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올해의 추리소설 -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아직 성장기에도 도달하지 못한 한국추리문학 단편을 위한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선정한 의미있는 단편들 9편이 실려있다. 많은 분들이 호평을 남기셨는데 나는 왜 별로였는지... 개인취향이기는 하지만서도. 그런데 엄연히 따지고 보면 이 작품집을 보면 정교한 추리와 트릭이나 반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추리소설답게 살인이 거의 빠지지 않고 작품마다 나오기는 하지만, 이 작품집을 추리소설집으로 보아야 할지는 참으로 의심스럽고, 또 한국추리문학의 부흥을 바라는 독자인 나로서도 다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의 작품들이 실려있었다.(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많으므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한국추리문학의 특징으로는 작가가 지향하는 주제와 인물들이 독자와 참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첫째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들을 따지고 본다면 먼저 밝은 분위기의 작품들은 없고, 둘째, 작가 개인의 세계에만 치중한 듯한 작품들이 많고, 셋째, 요즈음의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트릭이나 반전은 제로에 가깝고 인간 심리의 섬세한 묘사에만 치중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작품집의 경우 가독성은 대단히 높은 편이었지만 놀랄 만한 요소도 없고, 밋밋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아서 코난 도일이라 불리는 김성종 선생님이 최근 세 권으로 이루어진 신간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를 살펴보건대 판매량은 대단히 저조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아마도 김성종 선생님의 작품답게 그 작품에는 (신작은 9.11테러에 참여한 테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같은데..) 추리는 거의 없고 테러, 살인, 섹스, 거대한 음모와 거대한 죽음과 파국을 향해 치닫는 비극적 인간군상들이 존재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구상도 좋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다 가볍고 긍정적이고 귀여운 인물을 등장시키든지, 기묘한 트릭이나 반전을 준비한다는지 하는 식의 작풍을 구성했으면 하는데, 한국 추리작가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내 개인적인 의견인 한국추리문학의 부흥을 위해서 먼저 영미의 홈즈나 엘러리 퀸, 일본의 아케치 코고로나 긴다이치 코스케, 또 가깝게는 만화 주인공인 코난이나 김전일에 이르기까지, <국민탐정>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 작품들에는 여러 명의 형사와 범죄심리분석관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에게서는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글자 그대로 톡톡 튀는 개성이 제로인 죽어있는 인물들인 것이다. 이 작가들의 지향점이 이래서는 한국추리문학은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한국추리문학은 보다 섬세해지고 밝아지고 전문적이고 지속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숟가락 두개>라는 작품은 그저 그런 살인사건. 살인을 가려주려는 두 부녀의 섬세한 사랑을 훈훈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단편이다. 그러나, 살인만 등장한다고 해서 이 작품이 추리소설의 반열에 낄 수 있을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이런 따뜻한 작풍에 더하여 좀 더 치밀한 트릭과 형사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더 필요하다. 단지 해장국을 시원하게 들이킨다고 해서 이 작품에 나오는 형사에게 매력을 느낄리는 만무하다. (물론 이 작품의 주제는 그런 것이 아니지만서도....)

<차바퀴 밑의 인생>도 그저 그런 단편이었는데 피해자에 대한 형사의 연민과 부자가 느끼는 고통 같은 것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단편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스튜디오 몽>은.. 이건 추리가 아니다. 스티븐 킹의 단편에 실릴법한 이야기인데 <환상특급>이나 <기묘한 이야기> 5분짜리용에 나올 듯한 단막극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기묘한 소재는 좋았는데 재미는 없었다. 결말도 그저 그랬고... 이런 작품을 보고 정말 재미있다고 공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선물>에는 참으로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이건 좋았다. 아... 그런데 이 작품을 추리로 볼 것인가 연애미스터리물로 볼 것인가.. 그저 그런 미지근한 이야기와 뒤에 곁들여지는 약간의 반전.

<뫼비우스의 꿈>이라는 작품도 비교적 훌륭한 작품이었다. 사람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비극적 구성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 또한 흔해빠진 결말을 제공한다.

<짐승을 처단하다>라는 작품은 그럭저럭 볼만하다. 삶과 인간에 대한 동정심과 슬픔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추리소설로서 보자면 매우 수준이 낮지만 등장인물들의 얼개는 비교적 섬세한 편이다. 

<포말>이라는 작품은 비극적 결말이 돋보인다. 휴우...

<주초위왕>이라는 작품은 배경이 매우 색다르다. 조선 중종조의 처참한 살인. 살인과 주초위왕의 배후에 거대한 거대한 비밀이 파헤쳐진다. 배경을 빼면 재미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은 살인에 대한 형사, 범인, 프로파일러, 피해자에 대한 각각의 관점을 보여준다. 형사가 욕하는 부분은 피식, 하고 웃었지만 범인은 그냥 잡히고 작품 전체도 미적지근한 구성이었다.

이상 9편을 살펴보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단편집이었다. 작가님들도 언젠가는 한국추리문학도 크게 부흥할 날이 있을것이라 믿고 열심히 써주셨으면 한다. 지금 한국 추리소설시장의 실정은 토종은 거의 없고 영미나 일본의 것들이 대부분을 자리를 차지하는 그런 실정이다...(물론 대박이 난 팩션들이 있기는 하다..) 아쉽지만 작가님들도 그런 작품들을 많이 읽으시고 분투하셨으면 한다.

덧붙임) 책 앞 등(?)의 작가 소개에서는 최종철님만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셨다고 써져 있고, 다른 작가들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런 학벌 따지는 것은 출판사에서 지양해주셨으면 한다.

덧붙임 2 ) 한국추리작가협회란 도대체 무엇이고, 이 단편들을 쓴 작가들에 대한 설명이며 어떤 구성으로 이 단편을 뽑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그냥 자뻑으로 써서 애정으로 보아달라고는 하지만 이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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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ellitteri 2006-09-2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필은 작가 본인들이 보낸 것을 편집진에서 고대로 싣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ㅎㅎ
퍼가도 될까요??

포와로 2006-09-2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mpellitteri님/ 오호...그렇군요^^ 퍼가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