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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55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CSI는 계속 봐도 안질린다는 분들이 계시듯이 코난도 마찬가지다. 그 인기와 재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요소는 연재 10년에 1년에 한 편씩 발표되는 극장판이 올해로 10기, 애니메이션 방영 횟수는 총 450여회, 50여권의 그치지 않는 작품 수에 일본 국내에서만 1억여권이 넘게 팔렸다는 것 등이다. 그 외에도 코난은 수많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에 그들이 거미줄처럼 엮여서 펼쳐나가는 사랑과 인생(그러나 이들은 나이를 먹지 않으므로..), 사건으로 점철되는 일상과 검은 조직이라는 코난 시리즈 최대, 최고의 미스터리 등이며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의 기발하고도 독창적인 수많은 트릭과 범죄의 세계. 추리소설 마니아들외에도 이 만화에는 수많은 장점이 녹아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0여년을 지속해온 이 대하추리옴니버스코믹시리즈가 언제 끝이 날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자! 라고 하지만 사실 본인은 이 만화에 약간 질린 것 같은 느낌이다. 먼저 짱구는 못말려와 마찬가지로 코난 속의 등장인물들은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봐 온 이 만화, 내가 20여 살이 된 지금도 이 친구들, 코난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란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모리 탐정과 그 외 인물들도 짜증이 서서히 몰려온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모리 코고로는 40대 후반일 것이며 코난은 고등학생, 란은 벌써 사회인일 것인데.. 반복은 있되 발전은 없는 인간관계도 약간은 실증. 일례로 사토 미와코 형사와 다카기 형사의 관계가 그렇다. 작가는 지루함을 덜기 위해 이들의 관계를 조금씩, 조금씩, 곶감 빼먹듯이 서서히 발전시키고 있다. 물론 재미는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이들은 결혼할 것인지? 강산은 변하지만 나이는 먹지 않는 등장인물들도 약간은 질린다.
<명탐정 코난> 최대의 미스터리라 할 수 있는 검은 조직의 실체에 대해서도 독자들은 거의 알 수 없는 형편이다. 48권에서인가 실체가 약간은 밝혀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독자는 그 비밀에 대해 거의 알 수 없으며, 언제쯤 이야기가 끝날 것인지도 알 수 없는 형편. 작가인 아오야마 씨는 결말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두었다고 했지만, 너무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탐정 몽크 MONK>라는 드라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독자는 작품 본래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망각하게 된다. 물론 코난과 몽크, 이 두 작품은 그 궁극적인 목표를 망각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명탐정 코난은 추리만화의 금자탑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약간 따분하기는 하지만 부디 장수하는 최고의 만화가 되기를. 그리고, 살아생전에 우리가 이 작품의 마지막을 보고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간만에 본 코난 55권에 실린 작품들은 총 4작품이다. 54권에 이은 <탐정 코시엔> 사건. 그리고 독일인의 살인미수 사건과 코난과 란의 초등학교 때 사건, 그리고 키사키(妃) 에리의 비밀.
54권에 이은 코시엔 사건을 제외하면 이번 55권은, 웬일인가, 살인사건이 전무하다. 작가인 고쇼씨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은 죄책감이라도 가진 것일까? ㅋㅋ 그럭저럭 재미있게 다 읽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55권에 실린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후 서평을 마쳐야겠다. 아쉽게도 55권은 내 생각에는 수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월하<月下>정도? 그 외에는 평범한 작품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수작으로 뽑는 작품은 46권의 스트라디바리우스 사건이나 48권의 <악령이 사는 저택> 42권의 <만월의 밤과 검은 파티의 함정>등등이다. (그 외에도 너무나 많다....)
*탐정 코시엔 사건
54권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탐정 코시엔이라 해서 개인적으로 잔뜩 기대했는데 볼 것은 별로인 범작이라는 생각이 내 결론이다. 알리바이와 밀실트릭은 상당히 단순한 편이나 쿠이보노(범행동기)는 약간 독특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에서 나는 범인은 맞추지 못했으나 밀실트릭은 간파했다. 마치 콜롬보처럼 범인의 미묘한 심리를 자극하는 핫토리 헤이지의 범인자극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그나저나 이 작품에서 만들어낸 밀실은 상당히 단순했다고 생각된다.
*겐타의 슛
코난 + 아가사 박사 + 소년 탐정단 조합의 사건. 이번에는 치즈 케익을 먹으러갔다가 만난 외국인이 누군가에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역시 외국인을 죽이기는 좀 그랬던 것일까. 독일어를 이용한 범인 지목하기. 그러나 독일어를 모르는 우리는 어떻게 범인을 맞추라는 것인가! 언페어한 작품. 그러나 이 작품에서 나오는 치즈케익, 정말 먹음직스럽다. 동기도 단순, 범인 자백 끌어내기도 단순. 범작이다.
*월하(月下)~석양(夕陽)
코난과 란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찌나 귀엽고 깜찍한지... 이 작품이 이번 권에서는 가장 좋았던 것 같다. 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비밀스러운 인물이 제시하는 미스터리.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암호풀이 유희(遊戱). 모리와 키사키 에리, 쿠도 유사쿠와 유키코, 아가사 박사의 젊은 시절도 함께 볼 수 있는 꽤나 즐거운 과거의 수수께끼 풀기. 무슨 키드의 아버지도 등장하는듯?
*키사키 에리의 비밀
정말, 범작, 무슨 한 페이지짜리 추리퀴즈를 몇십페이지짜리로 만든 듯한 느낌을 약간은 지울 수 없지만 눈에 보이는 귀납적 증거를 모으고 모아 결론을 내리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모리의 별거 중인 부인 키사키 에리의 모리에 대한 사랑의 심리를 이 작품에서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키사키(妃)라는 성인 엘러리 퀸의 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번 55권은 약간은 실망스러웠던 범작. 하지만 56권을 예와 마찬가지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