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관의 비밀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1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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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엘러리 퀸 시리즈. 그러고 보니 어제본 제시카의 추리극장 시즌 1 에피소드인 "Murder Takes the Bus" 에서 나온 할아버지가 바로 리처드 퀸 경감..ㅋ)

경험 많은 리처드 퀸 경감과 그의 아들 엘러리 퀸이 활약하는 본격 추리물. 뉴욕 시 한가운데에 있는 교회 묘지에서 미술품 중개상의 평범한 장례식이 거행된다. 장례가 끝나고 금고를 연 변호사는 고인의 유언장이 없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유언장이 든 쇠상자는 데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장례식 도중에나 식이 끝난 뒤에나 그 장소를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오페라의 전주곡이라도 되는 양,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하나둘 막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스 관의 비밀》은 국명 시리즈 최고의 걸작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에 앞서 같은 해에 먼저 발표되었다. 《이집트》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그리스》의 박력이 다소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리스》 다음에 《이집트》라는 걸작이 나왔기 때문에, 더욱 섬세하고 복잡다단한 문장과 트릭을 구사하는 젊은 두 작가의 넘치는 필치와 재능이 더욱 깊어지고 원숙해진 느낌을 당대의 독자들은 충분히 느겼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에 비해 《그리스 관의 비밀》에 나오는 탐정 엘러리는 남들에 비해 비범한 추리력을 보여주지만 조금은 부족하고 어슬픈, 얼치기 탐정의 면모를 보여준다. 라이트빌 시리즈나 다른 걸작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실패를 모르는 패기넘치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곧 자신만만한 자신의 생각이 크게 좌절되는 것을 통해, 자신감넘치는 청년 엘러리는 다소 상처입지만, 더욱 지적으로 성숙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의 틀린 추리도 물론 비범했지만, 자신의 부친은 퀸 경감이 대충 매듭지어 놓은 풀리지 않은 범죄의 끈을 끝까지 파헤쳐 진실이라는 결론을 내놓고야 마는 엘러리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 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여간 다소 칠칠맞고 거만한 청년탐정의 모습도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라이트빌 시리즈의 더욱 사려깊고, 이성과 심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엘러리의 그런 모습이 더욱 멋진 것 같다.) 사건의 시작은 한 미술상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의 변호사가 보고 금고 속에 보관해둔 유언장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 사건 때문에 난리가 일어나게 되고, 모든 사람들을 조사하고 모든 공간을 샅샅이 뒤지지만 유언장은 발견되지 않는다. 결국 엘러리의 추리 덕분에 새로운 활로가 트여 조사방향을 돌리게 되지만, 예상치 않았던 살인을 접하고 만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사람들의 숨은 비밀과 생각, 동기와 다채로운 인간들의 성격이 나타나는 일종의 전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사건은 대가족 내의 완전범죄로 볼 수 있는데, 황소같은 집념으로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리처드 퀸 경감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그와는 달리 논리적인 추리력으로 사건을 분석해가는 엘러리 퀸의 모습. 부자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지만, 지친 아들을 따스하게 위로해주고 함께 격려해주는 아버지 리차드의 모습에는 진한 부성애 또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초반부에 ‘범인을 다 알겠다’라고 호언장담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과 추리를 늘어놓지만 결국에는 망신을 당하고 진범과 단서를 찾아내겠다고 절치부심하며 얼굴을 붉히는 엘러리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 잘난 척 하던 녀석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보자니 다른 한편으로는 유쾌하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보자니 머리가 아팠다. 등장인물들이라도 앞에 제시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평온한 듯 보이는 가정과 사람들, 그리고 믿었던 사람들이 벌어는 놀라운 행각과 논리적인 퀸의 추론. 작품 전체적으로는 읽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힘이 대단히 강력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 또 그것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탐정, 또 그것의 좌절과 또 다른 도전. 그리고 연속해서 터지는 사건과 교직되는 등장인물들. 실은 결말부분의 처리가 썩 매끄럽지 만은 않아 보였다. 퀸이 지목한 범인이 약간은 황당하고, 동기면에서도 그럴 듯 하지만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와 작품의 결론은 만점을 주기에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두 작가는 이 작품의 부족한 2프로를 200프로로 채우기 위하여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라는 걸작을 내놓은 것은 아닐까. 최고의 걸작으로 보기에는 약간 부족했던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만, 논리적인 치밀함과 인물들의 구성은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생각된다. 신파극에서나 나올법한 남녀의 로맨스도 어느 정도 보아줄 만한 것이었고... 리차드 퀸과 엘러리 퀸의 공동수사도 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었다. 그러나 두 번 읽기에는 어느정도 망설여지는 약간은 불완전한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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