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의 카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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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의 카드 (Cards on the Table)는 크리스티의 26번째 작품이자 20번째 장편소설이다. 먼저 이 작품의 특징으로는 카드 속에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된다는 점이다. 카드를 아시는 분이라면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모르는 분들일지라도 대략 술술 넘어가도 작품을 읽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카드놀이에 적힌 점수나 규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카드게임을 통한 심리분석을 통한 추리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독해(?)에는 별 무리가 없다.

이 작품의 피해자인 악마 메피스토처럼 미소짓는 셰이터나 씨. 그는 완전 범죄를 즐기는 인물이다. 그의 화려한 외양은 크리스티가 만든 캐릭터 중의 하나인 할리 퀸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것에 더하여 그의 교활함과 사악함은 두드러지게 범인의 추리에 영향을 끼친다. 이 작품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언제나 이산가족처럼 단 한번도 동반 출연(?)한적이 없었던 네 사람이 힘을 합쳐 범인을 추리해 나간다는 점이다. 명탐정 포와로가 주축이 되어 크리스티 여사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여류추리소설가 올리버 부인, <나일강의 죽음>에서도 포와로와 활약하는 레이스 대령, 그리고 <0시를 향하여>등과 같은 작품에서 활약한 배틀 총경이 동반 출연하여 작품을 전개시켜 나간다. 즉 이 작품에서는 명탐정+일류 경찰+추리소설가+정보부 대령의 화려한 조합이 어우려져 네 명의 범인들 중 진범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볼만한 작품이다. 네 명 중에서 가장 볼만했던 사람은 단연 크리스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올리버 부인. <명탐정 코난>에서의 모리 코고로 탐정과 비슷하게 직감에 의한 추리를 중시하고 또 억측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녀의 추리는 뒤로 갈수록 작품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사과를 엄청나게 즐기고 수다쟁이에 여행을 좋아하는 풍만한 체형의 아주머니인 올리버 부인은 크리스티의 성격을 적절하게 반영한 캐릭터일수도 있고,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있던 자신의 성격에 대한 반발로 창조된 캐릭터일수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후자일 것 같은데.

네 명의 탐정 콤비에 더하여, 셰이터나는 네 명의 완전 범죄자들을 파티에 초청하여 그것을 즐기게 된다. 나이 지긋한 부인, 의사, 소심한 처녀, 화끈한 성격의 대령이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카드 놀이를 진행시켜 나가는 도중에 셰이타나는 푹신한 의자에서 잠든 듯이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에서 범인은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피해자는 그저 칼에 찔렸을 뿐이다. 그러므로 귀납적 추리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용의자 네 사람에게 모두 동기가 있고, 숨겨진 과거가 있을 것 같다. 귀납적 추리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포와로와 세친구(?)는 열심히 카드놀이의 브리지 점수 쪽지와 증언등을 종합하여 범인과 피해자의 성격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비록 작가 개인의 주관이라는 점이 안타깝고 또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람들이야말로 70년전의 프로파일러가 아닌가. 특히 배틀 총경의 추리 방식과는 다르게 포와로는 용의자들을 모두 만나고 다니면서 그들의 과거와 심리 파악에 주력한다. 하지만 귀납적 증거가 하나도 없어서였을까. 결말에서 천하의 포와로 탐정도 두어 번의 삽질(?)을 거듭하고 진범을 잡아낸다. 어쩐지 이 모습은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너무나도 탐정 개인의 심리 추리에만 주목한 나머지, 물적 증거를 쫓는 재미는 거의 없고 오로지 심리학에 의한 분석과 주관의 개입만이 중요시 될뿐이다. 결국 마지막에 나타나는 범인도 반전은 거의 없고 그냥 그렇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그러나 역시 크리스티답게 그녀의 문체와 캐릭터는 독자를 매혹시키는 힘이 있으며 특히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죽고 탐정과 그 친구들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인간 심리에 주력하여 숨은 과거를 파헤쳐가는 단순한 구성 속에서 느끼는 작가 특유의 편안함과 안정적인 작품 구성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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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작품은 약간 실망했던 작품입니다.

포와로 2006-08-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무지 밋밋한 작품이었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