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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학 세트 - 전2권 (부모편 + 활동편) - 내 아이의 수학본능 깨우기 ㅣ 처음수학 시리즈
박병하 지음 / 양철북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큰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나,
둘째는 이제 겨우 3살이다.
큰 아이가 초등 3,4학년이었던 시절
학교선생님의 이런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
"어머니, 차라리 학교 근처 수학학원을 보내보시죠?
지금 수학을 못따라가면, 곤란합니다.
부모님들이 가르치려들다가 실패한 경우 많이 봤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여선생님이셨는데,
나로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설사 우리 아이가 수학을 잘 못따라한다고 해도,
과연 '엄마'보다 '학원'이 무조건 낫다고 말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의 교과서와 문제집을 번갈아보며
매일매일 1시간 이상씩
'수학'과의 전쟁을 벌였다.
아이는 지쳐서 울고,
나도 지쳐서 '항복'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수학문제를 들고 '시계'라는 낱말만 나오면 시계를 그리고
'물병'만 나오면 물 마시고 싶다고 딴청(^^)을 피우는 아이에게서
중요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스스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아이의 상상력을 따라
같이 놀아가면서 수학을 공부하면 된다는 것을...
시계를 그리면 같이 시계를 그려가며
요 문제 저 문제를 응용해보고
물 마시고 싶다고 하면 컵들을 들고 와서
물을 이래저래 따르고 마셔가며 문제와 연결시켜보았더니,
결국 수학을 혼자서도 공부하는 경지(아직 높은 점수를 받아오지는 못하지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식에 짓눌려서,
정답이나 점수에 짓눌려서 공부하는 과목이 '수학'인 줄 알았는데,
아이랑 해보니
놀면서 즐기면서 해야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었다.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언니를 따라 연필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하는
둘째의 수학공부에 미리미리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부모가 가르칠 때
어떤 원리에 입각해야 하고
어떤 시행착오를 줄여야 하는지...
다시 정리를 해본다면 둘째하고는 더 짧은 기간내에
수학공부의 길을 안내해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학'공부에 대한 극성 엄마들의 책들은
내게 딱히 와닿질 않았다.
뭐랄까, 요령만.... 의지만 넘치는 글이 많아보였다.
그러다, 만난 책이 '처음 수학'이다.
저자 박병하 선생님의 이력과 저서들과 활동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수학 교육 전공자가
수학교육에 대한 풍부한 예시로
수학의 기본개념들을 이리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집대성 결과처럼 보였다.
내가 초,중,고에 걸쳐 배운 수학들이 바로
이런 원리와 개념에 입각한 것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었고,
교수학습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학습자 스스로 사고하고 체계화하고 익히게 하라'는
원칙이 아이들을 돕는 수많은 활동 등 속에 녹아있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처음 '수학'에 대한 길잡이가 아닌,
처음'공부'의 기초를 안내해주는 책이라 봐도 좋겠다.
내가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중학교-고등학교의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서 가장 고민해온
원리와 개념의 이해,분류,분석에 대한 활동 아이디어와 힌트가
바로 이 책 다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국어공부에서도
성취(내용)요소를 평가할 때,
바로 분류와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한 언어능력을 측정하므로
사실 수학적 사고능력이 발달하지 않으면
국어성적이 쉽게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와의 추억들을 바탕으로
둘째와는 수학본능, 공부본능을 충실히 일깨우는
엄마 역할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수량 보존, 일대응대응, 분류하기, 부분과 전체, 패턴, 대칭,
결합과 반복, 길이와 측정, 조합, 확률, 기하, 논리놀이....
'처음 수학'을 곁에 두고
아이들과 함께 나도 수학(공부) 도우미로 무럭무럭 커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