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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이반지하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속하고 싶어 한다. 집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어떤 공간에서든 우리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지. 하지만 가끔은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자리가 우리를 허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바로 그런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평범한 공간'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그 안에 쉽게 녹아들지 못할까?

이반지하는 '공간 상실자'라는 개념을 던지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저 공간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공간을 새롭게 점거하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유머와 통찰, 때론 날카로운 비판으로 가득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반지하가 '걸음걸이'에 대해 말할 때였다. 우리가 헛디디는 발걸음도 결국 하나의 걸음걸이가 된다고 한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도 결국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평범함'이란 무엇인가? 평범한 걸음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가 만들어가는 길이 곧 자신만의 길이고, 그 길이야말로 진정한 '나다움'을 이루는 것이다.

이반지하의 이야기는 퀴어 예술가로서, 노동자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치열한 생존기다. 그가 말하는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존재론적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모두가 어떤 공간에서든 겪었던 소외감, 불편함, 그리고 그에 대한 분노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반지하의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민이지만, 그 고민을 어떻게 풀어낼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반지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나다움'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 겪는 모든 실패를 우리의 걸음걸이로 만들어주는 힘을 준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단순히 한 퀴어 예술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공간에서 밀려났을 때 어떻게 다시 우리의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이 그 공간을 되찾는 여정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나처럼 불안정한 공간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공간을 되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반란의 불씨를 심어줄 책이다. '평범함'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걸음걸이를 만들어가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changbi_insta)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