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늦은 밤에, 한 스승이 제자들에게 언제 밤이 끝나고 아침이 시작되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멀리 있는 동물이 개인지 양인지 구분할 수 있으면 밤이 끝난 것이라고 제자가 대답했다. 그러나 스승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제자가 빛줄기가 나뭇잎을 비출 때 어느 것이 올리브 나뭇잎이고 어떤 것이 무화과 나뭇잎인지 구분할 수 있으면 밤이 끝난 거라고 대답했다. 스승은 고개를 저었다. 제자들의 얼굴을 잠시 응시한 뒤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볼 때 형제나 자매가 보이면 아침이 밝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보이지 않으면 언제나 밤인 것이다, 항상 어둠 속에 있는 것이다, 라고 말이다.

조경란, 달팽이에게