이 주변인이 되는 주객전도의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긴 하다.) 피아노의 숲은 피아노와 클래식은 주인공 카이를 꾸며주는 화려한 후광과 액세서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 바닥을 너무나 잘 아는 인간의 냉소마저도 날려버리는... 괜히 있을 것 같은 상황과 주인공의 매력이 조금은 가벼운 그림과 잘 맞아떨어진다. 청년으로 성장하는 카이의 피아노가 세상에 어떻게 인정받을지에 대한 기대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된다.
내가 10대 때라면 분명 카이에게 나를 감정이입하면서 흥분했겠지만... 아무리 해도 카이와 동질화가 되지 않고 슈우헤이나 그 이름 잊어버린 소녀 피아니스트의 시각이 되는 것은 대략 OTL .
어른이 되는 건 때때로 서글프다. 너무 주제 파악을 잘 하게 됨. 상상의 세계에서는 카이가 되봐도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