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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스의 구리 반지 - 로마의 명탐정 팔코 3 ㅣ 밀리언셀러 클럽 28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희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이번에 새로이 소개할 탐정은 고대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활약하는 마르쿠스 디디우스 팔코(줄여서 그냥 팔코.)이다. 그 유명한 네로 황제의 사후, 삼황제 시대의 혼란을 거친 뒤 정권을 잡아 겉으로는 평화와 번영을 구가해보이는듯 보이지만 살인과 음모, 서민층의 민생고가 넘쳐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건강하고 활기찬,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시대의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이 사설 탐정은 종횡무진 활약하게 된다.
팔코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작가 린지 데이비스는 1989년 팔코와 그의 여자친구 헬레나가 첫 번째로 등장하는 소설인 '실버 피그(The Silver Pigs)'로 팔코의 탄생을 알리고, 이 작품이 대박을 터트려 지금에까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번째 시리즈인 '스캔들은 휴일에 일어난다(Scandal Takes a Holiday)'가 현재까지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번역이 되면 참 좋으련만.
《베누스의 구리 반지》는 읽는 내내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해서 많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올해들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결혼하는 남자마다 의문의 죽음을 맞는 세베리나 조티카. 전 남편들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통해 부유와 사치를 누리던 그녀는 로마의 부도산 사업가와 약혼한다. 세베리나의 행적을 의심하던 탐정 팔코는 그녀의 뒤를 캐지만 그 사이 그녀와 연루된 사람들이 독살당한다. 팔코는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세베리나는 결백을 주장하며 오히려 팔코를 유혹하는데….》》
이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탐정 팔코는 치밀한 조사와 추리력을 발휘하여 활동하지만, 살인사건을 끝내 막아내지는 못하고, 팔코 본인도 생명의 위기를 여러 번 맞게 된다.
또한 길거리에서 무서운 사람을 만나 덜덜덜 떨기도 하고,적에게 얻어터져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감옥에 갇히고, 마지막 쯤에 가서는 거주하던 공동 주택까지 붕괴(ㅋㅋㅋ)되는 것을 보며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 못지 않은, 위험과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것이 탐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 명쾌한 진실을 밝혀내는 그의 굴하지 않는 성격이야말로 팔코 최고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정교한 추리소설들에 비해 팔코 시리즈는 다소 그 트릭이나 기교가 시들시들할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개성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의 성격이라든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시대상황이 가져다주는 역사적 사건과 인간관계 등등. 역사추리소설이 가지는 미덕을 백분발휘한 작품이라 그러한 단점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범주에 속하지만, 풍속소설이라고도 볼수 있으며, 또한 여류작가의 아기자기한 성격이 반영되어 있는 연애소설로도 볼 수 있겠다.
특히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점은 고대 로마시를 콜린 덱스터 못지 않게 생생하게 묘사한 것. 로마사에 관심이 있지만, 직접 로마에 가보지 않고도 어느정도 고대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또한, 번잡하고 시끌벅적한 로마의 광장과 거리, 먹거리(인상적인 장면은 팔코 가족이 모여 진귀한 생선으로 티투스 황제까지 참석한 가운데서 서민적인 파티를 즐기는 것.), 당대의 풍속, 인간의 욕심과 허영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빈치 코드 같은 복잡다단한 수수께끼 풀이나 현란한 기교와 충격의 다른 작품들보다는 개인적으로 이 말랑말랑한 역사소설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강력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