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 완역판
장 자크 루소 지음, 정봉구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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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서는

원작이 '에밀'이다 보니...

그리고 출판사가 '범우사'이다 보니...

혹평을 하고 싶진 않았다.

오래전 출판되어 도서실에 꽂혀있던 누렇게 뜬 '육문사'의 '에밀'을

읽다가 중단한 적이 있어서,

마음먹고 완역판, 그리고 범우사라는 출판사라는 신뢰 때문에 이 책을 구입했었고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다시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래전 '육문사'의 '에밀'을 읽으며 독서기록을 해두었던 내용들에 비해

이 '범우사', 정봉구님의 번역본 '에밀'은 도무지 내용이 선명하게 읽히질 않았다.

결국 제 1부를 대략 비교해보니,

범우사 정봉구님의 번역본 '에밀'은 온통 어색한 우리말 표현이 많아

원작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못했다.

내가 불어를 전공했다면, 원서와 비교를 해보았을 터인데...

그렇지 않아 다만 어색한 우리말 표현들 정도만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전체적으로 만연체 문장이 많은데, 직역의 수준에 머무르는 듯한 문장이라  구조 자체가 엉성하다.

"이 책에서 체계적이라고 불릴 만한 곳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자연스런 진행 과정'인데, 독자들이 가장 어리둥절할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일 것이며, 또한 내가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한다면 그것도 분명 이 부분 때문일 것이다"(p.27)

-이 문장의 요지는 " 이 책은 체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런 흐름에 따르고 있어' 독자들이 당황할 수도 있고 어떤 독자들은 비판을 할 지 모른다"로 보이는데... 온통 가주어 "그것은"을 남발하고 또 "분명" "바로" 같은 강조부사를 남발하고 있어서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표적으로 읽다가 화가 치밀어오르는 부분은 '육문사'의 내용과 비교되는 부분들이다.

범우사 (p.52) "어머니가 어머니의 구실을 못하면 자식도 자식으로서의 구실을 못하는 법이다. 모자지간의 의무는 상호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 쪽이 그 의무를 충실히 하지 못할 때는 다른 한쪽도 그것을 게을리 할 것이다. 하기야 어린이는 어머니를 사랑해야만 한다는 일을 아기 이전에 당연히 그 어머니를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이 혈연의 목소리가 습관이나 보살핌에 따라 강화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후 몇 년 사이에 소멸되고 애정은 솟아나기도 전에 죽어 버리게 된다."

육문사 "어머니가 없으면 아이도 없다. 모자지간의 의무는 서로 주고 받는 것이어서, 한쪽에서 덜 채워지면 딴쪽도 소홀해진다. 아이는 어머니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아기 전에 사랑해야 한다. 핏줄의 소리도 습관과 정성에 의해 강해지지 않으면 몇 해 못가서 사라지며, 정은 싹트기 전에 죽는 셈이다" (필자의 독서노트에서 발췌)

한 눈에 읽어봐도 육문사의 '에밀'이 명료하고 간결하다. 훨씬 좋은 번역이다. 아니, 번역자가 원작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번역한 것이다. 

굳이 이런 혹평의 리뷰를 남기는 것은,

모쪼록 교육과 관련된 고전인 이 '에밀'을 제대로 읽고 싶어 직접 구입하는 독자들이

번역된 내용을 잘 비교해보고 신중하게 잘 번역된 '에밀'을 고르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일단, 이 범우사의 '에밀'을 제껴두고 다른 '에밀'을 구입하라고 미리 귀띔을 해두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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