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이들은 투명하고 맑았다 깨지지 않도록
손을 잡고 큰 발 잔걸음으로 조심조심 걸었으나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아이들은 금이 갔고
거기서 자주 울음이 새어나왔다
소를 쓰러뜨려 뻘건 고기를 만들던 큰 손으로
그는 아이들 눈물을 닦아주었다
뻣뻣한 털에 긁혀도 상처나는 흰 얼굴에서
조금씩 슬픈 표정들이 지워졌다 그의 목구멍으로
잠시 소울음 같은 바람이 자나갔으나
그는 표정 없이 웃었다 다만 머리카락과 콧구멍을
잡아당길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머리를 숙였고
짜증내고 투정하는 소리가 들어오도록 귀를 열었다
때로 깨끗하고 낭랑한 웃음 소리가 햇빛에 부서져
멀리 퍼져나가기도 했으나 곧 날씨가 흐려졌고
아이들은 잔물결이 되어 그의 가슴에 차올랐다
찰랑거리는 물결이 갑자기 파도처럼 소리내며
일어나지 않도록 그는 조심스럽게 숨을 쉬었다
물에 떠 있는 것처럼 기우뚱거리는 그의 걸음에
아이들은 찰싹찰싹 부딪혀왔다 떨어지곤 하였다
아이들은 손을 잡을 때마다 딱딱해지고 무거워지는 아버지
자꾸자꾸 커져서 벽이 되고 지붕이 되는아버지
詩 김기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